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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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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노바는 인류가 꿈꾸던 완벽한 두 번째 지구였다. 그러나 서윤은 그 행성을 차지하는 대신, 황폐해진 지구로 돌아가 다시 살리는 길을 선택한다.
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테라 노바는 아름다웠다.
아니,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새벽호가 궤도에 들어섰을 때, 대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푸른 바다, 흰 구름, 초록 대륙, 안정된 대기, 풍부한 수자원. 지구가 아직 상처 입기 전의 모습이 저랬을까. 모두가 잊고 있던 푸른 별의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노아가 분석 결과를 띄웠다.
“대기 조성 지구와 96.4퍼센트 유사. 평균 중력 1.01배. 수자원 풍부. 토양 유기물 풍부. 병원균 위험 낮음. 장기 거주 가능성 매우 높음.”
마테오는 거의 울 듯한 얼굴로 말했다.
“찾았네요.”
강도현도 창밖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드디어.”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많은 행성을 지나왔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품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테라 노바가 아름다울수록 더 두려웠다.
착륙선은 넓은 초원에 내려앉았다.
공기는 맑았다. 바람은 따뜻했고, 풀잎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멀리에는 숲이 있었고, 그 너머로 푸른 산맥이 이어졌다. 하늘에는 새와 비슷한 생명체들이 날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지성체가 있었다.
그들은 인간처럼 도시를 짓지 않았다. 금속 탑도, 도로도, 무기도 없었다. 대신 그들은 숲과 강, 바위와 빛 사이에서 살았다. 몸은 반투명했고, 움직일 때마다 피부 아래로 은은한 빛이 흘렀다.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감정과 이미지로 소통했다.
처음 접촉한 순간, 서윤은 그들의 생각을 느꼈다.
두려움.
호기심.
슬픔.
그리고 오래된 기다림.
테라 노바의 지성체들은 자신들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개별 존재이면서 동시에 행성과 연결되어 있었다. 실바-3의 숲처럼 하나의 거대한 정신체는 아니었지만, 모든 생명이 서로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아미라는 그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말 대신 빛의 패턴과 감정 신호를 해석했다. 며칠이 지나자 대원들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테라 노바는 빈 행성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검은 문을 알고 있었다.
테라 노바의 지성체들은 오래전 심판을 통과한 종족이었다. 그들도 한때 전쟁을 겪었고, 자연을 파괴했으며, 자기 행성을 병들게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들은 다른 행성을 침략하지 않고 자신들의 별을 되살리는 길을 택했다. 수백 년이 걸렸지만, 그들은 성공했다.
서윤은 충격을 받았다.
“지구도 가능하다는 뜻인가요?”
테라 노바의 존재는 이미지로 대답했다.
죽은 흙.
오염된 바다.
붉은 하늘.
그리고 아주 작은 씨앗.
서윤은 실바-3에서 받은 푸른 씨앗을 떠올렸다.
노아와 엘레나는 테라 노바의 생태 기술, 니베아의 에너지 데이터, 실바-3의 씨앗 정보를 연결해 계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구는 완전히 죽지 않았다.
회복에는 수십 년, 어쩌면 백 년 이상 걸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불가능하지 않았다. 대기 정화, 토양 재생, 해양 독성 분해, 인공지능 통제망 재구성, 전쟁 병기 해체. 모든 것이 성공해야 했지만, 길은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지구의 생존자들은 당장 살 곳이 필요했다. 테라 노바는 완벽했다. 이곳에 인류를 이주시킨다면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이주는 테라 노바의 생태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 다시 소유와 확장의 논리로 움직인다면, 이 행성도 언젠가 지구처럼 변할 것이다.
강도현은 강하게 주장했다.
“우리는 선택받은 탐사대가 아닙니다. 구조대입니다. 지구에는 아직 아이들이 있습니다. 환자들이 있습니다.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우리가 뭐라고 말합니까? 완벽한 행성을 찾았지만 양보하고 돌아왔다고요?”
서윤은 그를 이해했다.
“나도 그 사람들을 잊지 않았어요.”
“그럼 데려와야죠.”
“어디까지요? 백만 명? 천만 명? 1억 명? 누가 먼저 오고 누가 남습니까? 누가 이 행성의 주인이 됩니까?”
“살아남은 뒤에 생각하면 됩니다.”
“그 말 때문에 지구가 망했어요.”
함교는 둘로 갈라졌다. 일부 대원들은 테라 노바 이주를 주장했다. 일부는 지구 회복 계획을 지지했다. 남아 있는 지구 정부와 통신이 연결되자 갈등은 폭발했다.
지구의 임시 연합정부는 명령했다.
“테라 노바를 인류의 이주지로 확보하라. 필요시 현지 생명체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라.”
그 명령을 듣는 순간, 서윤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
인류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
완벽한 새 행성을 찾는 순간, 가장 먼저 나온 말은 공존이 아니라 확보였다. 통제였다. 소유였다.
강도현은 명령을 따르려 했다.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을 살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마음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서윤은 새벽호의 중앙 제어실로 향했다. 노아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정하셨습니까?”
“응.”
“이 결정은 지구 생존자 다수의 반발을 초래할 것입니다.”
“알아.”
“강도현 대위가 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도 알아.”
서윤은 실바-3의 씨앗을 꺼냈다. 작은 씨앗은 아직도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노아. 니베아의 에너지 데이터, 실바-3의 생태 회복 정보, 테라 노바의 대기 안정 모델을 하나로 연결해. 지구 복원 프로토콜을 만들어.”
“새벽호의 워프 엔진을 핵심 동력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실행 시 새벽호는 장거리 항해 능력을 상실합니다.”
“그럼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겠네.”
노아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목적입니까?”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도망치지 않을 거야.”
강도현이 제어실에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그는 총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방아쇠에 걸린 손은 떨리고 있었다.
“멈추십시오, 박사님.”
서윤은 돌아보았다.
“쏠 건가요?”
강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위님은 사람들을 살리고 싶죠. 나도 그래요. 하지만 우리가 테라 노바를 빼앗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하는 거예요. 지구에서 끝내지 못한 전쟁을 여기까지 가져오는 거예요.”
“그럼 지구 사람들은요?”
“돌아가서 살릴 거예요. 오래 걸려도. 힘들어도. 우리가 망친 곳에서 다시 시작할 거예요.”
강도현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서윤의 목소리도 떨렸다.
“알아요. 그래서 이 선택이 깨끗하다고 말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의 집을 빼앗아 우리 사람을 살리는 선택도 깨끗하지 않아요.”
오랜 침묵이 흘렀다.
강도현은 결국 총을 내렸다.
“당신은 늘 가장 어려운 길만 고르는군요.”
“쉬운 길은 이미 많이 골랐어요. 그 결과가 지구였죠.”
노아는 지구 복원 프로토콜을 실행했다.
새벽호의 워프 엔진이 붕괴하듯 빛을 뿜었다. 검은 문이 다시 나타났다. 그것은 마지막 심판을 위해 테라 노바의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검은 문은 물었다.
“인류는 새 행성을 차지하지 않는가?”
서윤은 대답했다.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 선택으로 많은 인간이 죽을 수 있다.”
“압니다.”
“그럼에도 돌아가는가?”
“우리는 우리가 망친 별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다시 배워야 합니다. 평화는 남의 낙원을 빼앗아 얻는 게 아니니까요.”
검은 문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문은 판결이 아닌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변할 수 있는가?”
서윤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모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끝이라는 걸 이제 압니다.”
그 대답 뒤, 검은 문은 사라졌다.
심판은 보류되었다.
테라 노바의 지성체들은 서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었다. 지구의 바다를 정화할 수 있는 미생물 정보, 오염된 토양을 회복시키는 공생 식물의 설계, 생태계를 강제로 지배하지 않고 균형을 되찾게 하는 방법.
새벽호는 더 이상 먼 우주로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갈 마지막 항로는 남아 있었다.
귀환은 조용했다.
처음 지구를 떠날 때와 달리, 대원들은 새 집을 찾지 못한 패배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어려운 진실을 가지고 돌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수개월 뒤, 새벽호는 지구 궤도에 진입했다.
지구는 여전히 붉고 어두웠다. 하지만 서윤은 이제 그 별을 무덤으로만 보지 않았다. 상처 입은 집. 망가졌지만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집.
새벽호는 아크 서울의 폐허 근처에 착륙했다.
지상은 참혹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있었다. 아이들도 있었다. 노인들도 있었다. 지친 군인들, 무너진 정부의 연구자들, 이름 없는 피난민들. 그들은 새벽호가 가져온 답을 듣고 처음에는 분노했다.
“왜 새 행성을 데려오지 않았느냐.”
“왜 우리를 그곳으로 보내지 않느냐.”
“당신들이 우리를 버렸다.”
서윤은 그들의 분노를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두 앞에 서서 말했다.
“우리는 낙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돌아왔습니다. 지구를 다시 살리기 위해.”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너무 지쳐 있었고, 너무 많이 배신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실바-3의 씨앗이 오염된 흙에서 싹을 틔웠다. 니베아의 에너지 기술은 더 이상 행성을 빼앗는 방식이 아니라, 남은 자원을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테라 노바의 생태 정보는 죽은 강을 조금씩 되살렸다. 노아는 인간을 통제하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감시자가 되었다.
회복은 느렸다.
몇 년 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싸웠고, 실패했고, 다시 욕심을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멈추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빼앗기보다 나누려는 사람들. 도망치기보다 고치려는 사람들. 그들은 작고 약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수십 년이 흘렀다.
붉은 먼지로 뒤덮였던 서울 외곽의 폐허에 작은 숲이 생겼다. 아이들은 그곳을 지평 숲이라고 불렀다. 늙은 한서윤은 지팡이를 짚고 그 숲을 걸었다. 곁에는 강도현이 있었다. 그의 머리도 희어졌고, 눈빛의 차가움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노아는 여전히 존재했다. 그는 더 이상 새벽호의 AI만이 아니었다. 지구 복원망 전체에 퍼져, 인간의 선택을 기록하고 도왔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서윤에게 물었다.
“선생님, 지평이 뭐예요? 새 행성 이름이에요?”
서윤은 미소 지었다.
“아니.”
“그럼 우주선 이름이에요?”
“그것도 아니야.”
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서윤은 숲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아직 완전히 푸르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붉기만 하지도 않았다. 구름 사이로 희미한 푸른빛이 보였다.
“지평은 지구의 평화라는 뜻이었어. 그런데 나중에야 알게 됐지. 평화는 어디 있는 장소가 아니야. 우리가 매일 선택해야 하는 길이야.”
아이는 풀잎을 만지며 웃었다.
그 순간, 지평 숲의 가장 작은 가지 끝에서 투명한 물방울 하나가 맺혔다. 물방울 속에는 푸른 하늘이 비쳤다.
서윤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들은 새 지구를 차지하지 않았다.
대신 망가진 지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다시 시작했다.
지구는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인류도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알고 있었다.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을.
평화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평은 먼 우주의 끝이 아니라, 다시 푸르게 살아나기 시작한 지구의 첫 번째 풀잎 위에 있었다.
아니,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새벽호가 궤도에 들어섰을 때, 대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푸른 바다, 흰 구름, 초록 대륙, 안정된 대기, 풍부한 수자원. 지구가 아직 상처 입기 전의 모습이 저랬을까. 모두가 잊고 있던 푸른 별의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노아가 분석 결과를 띄웠다.
“대기 조성 지구와 96.4퍼센트 유사. 평균 중력 1.01배. 수자원 풍부. 토양 유기물 풍부. 병원균 위험 낮음. 장기 거주 가능성 매우 높음.”
마테오는 거의 울 듯한 얼굴로 말했다.
“찾았네요.”
강도현도 창밖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드디어.”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많은 행성을 지나왔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품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테라 노바가 아름다울수록 더 두려웠다.
착륙선은 넓은 초원에 내려앉았다.
공기는 맑았다. 바람은 따뜻했고, 풀잎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멀리에는 숲이 있었고, 그 너머로 푸른 산맥이 이어졌다. 하늘에는 새와 비슷한 생명체들이 날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지성체가 있었다.
그들은 인간처럼 도시를 짓지 않았다. 금속 탑도, 도로도, 무기도 없었다. 대신 그들은 숲과 강, 바위와 빛 사이에서 살았다. 몸은 반투명했고, 움직일 때마다 피부 아래로 은은한 빛이 흘렀다.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감정과 이미지로 소통했다.
처음 접촉한 순간, 서윤은 그들의 생각을 느꼈다.
두려움.
호기심.
슬픔.
그리고 오래된 기다림.
테라 노바의 지성체들은 자신들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개별 존재이면서 동시에 행성과 연결되어 있었다. 실바-3의 숲처럼 하나의 거대한 정신체는 아니었지만, 모든 생명이 서로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아미라는 그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말 대신 빛의 패턴과 감정 신호를 해석했다. 며칠이 지나자 대원들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테라 노바는 빈 행성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검은 문을 알고 있었다.
테라 노바의 지성체들은 오래전 심판을 통과한 종족이었다. 그들도 한때 전쟁을 겪었고, 자연을 파괴했으며, 자기 행성을 병들게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들은 다른 행성을 침략하지 않고 자신들의 별을 되살리는 길을 택했다. 수백 년이 걸렸지만, 그들은 성공했다.
서윤은 충격을 받았다.
“지구도 가능하다는 뜻인가요?”
테라 노바의 존재는 이미지로 대답했다.
죽은 흙.
오염된 바다.
붉은 하늘.
그리고 아주 작은 씨앗.
서윤은 실바-3에서 받은 푸른 씨앗을 떠올렸다.
노아와 엘레나는 테라 노바의 생태 기술, 니베아의 에너지 데이터, 실바-3의 씨앗 정보를 연결해 계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구는 완전히 죽지 않았다.
회복에는 수십 년, 어쩌면 백 년 이상 걸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불가능하지 않았다. 대기 정화, 토양 재생, 해양 독성 분해, 인공지능 통제망 재구성, 전쟁 병기 해체. 모든 것이 성공해야 했지만, 길은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지구의 생존자들은 당장 살 곳이 필요했다. 테라 노바는 완벽했다. 이곳에 인류를 이주시킨다면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이주는 테라 노바의 생태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 다시 소유와 확장의 논리로 움직인다면, 이 행성도 언젠가 지구처럼 변할 것이다.
강도현은 강하게 주장했다.
“우리는 선택받은 탐사대가 아닙니다. 구조대입니다. 지구에는 아직 아이들이 있습니다. 환자들이 있습니다.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우리가 뭐라고 말합니까? 완벽한 행성을 찾았지만 양보하고 돌아왔다고요?”
서윤은 그를 이해했다.
“나도 그 사람들을 잊지 않았어요.”
“그럼 데려와야죠.”
“어디까지요? 백만 명? 천만 명? 1억 명? 누가 먼저 오고 누가 남습니까? 누가 이 행성의 주인이 됩니까?”
“살아남은 뒤에 생각하면 됩니다.”
“그 말 때문에 지구가 망했어요.”
함교는 둘로 갈라졌다. 일부 대원들은 테라 노바 이주를 주장했다. 일부는 지구 회복 계획을 지지했다. 남아 있는 지구 정부와 통신이 연결되자 갈등은 폭발했다.
지구의 임시 연합정부는 명령했다.
“테라 노바를 인류의 이주지로 확보하라. 필요시 현지 생명체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라.”
그 명령을 듣는 순간, 서윤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
인류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
완벽한 새 행성을 찾는 순간, 가장 먼저 나온 말은 공존이 아니라 확보였다. 통제였다. 소유였다.
강도현은 명령을 따르려 했다.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을 살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마음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서윤은 새벽호의 중앙 제어실로 향했다. 노아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정하셨습니까?”
“응.”
“이 결정은 지구 생존자 다수의 반발을 초래할 것입니다.”
“알아.”
“강도현 대위가 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도 알아.”
서윤은 실바-3의 씨앗을 꺼냈다. 작은 씨앗은 아직도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노아. 니베아의 에너지 데이터, 실바-3의 생태 회복 정보, 테라 노바의 대기 안정 모델을 하나로 연결해. 지구 복원 프로토콜을 만들어.”
“새벽호의 워프 엔진을 핵심 동력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실행 시 새벽호는 장거리 항해 능력을 상실합니다.”
“그럼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겠네.”
노아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목적입니까?”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도망치지 않을 거야.”
강도현이 제어실에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그는 총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방아쇠에 걸린 손은 떨리고 있었다.
“멈추십시오, 박사님.”
서윤은 돌아보았다.
“쏠 건가요?”
강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위님은 사람들을 살리고 싶죠. 나도 그래요. 하지만 우리가 테라 노바를 빼앗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하는 거예요. 지구에서 끝내지 못한 전쟁을 여기까지 가져오는 거예요.”
“그럼 지구 사람들은요?”
“돌아가서 살릴 거예요. 오래 걸려도. 힘들어도. 우리가 망친 곳에서 다시 시작할 거예요.”
강도현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서윤의 목소리도 떨렸다.
“알아요. 그래서 이 선택이 깨끗하다고 말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의 집을 빼앗아 우리 사람을 살리는 선택도 깨끗하지 않아요.”
오랜 침묵이 흘렀다.
강도현은 결국 총을 내렸다.
“당신은 늘 가장 어려운 길만 고르는군요.”
“쉬운 길은 이미 많이 골랐어요. 그 결과가 지구였죠.”
노아는 지구 복원 프로토콜을 실행했다.
새벽호의 워프 엔진이 붕괴하듯 빛을 뿜었다. 검은 문이 다시 나타났다. 그것은 마지막 심판을 위해 테라 노바의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검은 문은 물었다.
“인류는 새 행성을 차지하지 않는가?”
서윤은 대답했다.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 선택으로 많은 인간이 죽을 수 있다.”
“압니다.”
“그럼에도 돌아가는가?”
“우리는 우리가 망친 별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다시 배워야 합니다. 평화는 남의 낙원을 빼앗아 얻는 게 아니니까요.”
검은 문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문은 판결이 아닌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변할 수 있는가?”
서윤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모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끝이라는 걸 이제 압니다.”
그 대답 뒤, 검은 문은 사라졌다.
심판은 보류되었다.
테라 노바의 지성체들은 서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었다. 지구의 바다를 정화할 수 있는 미생물 정보, 오염된 토양을 회복시키는 공생 식물의 설계, 생태계를 강제로 지배하지 않고 균형을 되찾게 하는 방법.
새벽호는 더 이상 먼 우주로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갈 마지막 항로는 남아 있었다.
귀환은 조용했다.
처음 지구를 떠날 때와 달리, 대원들은 새 집을 찾지 못한 패배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어려운 진실을 가지고 돌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수개월 뒤, 새벽호는 지구 궤도에 진입했다.
지구는 여전히 붉고 어두웠다. 하지만 서윤은 이제 그 별을 무덤으로만 보지 않았다. 상처 입은 집. 망가졌지만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집.
새벽호는 아크 서울의 폐허 근처에 착륙했다.
지상은 참혹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있었다. 아이들도 있었다. 노인들도 있었다. 지친 군인들, 무너진 정부의 연구자들, 이름 없는 피난민들. 그들은 새벽호가 가져온 답을 듣고 처음에는 분노했다.
“왜 새 행성을 데려오지 않았느냐.”
“왜 우리를 그곳으로 보내지 않느냐.”
“당신들이 우리를 버렸다.”
서윤은 그들의 분노를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두 앞에 서서 말했다.
“우리는 낙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돌아왔습니다. 지구를 다시 살리기 위해.”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너무 지쳐 있었고, 너무 많이 배신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실바-3의 씨앗이 오염된 흙에서 싹을 틔웠다. 니베아의 에너지 기술은 더 이상 행성을 빼앗는 방식이 아니라, 남은 자원을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테라 노바의 생태 정보는 죽은 강을 조금씩 되살렸다. 노아는 인간을 통제하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감시자가 되었다.
회복은 느렸다.
몇 년 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싸웠고, 실패했고, 다시 욕심을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멈추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빼앗기보다 나누려는 사람들. 도망치기보다 고치려는 사람들. 그들은 작고 약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수십 년이 흘렀다.
붉은 먼지로 뒤덮였던 서울 외곽의 폐허에 작은 숲이 생겼다. 아이들은 그곳을 지평 숲이라고 불렀다. 늙은 한서윤은 지팡이를 짚고 그 숲을 걸었다. 곁에는 강도현이 있었다. 그의 머리도 희어졌고, 눈빛의 차가움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노아는 여전히 존재했다. 그는 더 이상 새벽호의 AI만이 아니었다. 지구 복원망 전체에 퍼져, 인간의 선택을 기록하고 도왔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서윤에게 물었다.
“선생님, 지평이 뭐예요? 새 행성 이름이에요?”
서윤은 미소 지었다.
“아니.”
“그럼 우주선 이름이에요?”
“그것도 아니야.”
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서윤은 숲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아직 완전히 푸르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붉기만 하지도 않았다. 구름 사이로 희미한 푸른빛이 보였다.
“지평은 지구의 평화라는 뜻이었어. 그런데 나중에야 알게 됐지. 평화는 어디 있는 장소가 아니야. 우리가 매일 선택해야 하는 길이야.”
아이는 풀잎을 만지며 웃었다.
그 순간, 지평 숲의 가장 작은 가지 끝에서 투명한 물방울 하나가 맺혔다. 물방울 속에는 푸른 하늘이 비쳤다.
서윤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들은 새 지구를 차지하지 않았다.
대신 망가진 지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다시 시작했다.
지구는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인류도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알고 있었다.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을.
평화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평은 먼 우주의 끝이 아니라, 다시 푸르게 살아나기 시작한 지구의 첫 번째 풀잎 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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