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1일, 여수에서 서울로 향하던 새마을호 162열차가 하루 동안 세 차례 건널목 사망 사고를 냈다. 기관사가 교체됐음에도 사고가 반복되며 ‘귀신 씌인 열차’라는 괴담으로까지 퍼진 기이한 철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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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세 번 멈춘 새마을호, 3연속 건널목 사망 사고의 전말
2002년 5월 1일, 전남 여수에서 서울로 향하던 새마을호 162열차가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장거리 열차 운행이었다. 열차는 오전 10시 20분쯤 여수역을 출발했고, 목적지는 서울이었다. 그러나 이 열차는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철도사에서 가장 기이한 사고 중 하나로 남게 된다.
이 사건은 흔히 “새마을호 3연속 건널목 사망 사고”, 또는 인터넷과 유튜브에서는 “귀신 씌인 열차 사건”으로 불린다. 같은 열차가 하루 동안 세 차례나 인명 사고를 냈고, 그때마다 기관사가 교체됐는데도 사고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는 이 사고를 “여수-서울행 열차가 철길을 건너던 행인 3명을 치어 숨지게 했다”고 보도했으며, 사고가 날 때마다 기관사를 교체했지만 사고가 계속됐다고 전했다.
첫 번째 사고: 여수 율촌역 인근 건널목
첫 사고는 열차가 출발한 지 약 26분 뒤 발생했다. 2002년 5월 1일 오전 10시 46분쯤, 여수시 율촌면 율촌역 인근 여흥 건널목에서 81세 이모 씨가 열차와 충돌해 숨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건은 안타까운 건널목 사고로 보였다. 열차 사고가 발생하면 기관사는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 후 승무에서 제외되거나 교체되는 절차가 이뤄진다. 이 열차도 사고 수습 후 기관사를 바꾸고 다시 서울 방향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사고: 전북 완주 삼례 부근
열차는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첫 사고를 낸 기관사는 이미 교체된 상태였다. 그러나 약 2시간 뒤,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1시 4분쯤,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 인근 구간에서 72세 강모 씨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이 사고는 첫 사고가 난 지 2시간 18분 뒤 발생한 두 번째 사망 사고였다.
같은 열차에서 두 번 연속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승객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일부 승객은 더 이상 타고 갈 수 없다며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철도 당국은 다시 기관사를 교체했다. 보통이라면 여기서 모든 불운이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열차가 다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사고가 벌어진다.
세 번째 사고: 익산 함열읍 건널목
세 번째 사고는 오후 1시 39분쯤 전북 익산시 함열읍 와리 용성 건널목에서 발생했다. 자전거를 타고 건널목을 지나던 79세 구모 씨가 열차와 충돌해 현장에서 숨졌다.
이 사고는 두 번째 사고 이후 기관사를 다시 교체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여수에서 익산까지 약 210km를 이동하는 동안, 같은 열차가 세 명의 노인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치어 숨지게 한 것이다.
MBC 보도에서도 세 번째 사고가 익산시 함열읍 건널목에서 발생했으며, 자전거를 타고 철길을 지나던 79세 구모 씨가 숨졌다고 전했다.
왜 “귀신 씌인 열차”라는 말이 나왔나
이 사고가 괴담처럼 퍼진 이유는 단순히 사망자가 세 명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관사가 교체됐고, 새로운 기관사가 운전한 뒤에도 다시 사고가 반복됐다.

즉, 같은 기관사의 부주의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열차 결함으로만 보기에도 애매했다. 조사 결과 기관사들의 특별한 과실이나 차량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고, 사고 원인은 건널목 경고를 무시하거나 차단기가 내려온 상태에서 무리하게 건너려 한 보행자의 위험 행동으로 결론 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한 열차가 하루에 세 번이나, 그것도 모두 건널목과 선로 부근에서 사람을 치는 일은 너무 드물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중 사이에서는 “열차에 귀신이 씌었다”, “저승사자가 새마을호를 탔다”는 말까지 퍼졌고, 서울역 도착 후 고사를 지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졌다.
사고 열차는 무엇이었나
이 사고의 열차는 여수발 서울행 새마을호 162열차로 보도됐다. 관련 인터넷 자료에서는 이 열차를 견인한 기관차가 7408호 디젤기관차였다고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한 블로그 정리글도 2002년 5월 1일 여수역을 출발한 새마을호 7408호 디젤기관차가 연속 사고를 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인터넷상에는 사고 지점, 피해자 성별, 정확한 시간 등이 조금씩 다르게 적힌 글도 있다. 가장 신뢰할 만한 기본 골격은 당시 방송 보도와 이후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좋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2002년 5월 1일, 여수에서 서울로 가던 새마을호 162열차가 율촌, 삼례, 함열 인근에서 세 차례 인명 사고를 냈고, 사망자는 모두 고령자였으며, 기관사와 열차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건이 남긴 섬뜩함
이 사건은 초자연적 현상으로 공식 결론이 난 사건은 아니다. 실제 조사상으로는 세 사고 모두 선로 무단 진입 또는 건널목 안전수칙 위반과 관련된 사고로 정리됐다. 그러나 같은 날, 같은 열차, 세 번의 기관사 교체, 세 명의 사망자라는 조합은 지금 봐도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이 사고는 철도 안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실제 사건이면서도, 동시에 한국 인터넷 괴담 문화 안에서는 “귀신 씌인 새마을호”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더 무서운 점은 사고 열차가 중간에 운행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고 결국 서울역까지 도착했다는 것이다. 열차는 예정 시간보다 36분가량 늦게 도착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날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열차가 멈출 때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불안에 떨었을 것이다. 사고를 직접 마주한 기관사들의 충격도 매우 컸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이 단순한 사고 기록을 넘어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그 기이한 반복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