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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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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호가 발견한 행성은 지구와 완전히 똑같았다. 그곳에서 서윤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세계의 자신을 만나고, 대원들은 각자 선택하지 못한 삶의 유혹에 빠진다.
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그 행성을 처음 본 순간, 함교에 있던 모두가 말을 잃었다.
그것은 지구였다.
대륙의 모양도, 바다의 위치도, 구름의 흐름도 지구와 같았다. 달도 있었다. 자전 속도도 비슷했고, 대기 조성도 거의 동일했다. 노아는 여러 번 분석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행성 구조, 지형, 위성 배치, 해양 비율 모두 지구와 99.2퍼센트 일치.”
마테오는 작게 웃었다.
“우리가 돌아온 건 아니죠?”
엘레나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불가능해요. 좌표상 여기는 지구에서 수백 광년 떨어진 곳이에요.”
그들은 그 행성을 거울지구라고 불렀다.
착륙 지점은 서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과 똑같은 도시였다. 하지만 그곳은 무너지지 않았다. 한강 다리는 멀쩡했고, 도로에는 차들이 질서 있게 움직였으며, 사람들은 평범한 하루를 살고 있었다. 하늘은 푸르고, 건물의 유리창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서윤은 착륙선에서 내려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가 알던 서울이었다. 전쟁 전의 서울. 아니, 전쟁이 영원히 오지 않은 서울.
대원들은 신분을 숨기고 도시를 조사했다. 이 세계에서는 2026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국제 분쟁은 있었지만, 극적인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고, 인공지능 병기 규제 조약이 통과되었다. 기후 위기 대응도 늦었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세계의 한서윤도 살아 있었다.
서윤은 연구소 앞에서 자신과 똑같은 여자를 보았다. 흰 가운을 입고, 커피를 들고, 누군가와 웃으며 대화하는 여자. 그녀의 얼굴에는 전쟁의 그림자가 없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눈빛도 없었다.
서윤은 숨을 삼켰다.
그녀는 자신이 살 수도 있었던 삶을 보고 있었다.
강도현도 마찬가지였다. 이 세계의 강도현은 군인이 아니었다. 그는 재난 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전장에서 사람을 죽인 적이 없고, 부하들을 잃은 적도 없었다.
마테오는 작은 병원에서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었다. 엘레나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미라는 국제 언어 보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었다.
모든 대원에게 이 세계는 잔인했다.
행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윤은 결국 이 세계의 자신을 만났다. 두 사람은 연구소 옥상에서 마주 앉았다. 같은 얼굴, 다른 눈빛. 거울지구의 서윤은 처음에는 믿지 못했지만, 곧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당신 세계의 나는 행복했나요?”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거울지구의 서윤은 조용히 말했다.
“아니군요.”
서윤은 눈을 감았다.
“우리 지구는 무너졌어요. 전쟁이 났고, 사람들은 죽었고, 우리는 새 행성을 찾기 위해 떠났어요.”
“그럼 왜 여기 왔나요?”
“우연히 발견했어요.”
거울지구의 서윤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정말 우연일까요?”
그날 밤, 도시의 모습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리의 사람들은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신호등은 정확히 33초마다 바뀌었고, 카페의 손님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뉴스 화면의 날짜는 바뀌지 않았다.
아미라는 이 세계의 언어 데이터에서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다.
“이건 자연 발생한 문명이 아니에요. 거대한 모의실험이에요.”
거울지구는 실제 평행세계가 아니었다. 행성 전체가 만들어낸 시뮬레이션이었다. 물질도 있었고, 사람도 있었지만, 모든 것은 방문자의 기억과 후회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목적은 하나였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능했을 미래를 보여주는 것.
대원들은 흔들렸다. 일부는 이곳에 남고 싶어 했다. 여기서는 죽은 가족이 살아 있었다. 죄책감이 없었다. 실패가 없었다. 모든 것이 회복되어 있었다.
마테오는 울면서 말했다.
“가짜라도 상관없다면요? 고통 없는 가짜가 고통뿐인 진짜보다 나쁩니까?”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 역시 이곳에 남고 싶었다. 거울지구의 집에는 부모가 있었다. 동생 지우가 있었다. 식탁에는 따뜻한 밥이 있었고, 아무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날 밤, 지우가 말했다.
“언니, 이제 그만해. 여기 있으면 돼.”
서윤은 지우를 안고 울었다. 하지만 눈물 속에서도 그녀는 알았다. 이것은 용서가 아니라 도피였다.
다음 날, 거울지구의 하늘이 갈라졌다.
도시 위로 거대한 눈처럼 생긴 빛의 구조가 나타났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감정으로 대원들에게 질문했다.
“너희는 어떤 세계를 원하나.”
서윤은 대답했다.
“진짜 세계.”
“진짜 세계는 고통스럽다.”
“알아요.”
“진짜 세계에는 너희의 죄가 남아 있다.”
“그래서 돌아가야 해요.”
거울지구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가족을 보여주었다. 부모와 동생, 해치 앞에서 버려졌던 아이, 지구에 남겨진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누구를 구하려 하느냐?”
서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적어도 더 이상 아무도 가짜 낙원에 묻어두지 않을 거예요.”
그 말과 함께 거울지구의 도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빛으로 변했고, 건물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대원들은 새벽호로 돌아왔다.
거울지구는 점점 투명해졌다. 마지막 순간, 그것은 지구의 모습이 아니라 거대한 장치의 모습으로 변했다. 검은 문과 같은 문양이 행성 중심에서 떠올랐다.
노아가 분석했다.
“심리 평가용 관찰 구조물로 추정됩니다.”
엘레나가 물었다.
“누가 만든 거지?”
노아는 잠시 침묵했다.
“검은 문과 동일한 기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윤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분명히 누군가가 만든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거울지구가 사라지기 전, 서윤의 통신기에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도망치지 않는 종은 드물다.
심판까지 네 단계 남음.
서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를 시험하고 있어.”
강도현이 말했다.
“그럼 통과해야죠.”
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시험을 만든 존재에게 물어야 해요. 왜 우리를 심판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지.”
그것은 지구였다.
대륙의 모양도, 바다의 위치도, 구름의 흐름도 지구와 같았다. 달도 있었다. 자전 속도도 비슷했고, 대기 조성도 거의 동일했다. 노아는 여러 번 분석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행성 구조, 지형, 위성 배치, 해양 비율 모두 지구와 99.2퍼센트 일치.”
마테오는 작게 웃었다.
“우리가 돌아온 건 아니죠?”
엘레나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불가능해요. 좌표상 여기는 지구에서 수백 광년 떨어진 곳이에요.”
그들은 그 행성을 거울지구라고 불렀다.
착륙 지점은 서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과 똑같은 도시였다. 하지만 그곳은 무너지지 않았다. 한강 다리는 멀쩡했고, 도로에는 차들이 질서 있게 움직였으며, 사람들은 평범한 하루를 살고 있었다. 하늘은 푸르고, 건물의 유리창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서윤은 착륙선에서 내려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가 알던 서울이었다. 전쟁 전의 서울. 아니, 전쟁이 영원히 오지 않은 서울.
대원들은 신분을 숨기고 도시를 조사했다. 이 세계에서는 2026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국제 분쟁은 있었지만, 극적인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고, 인공지능 병기 규제 조약이 통과되었다. 기후 위기 대응도 늦었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세계의 한서윤도 살아 있었다.
서윤은 연구소 앞에서 자신과 똑같은 여자를 보았다. 흰 가운을 입고, 커피를 들고, 누군가와 웃으며 대화하는 여자. 그녀의 얼굴에는 전쟁의 그림자가 없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의 눈빛도 없었다.
서윤은 숨을 삼켰다.
그녀는 자신이 살 수도 있었던 삶을 보고 있었다.
강도현도 마찬가지였다. 이 세계의 강도현은 군인이 아니었다. 그는 재난 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전장에서 사람을 죽인 적이 없고, 부하들을 잃은 적도 없었다.
마테오는 작은 병원에서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었다. 엘레나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미라는 국제 언어 보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었다.
모든 대원에게 이 세계는 잔인했다.
행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윤은 결국 이 세계의 자신을 만났다. 두 사람은 연구소 옥상에서 마주 앉았다. 같은 얼굴, 다른 눈빛. 거울지구의 서윤은 처음에는 믿지 못했지만, 곧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당신 세계의 나는 행복했나요?”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거울지구의 서윤은 조용히 말했다.
“아니군요.”
서윤은 눈을 감았다.
“우리 지구는 무너졌어요. 전쟁이 났고, 사람들은 죽었고, 우리는 새 행성을 찾기 위해 떠났어요.”
“그럼 왜 여기 왔나요?”
“우연히 발견했어요.”
거울지구의 서윤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정말 우연일까요?”
그날 밤, 도시의 모습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리의 사람들은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신호등은 정확히 33초마다 바뀌었고, 카페의 손님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뉴스 화면의 날짜는 바뀌지 않았다.
아미라는 이 세계의 언어 데이터에서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다.
“이건 자연 발생한 문명이 아니에요. 거대한 모의실험이에요.”
거울지구는 실제 평행세계가 아니었다. 행성 전체가 만들어낸 시뮬레이션이었다. 물질도 있었고, 사람도 있었지만, 모든 것은 방문자의 기억과 후회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목적은 하나였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능했을 미래를 보여주는 것.
대원들은 흔들렸다. 일부는 이곳에 남고 싶어 했다. 여기서는 죽은 가족이 살아 있었다. 죄책감이 없었다. 실패가 없었다. 모든 것이 회복되어 있었다.
마테오는 울면서 말했다.
“가짜라도 상관없다면요? 고통 없는 가짜가 고통뿐인 진짜보다 나쁩니까?”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 역시 이곳에 남고 싶었다. 거울지구의 집에는 부모가 있었다. 동생 지우가 있었다. 식탁에는 따뜻한 밥이 있었고, 아무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날 밤, 지우가 말했다.
“언니, 이제 그만해. 여기 있으면 돼.”
서윤은 지우를 안고 울었다. 하지만 눈물 속에서도 그녀는 알았다. 이것은 용서가 아니라 도피였다.
다음 날, 거울지구의 하늘이 갈라졌다.
도시 위로 거대한 눈처럼 생긴 빛의 구조가 나타났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감정으로 대원들에게 질문했다.
“너희는 어떤 세계를 원하나.”
서윤은 대답했다.
“진짜 세계.”
“진짜 세계는 고통스럽다.”
“알아요.”
“진짜 세계에는 너희의 죄가 남아 있다.”
“그래서 돌아가야 해요.”
거울지구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가족을 보여주었다. 부모와 동생, 해치 앞에서 버려졌던 아이, 지구에 남겨진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누구를 구하려 하느냐?”
서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적어도 더 이상 아무도 가짜 낙원에 묻어두지 않을 거예요.”
그 말과 함께 거울지구의 도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빛으로 변했고, 건물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대원들은 새벽호로 돌아왔다.
거울지구는 점점 투명해졌다. 마지막 순간, 그것은 지구의 모습이 아니라 거대한 장치의 모습으로 변했다. 검은 문과 같은 문양이 행성 중심에서 떠올랐다.
노아가 분석했다.
“심리 평가용 관찰 구조물로 추정됩니다.”
엘레나가 물었다.
“누가 만든 거지?”
노아는 잠시 침묵했다.
“검은 문과 동일한 기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윤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분명히 누군가가 만든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거울지구가 사라지기 전, 서윤의 통신기에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도망치지 않는 종은 드물다.
심판까지 네 단계 남음.
서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를 시험하고 있어.”
강도현이 말했다.
“그럼 통과해야죠.”
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시험을 만든 존재에게 물어야 해요. 왜 우리를 심판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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