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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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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호가 도착한 첫 번째 행성 에덴-7은 지구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동물도, 사람도, 죽음의 흔적도 없이 오직 누군가의 기억만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냉동수면에서 깨어난 서윤은 처음에 자신이 아직 꿈속에 있는 줄 알았다.
눈앞의 화면에는 푸른 행성이 떠 있었다. 흰 구름이 느리게 흘렀고, 바다는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대륙에는 짙은 초록빛 숲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붉은 먼지에 뒤덮였던 지구와 달리, 그곳은 너무 깨끗했다.
노아의 목소리가 함교에 울렸다.
“목적지 도착. 행성명 에덴-7. 대기 조성은 지구와 92.8퍼센트 유사. 평균 중력은 지구의 0.96배. 표면 수자원 풍부. 방사능 수치 안정. 미생물 반응 일부 확인.”
마테오가 아직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중얼거렸다.
“낙원이네.”
엘레나는 화면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너무 낙원 같은 게 문제야.”
서윤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주는 친절하지 않았다. 지구와 거의 같은 행성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그런데 첫 번째 후보가 이렇게 완벽하다면, 그것은 축복이라기보다 함정처럼 느껴졌다.
탐사팀은 착륙선을 타고 행성 표면으로 내려갔다.
에덴-7의 하늘은 맑았다. 공기는 부드러웠고, 바람에는 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서윤은 헬멧의 외부 감지기를 확인한 뒤 천천히 보호 장비를 해제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그 행성의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 폐 안쪽까지 차가운 생명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호흡 가능.”
그 말이 통신망을 타고 퍼지자 대원들 사이에 작은 탄성이 흘렀다.
인류는 어쩌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미라가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조용해요.”
모두가 멈춰 섰다.
정말 그랬다. 숲이 있었다. 풀도 있었다. 나무도 있었다. 바람도 불었다. 그런데 새소리가 없었다. 벌레 소리도 없었다. 동물이 지나가는 소리도 없었다. 나뭇잎은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조차 소리를 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테오가 농담처럼 말했다.
“행성 전체가 숨바꼭질 중인 건가?”
아무도 웃지 않았다.
탐사팀은 숲을 지나 넓은 평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도시를 발견했다.
도시는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유리처럼 투명한 탑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고, 도로는 깨끗했다. 광장에는 분수대가 있었지만 물은 흐르지 않았다. 집의 문은 열려 있었고, 의자와 식기, 장식품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없었다.
시체도 없었다. 피도 없었다. 싸움의 흔적도, 대피의 흔적도, 재난의 흔적도 없었다. 마치 도시 전체의 주민들이 어느 순간 공기처럼 사라진 것 같았다.
서윤은 어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에는 말라붙지 않은 과일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벽에는 가족사진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사진 속 얼굴들은 모두 흐려져 있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얼굴만 지운 듯했다.
아미라는 도시 중앙의 거대한 벽면에서 문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번역 장비를 연결하고 해석을 시작했다.
“문장 구조가 이상해요. 반복되는 문구가 있어요.”
“뭐라고 되어 있죠?”
아미라가 천천히 읽었다.
“우리는 떠난 것이 아니다. 지워졌다.”
그 순간 통신기에서 잡음이 들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전파 간섭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그 잡음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서윤은 굳어버렸다.
그 목소리는 그녀의 동생, 한지우의 목소리였다. 전쟁 중 실종된 동생.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는 아이.
“언니, 왜 나 두고 갔어?”
서윤의 손이 떨렸다.
“노아, 이 신호 분석해.”
노아가 대답했다.
“외부 전파 신호가 아닙니다. 통신 장치 내부에서 생성되고 있습니다.”
강도현이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모두 통신기 끄십시오.”
하지만 통신기를 꺼도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헬멧 안쪽에서 들렸다.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것처럼 선명했다.
마테오는 죽은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엘레나는 오래전 사고로 죽은 동료의 목소리를 들었다. 강도현은 자신이 전장에서 쏘았던 사람들의 마지막 숨소리를 들었다.
에덴-7은 비어 있는 행성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기억이 있었다.
그날 밤, 탐사팀은 도시 외곽에 임시 기지를 세웠다. 하지만 아무도 잠들지 못했다. 도시의 창문마다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졌지만, 멀리서 보면 분명 누군가가 그 안에서 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윤은 꿈을 꾸었다.
그녀는 서울의 집에 있었다. 전쟁 전의 집. 식탁에는 따뜻한 밥이 있었고, 동생 지우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언니, 여기는 안전해.”
지우가 말했다.
“여기 남으면 돼.”
서윤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지우의 얼굴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사진 속 사람들처럼, 얼굴만 지워지고 있었다.
“너 누구야?”
서윤이 물었다.
지우의 입이 찢어지듯 벌어졌다.
“너희가 기억하는 사람.”
서윤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다음 날, 대원 하나가 사라졌다. 생물분석 담당 리 웨이였다. 그의 발자국은 도시 중앙의 광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전날까지 없던 문이 생겨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검은 계단이었다.
강도현은 철수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윤은 리 웨이를 버리고 갈 수 없었다. 결국 소규모 팀이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거대한 저장소가 있었다. 벽면마다 투명한 수정 같은 물질이 박혀 있었고, 그 안에는 빛나는 장면들이 갇혀 있었다. 아이가 웃는 장면, 노인이 잠드는 장면, 연인이 손을 잡는 장면, 전쟁이 일어나는 장면, 도시가 사라지는 장면.
아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 보관소예요.”
에덴-7의 문명은 육체를 잃기 전, 자신들의 모든 기억을 행성 깊은 곳에 저장했다. 그러나 저장된 기억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생명은 사라졌지만, 기억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기억은 새로운 방문자의 기억을 먹으며 자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리 웨이는 그 안에 있었다.
그는 투명한 수정 앞에 앉아 어머니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오래전 죽은 사람이었다. 리 웨이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나는 안 돌아갈래요. 여기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어요.”
마테오가 그를 붙잡으려 하자, 저장소 전체가 울렸다.
수천, 수만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말했다.
“떠나지 마.”
“기억을 두고 가.”
“너희의 슬픔을 남겨.”
그 순간 벽면의 수정 속에 서윤의 기억이 나타났다. 해치 앞에서 아이를 안고 울부짖던 여자. 닫히던 문. 떠오르던 새벽호. 그리고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순간.
에덴-7은 그녀의 죄책감을 알고 있었다.
서윤은 무너질 뻔했다. 여기 남으면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죽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 두고 온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가 아니었다.
서윤은 리 웨이의 뺨을 때렸다.
“깨어나요. 저건 어머니가 아니에요. 당신이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마음을 흉내 내는 거예요.”
리 웨이는 울부짖었다. 그러나 서윤은 그를 끌고 나왔다.
저장소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수정들이 깨지며 수많은 기억이 빛처럼 흩어졌다. 대원들은 간신히 지상으로 탈출했다.
새벽호로 돌아온 뒤, 노아는 에덴-7을 거주 불가 행성으로 분류했다.
“물리적 조건은 적합하나, 행성 기억체의 정신 간섭으로 장기 생존 불가능.”
함교는 침묵에 잠겼다.
에덴-7은 낙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은 문명이 남긴 거대한 무덤이었다. 너무 많은 기억이 썩지 않고 남아 있는 행성. 떠나지 못한 자들의 영혼 같은 것이 행성 전체에 달라붙어 있었다.
서윤은 마지막으로 에덴-7을 바라보았다.
그 아름다운 행성은 여전히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알았다. 겉으로 가장 지구와 닮은 행성이 반드시 인류의 집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새벽호가 다시 워프 항로에 들어가기 직전, 노아가 새로운 분석 결과를 띄웠다.
“에덴-7의 지하 기억 보관소에서 지구 관련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서윤이 고개를 들었다.
“지구?”
“기록 시점은 약 3만 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엘레나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미라는 창백한 얼굴로 번역된 문장을 읽었다.
첫 번째 실험 행성, 푸른 별.
관찰명: 지구.
결과: 반복 가능성 높음.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인류는 우주로 처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에게 관찰당하고 있었다.
눈앞의 화면에는 푸른 행성이 떠 있었다. 흰 구름이 느리게 흘렀고, 바다는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대륙에는 짙은 초록빛 숲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붉은 먼지에 뒤덮였던 지구와 달리, 그곳은 너무 깨끗했다.
노아의 목소리가 함교에 울렸다.
“목적지 도착. 행성명 에덴-7. 대기 조성은 지구와 92.8퍼센트 유사. 평균 중력은 지구의 0.96배. 표면 수자원 풍부. 방사능 수치 안정. 미생물 반응 일부 확인.”
마테오가 아직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중얼거렸다.
“낙원이네.”
엘레나는 화면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너무 낙원 같은 게 문제야.”
서윤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주는 친절하지 않았다. 지구와 거의 같은 행성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그런데 첫 번째 후보가 이렇게 완벽하다면, 그것은 축복이라기보다 함정처럼 느껴졌다.
탐사팀은 착륙선을 타고 행성 표면으로 내려갔다.
에덴-7의 하늘은 맑았다. 공기는 부드러웠고, 바람에는 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서윤은 헬멧의 외부 감지기를 확인한 뒤 천천히 보호 장비를 해제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그 행성의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 폐 안쪽까지 차가운 생명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호흡 가능.”
그 말이 통신망을 타고 퍼지자 대원들 사이에 작은 탄성이 흘렀다.
인류는 어쩌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미라가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조용해요.”
모두가 멈춰 섰다.
정말 그랬다. 숲이 있었다. 풀도 있었다. 나무도 있었다. 바람도 불었다. 그런데 새소리가 없었다. 벌레 소리도 없었다. 동물이 지나가는 소리도 없었다. 나뭇잎은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조차 소리를 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테오가 농담처럼 말했다.
“행성 전체가 숨바꼭질 중인 건가?”
아무도 웃지 않았다.
탐사팀은 숲을 지나 넓은 평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도시를 발견했다.
도시는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유리처럼 투명한 탑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고, 도로는 깨끗했다. 광장에는 분수대가 있었지만 물은 흐르지 않았다. 집의 문은 열려 있었고, 의자와 식기, 장식품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없었다.
시체도 없었다. 피도 없었다. 싸움의 흔적도, 대피의 흔적도, 재난의 흔적도 없었다. 마치 도시 전체의 주민들이 어느 순간 공기처럼 사라진 것 같았다.
서윤은 어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에는 말라붙지 않은 과일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벽에는 가족사진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사진 속 얼굴들은 모두 흐려져 있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얼굴만 지운 듯했다.
아미라는 도시 중앙의 거대한 벽면에서 문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번역 장비를 연결하고 해석을 시작했다.
“문장 구조가 이상해요. 반복되는 문구가 있어요.”
“뭐라고 되어 있죠?”
아미라가 천천히 읽었다.
“우리는 떠난 것이 아니다. 지워졌다.”
그 순간 통신기에서 잡음이 들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전파 간섭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그 잡음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서윤은 굳어버렸다.
그 목소리는 그녀의 동생, 한지우의 목소리였다. 전쟁 중 실종된 동생.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는 아이.
“언니, 왜 나 두고 갔어?”
서윤의 손이 떨렸다.
“노아, 이 신호 분석해.”
노아가 대답했다.
“외부 전파 신호가 아닙니다. 통신 장치 내부에서 생성되고 있습니다.”
강도현이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모두 통신기 끄십시오.”
하지만 통신기를 꺼도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헬멧 안쪽에서 들렸다.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것처럼 선명했다.
마테오는 죽은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엘레나는 오래전 사고로 죽은 동료의 목소리를 들었다. 강도현은 자신이 전장에서 쏘았던 사람들의 마지막 숨소리를 들었다.
에덴-7은 비어 있는 행성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기억이 있었다.
그날 밤, 탐사팀은 도시 외곽에 임시 기지를 세웠다. 하지만 아무도 잠들지 못했다. 도시의 창문마다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졌지만, 멀리서 보면 분명 누군가가 그 안에서 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윤은 꿈을 꾸었다.
그녀는 서울의 집에 있었다. 전쟁 전의 집. 식탁에는 따뜻한 밥이 있었고, 동생 지우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언니, 여기는 안전해.”
지우가 말했다.
“여기 남으면 돼.”
서윤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지우의 얼굴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사진 속 사람들처럼, 얼굴만 지워지고 있었다.
“너 누구야?”
서윤이 물었다.
지우의 입이 찢어지듯 벌어졌다.
“너희가 기억하는 사람.”
서윤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다음 날, 대원 하나가 사라졌다. 생물분석 담당 리 웨이였다. 그의 발자국은 도시 중앙의 광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전날까지 없던 문이 생겨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검은 계단이었다.
강도현은 철수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윤은 리 웨이를 버리고 갈 수 없었다. 결국 소규모 팀이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거대한 저장소가 있었다. 벽면마다 투명한 수정 같은 물질이 박혀 있었고, 그 안에는 빛나는 장면들이 갇혀 있었다. 아이가 웃는 장면, 노인이 잠드는 장면, 연인이 손을 잡는 장면, 전쟁이 일어나는 장면, 도시가 사라지는 장면.
아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 보관소예요.”
에덴-7의 문명은 육체를 잃기 전, 자신들의 모든 기억을 행성 깊은 곳에 저장했다. 그러나 저장된 기억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생명은 사라졌지만, 기억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기억은 새로운 방문자의 기억을 먹으며 자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리 웨이는 그 안에 있었다.
그는 투명한 수정 앞에 앉아 어머니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오래전 죽은 사람이었다. 리 웨이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나는 안 돌아갈래요. 여기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어요.”
마테오가 그를 붙잡으려 하자, 저장소 전체가 울렸다.
수천, 수만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말했다.
“떠나지 마.”
“기억을 두고 가.”
“너희의 슬픔을 남겨.”
그 순간 벽면의 수정 속에 서윤의 기억이 나타났다. 해치 앞에서 아이를 안고 울부짖던 여자. 닫히던 문. 떠오르던 새벽호. 그리고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순간.
에덴-7은 그녀의 죄책감을 알고 있었다.
서윤은 무너질 뻔했다. 여기 남으면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죽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 두고 온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가 아니었다.
서윤은 리 웨이의 뺨을 때렸다.
“깨어나요. 저건 어머니가 아니에요. 당신이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마음을 흉내 내는 거예요.”
리 웨이는 울부짖었다. 그러나 서윤은 그를 끌고 나왔다.
저장소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수정들이 깨지며 수많은 기억이 빛처럼 흩어졌다. 대원들은 간신히 지상으로 탈출했다.
새벽호로 돌아온 뒤, 노아는 에덴-7을 거주 불가 행성으로 분류했다.
“물리적 조건은 적합하나, 행성 기억체의 정신 간섭으로 장기 생존 불가능.”
함교는 침묵에 잠겼다.
에덴-7은 낙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은 문명이 남긴 거대한 무덤이었다. 너무 많은 기억이 썩지 않고 남아 있는 행성. 떠나지 못한 자들의 영혼 같은 것이 행성 전체에 달라붙어 있었다.
서윤은 마지막으로 에덴-7을 바라보았다.
그 아름다운 행성은 여전히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알았다. 겉으로 가장 지구와 닮은 행성이 반드시 인류의 집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새벽호가 다시 워프 항로에 들어가기 직전, 노아가 새로운 분석 결과를 띄웠다.
“에덴-7의 지하 기억 보관소에서 지구 관련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서윤이 고개를 들었다.
“지구?”
“기록 시점은 약 3만 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엘레나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미라는 창백한 얼굴로 번역된 문장을 읽었다.
첫 번째 실험 행성, 푸른 별.
관찰명: 지구.
결과: 반복 가능성 높음.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인류는 우주로 처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에게 관찰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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