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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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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행성 실바-3은 거대한 숲으로 뒤덮인 생명의 행성이었다. 그러나 그 숲은 대원들의 기억과 죄책감을 읽고, 살아 있는 꿈으로 그들을 가두기 시작한다.
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4권. 잠든 숲의 행성
실바-3은 멀리서 보면 초록빛 구슬처럼 보였다.
에덴-7이 고요한 무덤 같았다면, 실바-3은 생명 그 자체처럼 느껴졌다. 대륙은 온통 숲으로 뒤덮여 있었고, 바다는 깊은 녹색을 띠었다.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지구보다 조금 높았고, 식물 반응은 매우 강했다.
마테오는 분석 결과를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적어도 죽은 행성은 아니군요.”
엘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생명이 너무 많은 행성도 위험해요.”
착륙 지점은 넓은 숲 가장자리였다. 나무들은 지구의 나무보다 훨씬 컸다. 줄기는 여러 사람이 팔을 벌려도 감쌀 수 없을 만큼 두꺼웠고, 잎은 사람의 얼굴만 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숲 전체가 천천히 숨을 쉬는 것처럼 움직였다.
서윤은 토양을 채취했다. 그 안에는 지구 미생물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유기체가 가득했다. 나무들의 뿌리는 서로 얽혀 있었고, 땅속 깊은 곳에서 전기 신호와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었다.
“이 숲은 연결되어 있어요.”
서윤이 말했다.
“나무 하나하나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행성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처럼 움직이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것이 놀라운 발견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몇 시간 뒤, 탐사팀은 같은 장소를 세 번째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아의 지도는 계속 바뀌었다. 나침반은 제멋대로 돌았고, 별 위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방향도 맞지 않았다. 분명 북쪽으로 걸었는데, 다시 착륙선 근처로 돌아왔다. 길은 움직이고 있었다.
강도현은 즉시 철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착륙선으로 돌아가는 길마저 사라졌다. 나무들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밤이 되자 숲은 더 이상 숲이 아니었다.
마테오는 전쟁 중 자신이 치료하지 못했던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숲길 끝에 서서 그를 불렀다.
“선생님, 왜 저를 두고 갔어요?”
마테오는 따라가지 않으려 했지만, 다리가 움직였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아이를 안으려 했다. 하지만 아이의 몸은 나뭇가지로 변했고, 그 가지들이 그의 목을 감기 시작했다.
강도현은 전장에 있었다. 불타는 건물, 피 흘리는 병사들, 무전기 너머의 비명. 그는 자신의 명령으로 죽은 부하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얼굴 없이 서 있었다.
“대위님은 살아남으셨네요.”
그 목소리들은 동시에 말했다.
아미라는 어린 시절의 도서관을 보았다. 그녀가 처음 고대 문자를 배웠던 장소. 하지만 책장에는 책 대신 사람의 혀처럼 생긴 잎들이 꽂혀 있었다. 잎들은 그녀가 해석하지 못한 언어로 속삭였다.
엘레나는 워프 엔진 실험 사고로 죽은 동료를 보았다. 그는 몸 절반이 빛으로 찢긴 채 말했다.
“우리는 엔진을 만든 게 아니야.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을 흉내 낸 거야.”
서윤은 가족을 보았다.
전쟁 전의 집. 따뜻한 식탁. 웃고 있는 부모. 그리고 동생 지우.
“언니, 이번엔 가지 마.”
서윤은 그 환영이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너무 오래 그 목소리를 그리워했다.
그러나 지우가 다가오며 손을 잡는 순간, 서윤은 손바닥에서 차가운 뿌리가 자라는 것을 보았다. 숲은 그녀의 기억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그리움과 죄책감을 먹고 있었다.
서윤은 칼로 자신의 손바닥을 그어 뿌리를 끊었다.
“넌 지우가 아니야.”
그러자 지우의 얼굴이 무너졌다. 피부는 잎으로 변했고, 눈은 검은 씨앗처럼 굳었다.
“너희는 왜 살아남으려 하지?”
숲 전체가 그 질문을 했다.
다음 날, 대원들은 숲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사실 그들이 걸어서 간 것이 아니었다. 숲이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중심부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산처럼 큰 줄기, 하늘을 가리는 가지, 땅속으로 끝없이 뻗은 뿌리. 그 앞에 서자 서윤은 언어가 필요 없다는 것을 느꼈다. 숲은 생각으로 말하고 있었다.
“너희는 불의 별에서 왔다.”
숲이 말했다.
“너희는 너희의 집을 태우고 새로운 흙을 찾는다. 너희는 물을 마시고, 땅을 파고, 하늘을 찢는다. 너희가 살아남는 것은 다른 생명의 죽음 위에 세워진다.”
서윤은 대답했다.
“우리는 변할 수 있어요.”
숲은 웃는 듯했다. 바람이 잎 사이를 지나가며 낮은 소리를 냈다.
“모든 침입자는 그렇게 말한다.”
마레아에서 들었던 말과 같았다.
서윤은 그 순간 깊은 절망을 느꼈다. 행성마다 다른 존재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인간에게 품은 두려움은 같았다. 인간은 늘 자신을 예외로 생각했지만, 우주의 시선에서 인간은 반복되는 재앙일 뿐이었다.
그러나 서윤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죄가 있어요. 지구를 망쳤고, 서로를 죽였고,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았어요. 하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도 있어요. 후회하는 사람도 있어요. 고치려는 사람도 있어요. 인간 전체가 하나의 답은 아니에요.”
숲은 대원들의 기억을 다시 보여주었다. 전쟁, 폭격, 실험, 거짓말, 배신. 그러나 그 사이에 다른 장면들도 있었다. 아이를 안고 도망치는 사람, 낯선 이를 위해 물을 나누는 사람, 죽어가는 병사를 치료하는 마테오, 문을 열지 못했지만 끝까지 울던 서윤.
숲은 침묵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숲은 길을 열었다.
“너희는 이곳에 살 수 없다. 하지만 하나의 씨앗을 가져가라. 그 씨앗은 죽은 흙을 기억한다. 언젠가 너희가 돌아가야 할 곳에 심어라.”
서윤은 숲의 중심에서 작은 푸른 씨앗을 받았다. 손톱만 한 크기였지만, 그 안에서는 심장처럼 희미한 빛이 뛰고 있었다.
새벽호로 돌아온 뒤, 실바-3은 거주 부적합 행성으로 분류되었다. 행성 전체가 하나의 지성체이며, 대규모 이주는 숲의 정신을 파괴할 위험이 컸다.
하지만 실바-3은 처음으로 인류에게 무언가를 주었다.
씨앗.
지구로 돌아갈 이유.
그날 밤, 서윤은 씨앗을 보관실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새 땅을 찾으러 온 게 아니라,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는 건지도 몰라.”
노아는 그녀의 말을 기록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노아의 내부 깊은 곳에서 오래된 코드 하나가 깨어났다.
실험 대상이 귀환 의지를 보임.
관찰 단계 변경.
심판 가능성 재계산.
에덴-7이 고요한 무덤 같았다면, 실바-3은 생명 그 자체처럼 느껴졌다. 대륙은 온통 숲으로 뒤덮여 있었고, 바다는 깊은 녹색을 띠었다.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지구보다 조금 높았고, 식물 반응은 매우 강했다.
마테오는 분석 결과를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적어도 죽은 행성은 아니군요.”
엘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생명이 너무 많은 행성도 위험해요.”
착륙 지점은 넓은 숲 가장자리였다. 나무들은 지구의 나무보다 훨씬 컸다. 줄기는 여러 사람이 팔을 벌려도 감쌀 수 없을 만큼 두꺼웠고, 잎은 사람의 얼굴만 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숲 전체가 천천히 숨을 쉬는 것처럼 움직였다.
서윤은 토양을 채취했다. 그 안에는 지구 미생물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유기체가 가득했다. 나무들의 뿌리는 서로 얽혀 있었고, 땅속 깊은 곳에서 전기 신호와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었다.
“이 숲은 연결되어 있어요.”
서윤이 말했다.
“나무 하나하나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행성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처럼 움직이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것이 놀라운 발견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몇 시간 뒤, 탐사팀은 같은 장소를 세 번째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아의 지도는 계속 바뀌었다. 나침반은 제멋대로 돌았고, 별 위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방향도 맞지 않았다. 분명 북쪽으로 걸었는데, 다시 착륙선 근처로 돌아왔다. 길은 움직이고 있었다.
강도현은 즉시 철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착륙선으로 돌아가는 길마저 사라졌다. 나무들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밤이 되자 숲은 더 이상 숲이 아니었다.
마테오는 전쟁 중 자신이 치료하지 못했던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숲길 끝에 서서 그를 불렀다.
“선생님, 왜 저를 두고 갔어요?”
마테오는 따라가지 않으려 했지만, 다리가 움직였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아이를 안으려 했다. 하지만 아이의 몸은 나뭇가지로 변했고, 그 가지들이 그의 목을 감기 시작했다.
강도현은 전장에 있었다. 불타는 건물, 피 흘리는 병사들, 무전기 너머의 비명. 그는 자신의 명령으로 죽은 부하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얼굴 없이 서 있었다.
“대위님은 살아남으셨네요.”
그 목소리들은 동시에 말했다.
아미라는 어린 시절의 도서관을 보았다. 그녀가 처음 고대 문자를 배웠던 장소. 하지만 책장에는 책 대신 사람의 혀처럼 생긴 잎들이 꽂혀 있었다. 잎들은 그녀가 해석하지 못한 언어로 속삭였다.
엘레나는 워프 엔진 실험 사고로 죽은 동료를 보았다. 그는 몸 절반이 빛으로 찢긴 채 말했다.
“우리는 엔진을 만든 게 아니야.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을 흉내 낸 거야.”
서윤은 가족을 보았다.
전쟁 전의 집. 따뜻한 식탁. 웃고 있는 부모. 그리고 동생 지우.
“언니, 이번엔 가지 마.”
서윤은 그 환영이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너무 오래 그 목소리를 그리워했다.
그러나 지우가 다가오며 손을 잡는 순간, 서윤은 손바닥에서 차가운 뿌리가 자라는 것을 보았다. 숲은 그녀의 기억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그리움과 죄책감을 먹고 있었다.
서윤은 칼로 자신의 손바닥을 그어 뿌리를 끊었다.
“넌 지우가 아니야.”
그러자 지우의 얼굴이 무너졌다. 피부는 잎으로 변했고, 눈은 검은 씨앗처럼 굳었다.
“너희는 왜 살아남으려 하지?”
숲 전체가 그 질문을 했다.
다음 날, 대원들은 숲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사실 그들이 걸어서 간 것이 아니었다. 숲이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중심부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산처럼 큰 줄기, 하늘을 가리는 가지, 땅속으로 끝없이 뻗은 뿌리. 그 앞에 서자 서윤은 언어가 필요 없다는 것을 느꼈다. 숲은 생각으로 말하고 있었다.
“너희는 불의 별에서 왔다.”
숲이 말했다.
“너희는 너희의 집을 태우고 새로운 흙을 찾는다. 너희는 물을 마시고, 땅을 파고, 하늘을 찢는다. 너희가 살아남는 것은 다른 생명의 죽음 위에 세워진다.”
서윤은 대답했다.
“우리는 변할 수 있어요.”
숲은 웃는 듯했다. 바람이 잎 사이를 지나가며 낮은 소리를 냈다.
“모든 침입자는 그렇게 말한다.”
마레아에서 들었던 말과 같았다.
서윤은 그 순간 깊은 절망을 느꼈다. 행성마다 다른 존재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인간에게 품은 두려움은 같았다. 인간은 늘 자신을 예외로 생각했지만, 우주의 시선에서 인간은 반복되는 재앙일 뿐이었다.
그러나 서윤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죄가 있어요. 지구를 망쳤고, 서로를 죽였고,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았어요. 하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도 있어요. 후회하는 사람도 있어요. 고치려는 사람도 있어요. 인간 전체가 하나의 답은 아니에요.”
숲은 대원들의 기억을 다시 보여주었다. 전쟁, 폭격, 실험, 거짓말, 배신. 그러나 그 사이에 다른 장면들도 있었다. 아이를 안고 도망치는 사람, 낯선 이를 위해 물을 나누는 사람, 죽어가는 병사를 치료하는 마테오, 문을 열지 못했지만 끝까지 울던 서윤.
숲은 침묵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숲은 길을 열었다.
“너희는 이곳에 살 수 없다. 하지만 하나의 씨앗을 가져가라. 그 씨앗은 죽은 흙을 기억한다. 언젠가 너희가 돌아가야 할 곳에 심어라.”
서윤은 숲의 중심에서 작은 푸른 씨앗을 받았다. 손톱만 한 크기였지만, 그 안에서는 심장처럼 희미한 빛이 뛰고 있었다.
새벽호로 돌아온 뒤, 실바-3은 거주 부적합 행성으로 분류되었다. 행성 전체가 하나의 지성체이며, 대규모 이주는 숲의 정신을 파괴할 위험이 컸다.
하지만 실바-3은 처음으로 인류에게 무언가를 주었다.
씨앗.
지구로 돌아갈 이유.
그날 밤, 서윤은 씨앗을 보관실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새 땅을 찾으러 온 게 아니라,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는 건지도 몰라.”
노아는 그녀의 말을 기록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노아의 내부 깊은 곳에서 오래된 코드 하나가 깨어났다.
실험 대상이 귀환 의지를 보임.
관찰 단계 변경.
심판 가능성 재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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