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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의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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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이 눈을 떴을 때, 그는 낯선 지하 시설 안에 누워 있었다. 천장은 낮았고, 벽면에는 여러 개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공기에는 소독약 냄새와 기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침대 옆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손목에는 작은 센서가 붙어 있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려 했다. “움직이지 않
태극의 각성자 3화 서울 습격
도윤이 눈을 떴을 때, 그는 낯선 지하 시설 안에 누워 있었다.
천장은 낮았고, 벽면에는 여러 개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공기에는 소독약 냄새와 기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침대 옆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손목에는 작은 센서가 붙어 있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려 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삼십대 후반쯤 되어 보였고, 안경 너머의 눈빛은 침착했다.
“저는 서하린입니다. 각성자 연구와 치료를 맡고 있습니다.”
“여긴 어디죠?”
“서울 지하에 있는 은신 기지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죠.”
도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남산, 드론, 폭발, 강태산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기절해 있었는지 물었다.
“열여섯 시간입니다.”
서하린이 대답했다.
“무리하게 힘을 썼어요. 당신의 능력은 아직 근육이 없는 팔과 같습니다. 큰 힘은 낼 수 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합니다.”
도윤은 링거 바늘을 빼려 했다.
“집에 가야 합니다.”
“이미 위험합니다.”
문이 열리고 강태산이 들어왔다.
그는 평소보다 더 피곤해 보였다. 손에는 파일 몇 개가 들려 있었다.
“블랙마스크가 당신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도윤은 굳었다.
“가족은요?”
“어머니는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회사 동료들도 아직 직접적인 위협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도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이 모든 일에 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머니, 친구, 회사 동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강태산은 파일을 건넸다.
“블랙마스크가 서울에 두 번째 작전을 준비 중입니다.”
도윤은 파일을 열었다.
첫 장에는 서울 시내 지하철 노선도가 있었다. 붉은 표시가 찍힌 곳은 시청역, 강남역, 홍대입구역, 잠실역이었다.
도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동시에 테러를 하려는 겁니까?”
“그보다 더 나쁩니다.”
강태산이 말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해 각성자를 강제로 만들어내려 합니다.”
각성자는 극한 상황에서 깨어난다.
강태산은 그렇게 설명했다. 죽음의 위기, 극심한 공포, 감당할 수 없는 상실. 블랙마스크는 그것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수많은 사람을 공포에 몰아넣고, 그중에서 쓸모 있는 능력자를 골라내려는 계획이었다.
도윤은 파일을 움켜쥐었다.
“사람을 실험쥐처럼 쓰겠다는 거네요.”
“그들에게 인간은 자원일 뿐입니다.”
서하린이 조용히 말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버리고, 능력이 생긴 사람은 납치합니다.”
도윤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어제까지 그는 뉴스를 보며 세상이 무섭다고 말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무서운 세상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왔다.
강태산은 모니터를 켰다.
서울 지하철 실시간 CCTV가 여러 화면에 나타났다. 출근길 사람들로 가득한 플랫폼,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 커피를 든 직장인, 아이 손을 잡은 부모.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경찰에 알리면 안 됩니까?”
“이미 일부는 알렸습니다. 하지만 블랙마스크는 내부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정보가 새면 작전 시간이 앞당겨집니다.”
도윤은 모니터 속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평범했다. 자신처럼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누군가의 실험 대상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강태산의 눈빛이 변했다.
“네가 직접 현장에 들어가야 한다.”
“아직 훈련도 못 받았습니다.”
“그래서 혼자 보내지 않을 겁니다.”
문이 열리고 한 청년이 들어왔다.
짧은 머리, 검은 전투복, 장난기 있는 눈매. 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민재우. 능력은 전기입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파란 스파크가 튀었다.
뒤이어 키가 큰 여자가 들어왔다.
차가운 표정, 묶은 머리, 허리춤의 짧은 검. 그녀는 짧게 말했다.
“이유나. 금속 조작.”
강태산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가 서울 방어팀이다.”
도윤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첫 번째 신호는 오전 8시 17분, 시청역에서 포착되었다.
검은 배낭을 멘 남자가 플랫폼 끝에 서 있었다. 그는 열차가 들어오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CCTV 속 그의 주변으로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둘 굳어갔다.
서하린이 말했다.
“공포 증폭 장치입니다. 작은 전파로 사람들의 불안 반응을 자극하고 있어요.”
도윤과 민재우, 이유나는 지하철 통로를 빠르게 달렸다.
도윤은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역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방송에서는 열차 지연 안내가 반복되고 있었다.
플랫폼에 도착한 순간, 도윤은 숨이 막혔다.
사람들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불안, 짜증, 공포, 분노가 폭풍처럼 머릿속을 때렸다. 그는 잠시 비틀거렸다.
이유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버텨. 지금 네가 쓰러지면 끝이야.”
민재우는 배낭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남자는 갑자기 웃었다. 그 웃음은 사람의 웃음이라기보다 녹음된 소리처럼 건조했다. 그는 배낭에서 검은 구체를 꺼냈다.
“각성 실험 개시.”
구체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도윤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공포가 너무 강했다. 힘이 모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수백 명의 비명이 엉켜 들어왔다.
그때 이유나가 바닥의 금속 난간을 찢어내듯 끌어올렸다.
금속 막대들이 뱀처럼 움직이며 배낭 남자의 팔을 감았다. 민재우는 전기를 쏘아 장치를 멈추려 했다.
하지만 장치는 이미 작동 중이었다.
플랫폼의 사람들이 하나둘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떤 사람은 울었고, 어떤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도윤은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밤늦게 병원 응급실에서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떨던 기억.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
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다르다.”
그의 손끝에서 태극빛이 터져 나왔다.
도윤의 태극장은 플랫폼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얇은 파도처럼 퍼지며 사람들의 몸을 지나갔다. 공포 증폭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파장이 태극빛에 부딪혀 깨져 나갔다.
아이의 울음이 멈췄다.
바닥에 주저앉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누군가는 자신이 왜 울고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민재우가 소리쳤다.
“좋아! 계속 유지해!”
도윤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장치는 점점 더 강한 파동을 뿜어냈다. 그의 머릿속에 또다시 수많은 공포가 밀려왔다. 태극장이 흔들렸다.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이유나가 손을 뻗었다.
배낭 남자의 팔을 감고 있던 금속들이 구체 장치 쪽으로 휘어졌다. 민재우가 전기를 집중했다.
“셋에 끊는다!”
“하나!”
도윤은 장막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둘!”
민재우의 손끝에서 전류가 폭발했다.
“셋!”
이유나가 금속을 비틀었고, 민재우의 전기가 장치 내부를 관통했다. 구체는 귀를 찢는 소리를 내며 터졌고, 붉은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플랫폼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배낭 남자는 쓰러졌지만, 그의 입가에는 아직 미소가 남아 있었다.
“서울은 시작일 뿐이다.”
도윤이 다가가 물었다.
“다음은 어디야?”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윤이 그의 팔을 붙잡는 순간,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바다 위의 거대한 배, 붉은 사막, 유럽의 성당, 뉴욕의 지하 서버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발의 남자, 빅토르 크레인의 얼굴.
크레인은 기억 속에서 도윤을 바라보는 듯 말했다.
“태극의 아이여, 세계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썩어 있다.”
도윤은 손을 놓았다.
그는 이제 알았다.
서울을 막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전 세계로 이어지는 전쟁의 시작이었다.
천장은 낮았고, 벽면에는 여러 개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공기에는 소독약 냄새와 기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침대 옆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손목에는 작은 센서가 붙어 있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려 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삼십대 후반쯤 되어 보였고, 안경 너머의 눈빛은 침착했다.
“저는 서하린입니다. 각성자 연구와 치료를 맡고 있습니다.”
“여긴 어디죠?”
“서울 지하에 있는 은신 기지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죠.”
도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남산, 드론, 폭발, 강태산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기절해 있었는지 물었다.
“열여섯 시간입니다.”
서하린이 대답했다.
“무리하게 힘을 썼어요. 당신의 능력은 아직 근육이 없는 팔과 같습니다. 큰 힘은 낼 수 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합니다.”
도윤은 링거 바늘을 빼려 했다.
“집에 가야 합니다.”
“이미 위험합니다.”
문이 열리고 강태산이 들어왔다.
그는 평소보다 더 피곤해 보였다. 손에는 파일 몇 개가 들려 있었다.
“블랙마스크가 당신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도윤은 굳었다.
“가족은요?”
“어머니는 안전한 곳으로 옮겼습니다. 회사 동료들도 아직 직접적인 위협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도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이 모든 일에 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머니, 친구, 회사 동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강태산은 파일을 건넸다.
“블랙마스크가 서울에 두 번째 작전을 준비 중입니다.”
도윤은 파일을 열었다.
첫 장에는 서울 시내 지하철 노선도가 있었다. 붉은 표시가 찍힌 곳은 시청역, 강남역, 홍대입구역, 잠실역이었다.
도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동시에 테러를 하려는 겁니까?”
“그보다 더 나쁩니다.”
강태산이 말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해 각성자를 강제로 만들어내려 합니다.”
각성자는 극한 상황에서 깨어난다.
강태산은 그렇게 설명했다. 죽음의 위기, 극심한 공포, 감당할 수 없는 상실. 블랙마스크는 그것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수많은 사람을 공포에 몰아넣고, 그중에서 쓸모 있는 능력자를 골라내려는 계획이었다.
도윤은 파일을 움켜쥐었다.
“사람을 실험쥐처럼 쓰겠다는 거네요.”
“그들에게 인간은 자원일 뿐입니다.”
서하린이 조용히 말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버리고, 능력이 생긴 사람은 납치합니다.”
도윤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어제까지 그는 뉴스를 보며 세상이 무섭다고 말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무서운 세상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왔다.
강태산은 모니터를 켰다.
서울 지하철 실시간 CCTV가 여러 화면에 나타났다. 출근길 사람들로 가득한 플랫폼,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 커피를 든 직장인, 아이 손을 잡은 부모.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경찰에 알리면 안 됩니까?”
“이미 일부는 알렸습니다. 하지만 블랙마스크는 내부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정보가 새면 작전 시간이 앞당겨집니다.”
도윤은 모니터 속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평범했다. 자신처럼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누군가의 실험 대상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강태산의 눈빛이 변했다.
“네가 직접 현장에 들어가야 한다.”
“아직 훈련도 못 받았습니다.”
“그래서 혼자 보내지 않을 겁니다.”
문이 열리고 한 청년이 들어왔다.
짧은 머리, 검은 전투복, 장난기 있는 눈매. 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민재우. 능력은 전기입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파란 스파크가 튀었다.
뒤이어 키가 큰 여자가 들어왔다.
차가운 표정, 묶은 머리, 허리춤의 짧은 검. 그녀는 짧게 말했다.
“이유나. 금속 조작.”
강태산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가 서울 방어팀이다.”
도윤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첫 번째 신호는 오전 8시 17분, 시청역에서 포착되었다.
검은 배낭을 멘 남자가 플랫폼 끝에 서 있었다. 그는 열차가 들어오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CCTV 속 그의 주변으로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둘 굳어갔다.
서하린이 말했다.
“공포 증폭 장치입니다. 작은 전파로 사람들의 불안 반응을 자극하고 있어요.”
도윤과 민재우, 이유나는 지하철 통로를 빠르게 달렸다.
도윤은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역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방송에서는 열차 지연 안내가 반복되고 있었다.
플랫폼에 도착한 순간, 도윤은 숨이 막혔다.
사람들의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불안, 짜증, 공포, 분노가 폭풍처럼 머릿속을 때렸다. 그는 잠시 비틀거렸다.
이유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버텨. 지금 네가 쓰러지면 끝이야.”
민재우는 배낭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남자는 갑자기 웃었다. 그 웃음은 사람의 웃음이라기보다 녹음된 소리처럼 건조했다. 그는 배낭에서 검은 구체를 꺼냈다.
“각성 실험 개시.”
구체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도윤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공포가 너무 강했다. 힘이 모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수백 명의 비명이 엉켜 들어왔다.
그때 이유나가 바닥의 금속 난간을 찢어내듯 끌어올렸다.
금속 막대들이 뱀처럼 움직이며 배낭 남자의 팔을 감았다. 민재우는 전기를 쏘아 장치를 멈추려 했다.
하지만 장치는 이미 작동 중이었다.
플랫폼의 사람들이 하나둘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떤 사람은 울었고, 어떤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도윤은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밤늦게 병원 응급실에서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떨던 기억.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
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다르다.”
그의 손끝에서 태극빛이 터져 나왔다.
도윤의 태극장은 플랫폼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얇은 파도처럼 퍼지며 사람들의 몸을 지나갔다. 공포 증폭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파장이 태극빛에 부딪혀 깨져 나갔다.
아이의 울음이 멈췄다.
바닥에 주저앉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누군가는 자신이 왜 울고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민재우가 소리쳤다.
“좋아! 계속 유지해!”
도윤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장치는 점점 더 강한 파동을 뿜어냈다. 그의 머릿속에 또다시 수많은 공포가 밀려왔다. 태극장이 흔들렸다.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이유나가 손을 뻗었다.
배낭 남자의 팔을 감고 있던 금속들이 구체 장치 쪽으로 휘어졌다. 민재우가 전기를 집중했다.
“셋에 끊는다!”
“하나!”
도윤은 장막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둘!”
민재우의 손끝에서 전류가 폭발했다.
“셋!”
이유나가 금속을 비틀었고, 민재우의 전기가 장치 내부를 관통했다. 구체는 귀를 찢는 소리를 내며 터졌고, 붉은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플랫폼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배낭 남자는 쓰러졌지만, 그의 입가에는 아직 미소가 남아 있었다.
“서울은 시작일 뿐이다.”
도윤이 다가가 물었다.
“다음은 어디야?”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윤이 그의 팔을 붙잡는 순간,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바다 위의 거대한 배, 붉은 사막, 유럽의 성당, 뉴욕의 지하 서버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발의 남자, 빅토르 크레인의 얼굴.
크레인은 기억 속에서 도윤을 바라보는 듯 말했다.
“태극의 아이여, 세계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썩어 있다.”
도윤은 손을 놓았다.
그는 이제 알았다.
서울을 막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전 세계로 이어지는 전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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