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입구역에서 신도림 쪽으로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분명히 확인했다.
다음 정거장은 봉천역이었다.
방향도 맞았다.
나는 1-1 칸에 탔다.
승차하고 문이 닫혔다.
그런데 문이 닫히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일이 생겼다.
전철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문이 다시 열렸다.
처음에는 문이 제대로 안 닫혀서 다시 열린 줄 알았다.
그런데 문밖을 보는 순간, 이상하다는 걸 바로 알았다.
거기는 봉천역이 아니었다.
사당역이었다.

분명 서울대입구역에서 탔고, 다음 정거장이 봉천역인 걸 확인하고 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눈앞에 보인 곳은 사당역이었다.
심지어 플랫폼도 내가 아는 사당역이 아니었다.
벽면이 성당 내부처럼 되어 있었다.
갈색 벽돌이 깔려 있었고, 창문처럼 보이는 곳에는 스테인글라스가 있었다.
지하철역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성당 안쪽 같았다.
그때 좌석 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던 커플도 주변을 보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뭐야?”
“여기가 왜 사당이야?”
그 순간 나와 그 커플이 눈이 마주쳤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 이상하다.
우리는 거의 동시에 전철에서 재빨리 내렸다.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계단으로 셋이서 뛰어 올라갔다.
나는 계단을 다 올라온 뒤, 반대편 계단이 있는 쪽으로 뛰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쪽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계단 한 단 아래부터 전부 새카맸다.
그 아래쪽은 완전히 폐허처럼 보였다.
불에 탄 것처럼 검고, 벽도 계단도 전부 그을린 듯했다.
사람이 내려갈 수 있는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빨리 나가요!”
커플도 그걸 보고 바로 나를 따라왔다.
우리는 개표구 쪽으로 뛰었다.
정신이 없어서 개표하는 곳을 그냥 뛰어넘었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출구 계단으로 막 내려갔다.

분명 그 출구 계단은 넓었다.
천장은 녹색 플라스틱 돔처럼 되어 있었고, 밖에서는 햇빛이 쨍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나무들도 보였다.
녹음이 짙은, 완전히 여름 같은 나무들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밖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 사람들은 다 반팔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1월이었다.
서울은 한겨울이었다.
나는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을 때, 내가 서 있는 곳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이었다.
더 이상한 건 같이 뛰어 내려온 커플이었다.
분명 나와 같은 계단을 내려왔는데, 그 커플은 도로 건너 반대편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전철에서 내렸고, 같은 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같은 출구 계단을 내려온 줄 알았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니 서로 다른 출구에 있었다.
나는 바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봉천 방향 1시 7분 차를 탔다.
그런데 출구 밖으로 나온 뒤에도 시간은 그대로였다.
1시 7분.
전철 문이 닫히고, 다시 열리고, 사당역에 내리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새카만 폐허 같은 계단을 보고, 개표구를 뛰어넘고, 출구 계단을 내려오기까지 분명 시간이 지났을 텐데.
휴대폰 시간은 여전히 1시 7분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 본 사당역이 뭔지 모른다.
분명히 다음 정거장은 봉천역이었다.



1990년대 공포특급에도 사당역에서 이상한 방송이 나왔다는 괴담이 실려 있기도 함. '사당에 사는 남자가 밤늦게 술에 취해 지하철에 탔는데 앉아서 졸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열차 안에 자기 외엔 아무도 없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웬 소름끼치는 여자의 목소리로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번 역은 사당, 사당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 이거 많이 아는 그 함정역 모티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