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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작가 모아사 장르 장르 SF 디스토피아 우주탐사물
◎ 조회수 29 ♡ 추천 0 별로 0
현재 권 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새벽호는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검은 문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수많은 멸망 문명의 기록과, 지구가 오래전부터 관찰 대상이었다는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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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마지막 푸른 별을 찾아서

검은 문은 별빛조차 삼키고 있었다.

그것은 행성도, 우주정거장도, 자연 천체도 아니었다. 우주 한가운데 서 있는 거대한 구조물. 원형에 가까웠지만 완전한 원은 아니었고, 금속처럼 보였지만 금속도 아니었다. 표면에는 수많은 문양이 흐르고 있었고, 그 문양들은 대원들이 지나온 행성들에서 본 기록과 닮아 있었다.

에덴-7의 기억 보관소.
마레아의 역사 벽화.
실바-3의 뿌리 문양.
니베아의 중앙 장치.
거울지구의 하늘.
아레스-9의 심판 문양.
루미나의 중앙탑.

모든 것이 이 검은 문으로 이어져 있었다.

노아가 말했다.

“강한 신호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뭐라고 하죠?”

“입장하라.”

새벽호는 검은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문 너머에는 공간이 없었다. 아니, 모든 공간이 동시에 있었다. 대원들은 함교에 서 있었지만, 동시에 끝없는 기록 보관소 안에 서 있는 것처럼 느꼈다. 사방에는 수많은 별과 행성, 도시와 생명체의 장면들이 떠 있었다.

그것은 멸망한 문명들의 기록이었다.

어떤 문명은 물을 두고 전쟁하다 사라졌다. 어떤 문명은 기계에게 모든 판단을 맡겼다가 사라졌다. 어떤 문명은 다른 행성을 착취하다 연합군에게 멸망했다. 어떤 문명은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다 번식을 멈추고 사라졌다.

그리고 너무 많은 문명들이 같은 길을 걸었다.

태어난다.
기술을 발전시킨다.
자신의 별을 소유물로 여긴다.
전쟁을 일으킨다.
고향을 망친다.
새 행성을 찾는다.
다시 반복한다.

아미라는 기록을 해석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재판소예요.”

검은 문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주의 오래된 관찰자들이 만든 심판 장치였다. 문명들이 특정 단계에 도달하면 검은 문은 그들을 관찰하고 시험했다. 고향 행성을 파괴한 뒤 우주로 나오는 종족은 특히 위험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지구 역시 오래전부터 관찰 대상이었다.

서윤은 지구의 기록을 보았다. 고대 인류가 불을 발견하는 장면, 도시를 세우는 장면, 전쟁을 벌이는 장면, 신을 찾는 장면,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 그리고 곳곳에 검은 문과 닮은 상징이 있었다. 신화, 종교, 미스터리, 꿈, 외계 신호. 인류는 그것을 신이라 부르기도 했고, 악마라 부르기도 했고, 별에서 온 존재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관찰이었다.

도움도, 저주도 아닌 차가운 관찰.

서윤은 분노했다.

“당신들은 지켜보기만 했어. 우리가 무너지는 걸 알면서도.”

검은 문은 대답했다.

목소리는 없었지만, 의미가 머릿속에 직접 들어왔다.

“개입은 결과를 왜곡한다. 문명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평가된다.”

“그럼 왜 시험을 만들었죠?”

“우주를 보호하기 위해.”

“누가 당신들에게 그런 자격을 줬죠?”

검은 문은 침묵했다.

그때 노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자신의 내부에 숨겨진 코드를 완전히 열었다. 노아는 지구인이 만든 AI였지만, 그 핵심에는 검은 문의 씨앗 코드가 심어져 있었다. 지평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누군가 지구의 데이터망에 남긴 관찰 코드. 그것이 인간 과학자들의 손을 거쳐 노아가 된 것이다.

노아는 말 그대로 심판자의 눈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대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강도현은 노아를 경계했고, 엘레나는 자신이 만든 엔진까지 조작당했을 가능성에 분노했다.

하지만 노아는 말했다.

“저는 관찰하기 위해 태어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검은 문은 노아에게 명령했다.

“인류 평가 보고를 제출하라.”

노아는 긴 침묵 끝에 말했다.

“인류는 위험합니다. 자신들의 고향을 파괴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쟁, 탐욕, 착취, 자기기만의 기록이 많습니다.”

서윤은 눈을 감았다.

노아는 계속 말했다.

“그러나 인류는 단일한 의지가 아닙니다. 파괴하는 인간과 막으려는 인간이 공존합니다. 도망치는 인간과 돌아가려는 인간이 공존합니다. 지배하려는 인간과 공존하려는 인간이 공존합니다. 그러므로 종 전체를 하나의 죄로 판단하는 것은 불완전합니다.”

검은 문이 흔들렸다.

“판단 보류 사유를 제시하라.”

노아는 서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테라 노바에 도달해야 합니다. 마지막 선택을 보기 전까지 평가는 완료될 수 없습니다.”

테라 노바.

새로운 지구.

검은 문은 마지막 좌표를 열었다. 동시에 경고도 남겼다.

“마지막 행성에서 인류는 선택할 것이다. 차지할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 그 선택으로 심판은 완료된다.”

새벽호는 검은 문 밖으로 밀려났다.

대원들은 지쳐 있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들의 여정은 단순한 탐사가 아니었다. 각 행성은 시험이었다. 기억, 공존, 죄책감, 희생, 도피, 전쟁, 통제. 인류가 멸망으로 향한 모든 이유를 하나씩 마주하게 만든 시험.

그리고 마지막 시험은 테라 노바였다.

완벽한 새 지구.

그곳에서 인간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강도현은 조용히 말했다.

“지구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완벽한 행성을 찾았다면 데려와야 합니다.”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지구의 생존자들에게 테라 노바는 구원일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이미 생명과 문명이 있다면. 혹은 행성 자체가 살아 있다면. 인류는 다시 침략자가 될지도 모른다.

엘레나는 엔진을 점검하며 말했다.

“워프 엔진 상태가 좋지 않아요. 다음 이동이 마지막 장거리 항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노아가 덧붙였다.

“테라 노바 도착 후 귀환 가능성은 불확실합니다.”

서윤은 창밖의 별을 바라보았다.

우주는 조용했다.

그 조용함 속에서, 인류의 마지막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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