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건 스무 살 무렵이었다.
친구들과 재미 삼아 점집을 몇 번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들어가기만 하면 무속인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굳혔다.
“나가.”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열 번 가까이 다른 점집을 찾아갔는데도 반응은 비슷했다.
“넌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혼자 살아남을 사주야. 그냥 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기가 센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꿈을 자주 꿨고, 그 꿈속에는 늘 이상한 것들이 나타났다.
어느 날은 머리카락이 긴 여자가 내 몸 위에 앉아 있었고, 또 어느 날은 어린 남자아이가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나는 무섭지 않았다. 귀신이 내 몸 위로 올라오면 밀쳐내면 됐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 내가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면 됐다.
친구들은 그런 내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말했다.
“너는 괴담에 나오는 귀신 뺨도 때릴 애야.”

그 말이 싫지 않았다. 귀가 약한 것보다는 센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년 전, 그 일을 겪고 난 뒤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때는 2024년 12월이었다.
같이 살던 친구 소연이가 신년 운세를 보고 싶다며 점집을 예약했다. 무려 석 달이나 기다려야 할 만큼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이름은 설화신녀. 아주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이었다.
나도 마침 취업 문제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함께 가기로 했다.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용하다는 무당은 나를 보고 뭐라고 할까.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무당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는 나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나가.”
나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네?”
“어딜 감히 들어와. 여기가 어디라고.”
그 말에 나도 기분이 상했다. 예약까지 하고 석 달을 기다려 온 손님에게 대뜸 나가라니, 아무리 무당이라도 너무한 것 같았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손님한테 욕하시면 안 되죠.”
하지만 무당은 계속 나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보다 못한 소연이가 조심스럽게 사정했다.
“저희 예약하고 왔어요. 잠깐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한참을 버티던 무당은 결국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먼저 소연이의 운세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 전까지 날카롭던 표정이 거짓말처럼 부드러워졌다.
“너는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해. 괜찮아.”
소연이는 안도한 얼굴로 웃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기분이 묘했다.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태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혹시 저는…”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무당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넌 그냥 죽은 듯이 살아.”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일상에서도, 직장에서도, 너한텐 좋은 일이 하나도 없어.”
나는 어이가 없었다. 석 달이나 기다려서 들은 말이 고작 그런 저주 같은 말이라니. 그런데 무당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다시 소연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얘 조심해.”
그 말이 이상하게 귀에 박혔다.
점은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복채는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복채를 내지 않으면 뒤탈이 생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갑에서 10만 원을 꺼냈다.
그 순간 무당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저리 치워.”
“네?”
“돈은 안 받을 테니까 그냥 가.”

그때 무당은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마음이 상해 있었다. 그냥 나가기도 찜찜해서, 돈을 제상 한구석에 조용히 올려두고 신당을 나왔다.
뒤에서 무당이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여는 순간, 이상한 냄새가 났다.
향냄새였다.
마치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집에 들어와,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집 안 가득 향내가 퍼져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다.
잠결에 어디선가 희미한 방울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에게 그런 일은 흔했으니까. 오늘은 또 어떤 귀신이 오려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곧 무언가가 내 발끝을 밟고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것은 내 몸을 짓누르며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나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이상하게 꼼짝할 수 없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하얀 버선발이 보였다. 그리고 치렁치렁한 한복 자락이 내 눈앞에 드리워졌다.

그 버선발이 내 얼굴을 짓밟으려는 순간, 그것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나는 그날도 내가 이겨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매일 밤 방울 소리가 들렸다. 잠이 들면 어김없이 그것이 찾아왔다. 발끝에서 시작해 몸 위로 올라오고, 내 얼굴 가까이까지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그날 밤도 방울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런데 그날은 느낌이 달랐다. 갑자기 가슴을 내려찍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눈을 떠보니, 내 위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하얀 고깔.
그리고 양손에 든 칼.
고깔 아래로 드러난 얼굴을 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설화신녀였다.


그 무당이 꿈속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칼을 들어 나를 향해 내리치려 했다.

그때 어디선가 알 수 없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에 든 칼로 무당을 찔렀다.
깜짝 놀라 깨어났을 때는 아침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소연이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밤새 잠을 못 잔 듯 얼굴빛이 창백했다.
“지호야…”
소연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요즘 네가 좀 무서워.”

소연이는 지난밤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나와 보니 내가 거실 한가운데에서 뛰고 있었다고 했다. 그것도 그냥 뛰는 게 아니라, 마치 신들린 무당처럼 허공을 노려보며 이상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연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우리 그때 갔던 점집 다시 가보자. 너 거기 갔다 온 뒤로 좀 이상해진 것 같아.”
나도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며칠 뒤, 우리는 다시 설화신녀의 점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설화신녀가 없었다. 대신 그녀의 딸이라는 사람이 신당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어요.”

우리가 점을 보고 간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설화신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날 제가 돈을 두고 나왔을 때, 뒤에서 뭐라고 하셨나요?”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날 우리가 떠난 뒤 신당은 난리가 났다고 했다. 촛불만 켜도 신기가 열리던 설화신녀가 아무리 방울을 흔들어도 신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딸은 원망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았다.
“무속인들이 손님을 보면 다 나가라고 했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손님 뒤에 있는 존재를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도 손님 뒤에는 엄청나게 큰 신이 서 있어요. 무속인이 자기가 모시는 신보다 큰 신을 함부로 건드리면 죽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손님의 운명을 점쳤고, 복채까지 받았어요. 그래서 큰 화를 입은 거예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설화신녀는 자신에게 닥친 죽음을 막기 위해 신당에 틀어박혀 부적을 쓰고 밤새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끝내 살아남기 위해 나에게 살을 보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꿨던 꿈이 떠올랐다. 나를 향해 칼을 내리치던 설화신녀. 그리고 내가 찌른 칼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던 그 모습.
설화신녀는 신당 제단 앞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마치 무언가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다 끝내 달아나지 못한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생을 멈춘 모습이었다고 한다.
딸은 마지막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함부로 점 보지 마세요. 그러다 또 사람 죽어요.”
그 후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내 친구 소연이는 올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들은 순간, 나는 설화신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얘 조심해.”
소연이에게 그런 일이 생긴 게 정말 내 곁에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설화신녀가 두려워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왜 나에게 붙어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내 곁에 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