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는 1993년 7월 26일,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공항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보잉 737 여객기가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인근 야산에 추락한 사고다. 당시 목포 지역에는 강풍과 폭우, 짙은 안개가 있었고, 비행기는 착륙을 여러 차례 시도하다가 접근 항로에서 고도를 너무 낮춘 상태로 산에 부딪힌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목포공항은 기상 상황이 나쁜 데다 착륙 유도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접근이 어려운 공항이었다. 조사 결과 기장이 악천후 속에서도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했고, 정상 고도보다 낮은 약 800피트까지 내려간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사고로 탑승자 106명 중 66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이 산중턱이라 구조 작업도 매우 어려웠고, 생존자들이 마을로 내려와 추락 사실을 알리면서 사고가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와 두 사람의 예지몽 괴담
1993년 7월, 여름휴가를 앞둔 사람들은 저마다 들뜬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바다로 떠날 준비를 했고, 누군가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서울에서 일하던 서른 살 강민우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강민우는 오랫동안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명절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어머니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고등학교 친구들도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휴가만큼은 꼭 목포로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전 이미 김포에서 목포로 가는 비행기표도 끊어 두었다.
그날 강민우는 휴가 전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늦게까지 야근을 했다. 하지만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씻고 나서 침대 옆에 놓인 목포행 티켓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이번 휴가 때 내려갈 거야.”
수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는 금세 밝아졌다. 오랜만에 막내아들이 내려온다는 말에 어머니는 좋아하는 음식을 해두겠다며 웃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기 직전, 어머니가 문득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
“민우야, 너 아직 소식 못 들었지?”
강민우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고등학교 때 친구 준서 있잖아. 걔가 며칠 전에 사고로 죽었대.”
그 말을 듣는 순간 강민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준서는 고등학교 시절 꽤 가까웠던 친구였다. 서울로 올라온 뒤 연락은 뜸해졌지만, 고향에 내려가면 한 번쯤 얼굴을 보던 사이였다. 그런데 자신은 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조차 모르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뒤 강민우는 선풍기를 틀어 놓고 침대에 누웠다. 몸은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친구의 얼굴, 어머니의 목소리, 오래 비워 둔 고향집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참 동안 천장만 바라보던 그는 새벽이 가까워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때 강민우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은 알 수 없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방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는 빈 곳 같기도 했다.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강민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멀리서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옷은 또렷했다.
빨강, 노랑, 파랑이 섞인 색동저고리였다.

어둠 속에서 그 색만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떠 있었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여자는 처음에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손끝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매가 흔들리고, 발끝이 옆으로 밀려났다. 몸이 하늘하늘 흔들렸다.
처음에는 한국 무용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박자가 맞지 않았다. 손이 먼저 올라가고 몸이 뒤늦게 끌려가는 것 같았다. 고개는 부자연스럽게 꺾였고, 팔과 어깨는 사람의 움직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틀렸다.
음악도 없었다. 그 여자는 아무 소리도 없는 어둠 속에서 혼자 춤을 추고 있었다.
춤은 점점 빨라졌다. 손끝만 움직이던 동작이 팔 전체로 번지고, 어깨가 뒤틀리고, 몸이 이상한 방향으로 흔들렸다. 이제 그것은 춤이라기보다 몸부림에 가까웠다. 허공을 휘젓던 손은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여자는 모든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강민우는 그 순간 눈을 떴다. 방 안은 조용했다.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꿈이었지만 지나치게 생생했다. 그는 한동안 눈을 뜬 채 움직이지 못했다.
그날 밤, 또 다른 사람이 비슷하게 기묘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 사람은 스물일곱 살 한서윤이었다. 한서윤은 서비스직 일을 하고 있었고, 휴가철이 되면 오히려 더 바빠지는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상대하고, 일정을 확인하고, 늘 웃는 얼굴로 있어야 했다. 그날도 늦게 집에 들어왔지만, 집에 와서도 다음날 일정을 정리하느라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한서윤은 꿈속에서 좁은 통로 같은 곳에 서 있었다. 양옆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한서윤은 문 가까이에 서 있었다. 왜 자신이 그곳에 서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잠시 뒤,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천히 한서윤 쪽으로 걸어왔다. 한서윤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한 사람이 지나갔다.
“안녕히 가십시오.”
또 한 사람이 지나갔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한서윤을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마치 한서윤이 보이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모두가 말없이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한서윤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걷고 있는데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모두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젊은 사람도, 나이 든 사람도, 어린아이도 모두 하얀 옷차림이었다.
한서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그런데 줄이 줄지 않았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계속해서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한서윤은 문 밖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나가는 곳에는 길도, 건물도, 빛도 없었다. 그저 하얀 안개 같은 공간만 있을 뿐이었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왜 안 내려?”
한서윤은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한서윤은 잠에서 깼다.
강민우와 한서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이름도 몰랐고, 얼굴을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이상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다음 날, 같은 비행기와 관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강민우는 김포에서 목포로 향하는 비행기를 예약한 승객이었다. 한서윤은 그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던 승무원이었다. 그 비행기는 1993년 7월 26일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733편이었다.
그날 목포의 날씨는 좋지 않았다.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고, 안개까지 끼어 시야가 흐렸다. 목포공항으로 접근하려면 산 능선을 넘어 활주로로 내려와야 했는데, 활주로가 길지 않아 고도와 거리 계산이 매우 중요했다. 맑은 날에도 조심해야 하는 접근로였지만, 그날은 비와 안개 때문에 더욱 위험했다.
비행기는 착륙을 시도했지만 한 번에 내려앉지 못했다. 다시 접근했지만 또 실패했다. 그리고 세 번째 접근을 시도하던 순간, 조종석에서는 이미 산 능선을 지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행기는 아직 능선을 넘지 못한 상태였다.
뒤늦게 위험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비행기는 전남 해남의 한 산에 부딪혔다. 탑승자 116명 중 6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비가 내리고 있어 큰 폭발은 없었지만, 사고 지점이 산속이라 구조가 매우 어려웠다. 구급차가 접근하기 힘들었고, 해군 헬기가 부상자들을 실어 날랐다. 들것을 놓을 자리조차 부족해 와이어로 사람들을 끌어올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그런데 강민우는 그 비행기에 타지 못했다.
꿈에서 깬 뒤에도 몸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눈을 감으면 색동저고리를 입은 여자의 춤이 계속 떠올랐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강민우는 날이 밝을 무렵에야 다시 잠들었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지금 당장 씻고 뛰어나가도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시간이었다.
침대 옆에는 목포행 티켓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강민우는 티켓을 바라보며 다음 비행기를 타야 하나, 아니면 하루 늦게 내려가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몇 시간 뒤, 강민우가 다시 공항으로 갈 준비를 하던 순간 전화가 울렸다. 그는 어머니인 줄 알고 급히 전화를 받았다.
“엄마?”
수화기 너머에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곧 울음을 삼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민우야…”
어머니였다.
강민우는 당황해 말했다.
“엄마, 나 집이야. 비행기 놓쳐서 오늘 못 가.”
그 말을 듣자마자 어머니는 무너지듯 울기 시작했다.
“너 살았구나… 너 살아 있었구나…”
어머니는 강민우가 타기로 했던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막내아들이 죽은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민우는 꿈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고, 결국 비행기를 놓친 덕분에 살아남은 것이다.
그 시간, 한서윤도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고, 구두를 신고, 가방을 챙겼다. 하지만 손이 자꾸 멈췄다. 스카프를 매다가도 멍하니 멈췄고, 문고리를 잡고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꿈속의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하얀 옷을 입고 문 밖으로 나가던 사람들. 아무 대답도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왜 안 내려?”
한서윤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냥 꿈이야. 출근해야 돼.”
그녀는 현관문을 나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문이 열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로는 출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 문을 나가면 안 될 것 같았다.
한참을 그대로 서 있던 한서윤은 결국 아무 버튼도 누르지 못한 채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전화기 앞에 앉았다. 그리고 항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비행을 못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회사 쪽은 당황했다. 당장 대체 인력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서윤은 어떤 처벌을 받더라도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자신도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날만큼은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저녁 무렵, 동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서윤아, 너 괜찮아?”
한서윤은 무슨 말인지 몰라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동료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TV 켜 봐. 네가 타기로 했던 목포행 비행기, 사고 났어.”
한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TV를 켰다. 화면 아래로 속보 자막이 지나가고 있었다.
김포발 목포행 여객기 추락.
그 글자를 보는 순간, 한서윤은 몸이 굳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자신은 그 비행기 안에 있어야 했다.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승객들을 맞이했을 것이다. 문 앞에 서서 사람들에게 인사했을 것이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 순간 꿈속에서 반복했던 말이 다르게 들렸다. 그것은 평범한 인사가 아니었다. 문 밖으로 나가던 사람들,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아무 대답 없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던 사람들.
마치 저승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배웅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사고 뒤에는 또 다른 이상한 이야기도 전해졌다. 생존자 중 한 명이 사고 직후 정신이 흐릿한 상태에서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산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왠지 저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내려왔기 때문에 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한서윤의 꿈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강민우 역시 뉴스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산속에 부서진 기체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고,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들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강민우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처참하게 부서진 비행기 기체 한쪽에 남아 있는 무늬였다.
빨강, 노랑, 파랑이 섞인 아시아나항공의 색동 로고.
그 순간 강민우는 숨이 막혔다. 꿈속에서 보았던 색동저고리의 색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이미지가 색동저고리를 입은 여인의 형상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강민우가 꿈에서 본 것은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색동저고리를 입고 비틀거리며 춤을 추다가 옆으로 쓰러진 여인. 그것은 어쩌면 추락을 앞둔 비행기의 모습을 꿈이라는 형식으로 본 것일지도 모른다. 한서윤은 문 밖으로 나가는 하얀 옷의 사람들을 보았고, 강민우는 색동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몰랐다. 하지만 같은 날, 같은 비행기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평소와 다른 선택을 했다. 강민우는 잠을 이기지 못해 비행기를 놓쳤고, 한서윤은 몸이 움직이지 않아 출근하지 못했다.
그 선택 하나로 두 사람의 운명은 갈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살아남았다고 해서 그날의 비극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1993년 7월 26일, 누군가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누군가는 고향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휴가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던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하루가 되었다.
큰 사고가 일어난 뒤에는 언제나 이상한 말들이 남는다.
“그날 이상한 꿈을 꿨어.”
“왠지 가면 안 될 것 같았어.”
“누가 붙잡은 것도 아닌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
이런 이야기들이 사고 뒤에 괴담처럼 따라붙는다. 물론 그것을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고가 난 뒤 기억이 뒤엉켜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고, 우연히 바뀐 일정이 나중에 운명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민우와 한서윤을 멈춰 세운 것이 정말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색동저고리를 입고 쓰러진 여인.
하얀 옷을 입고 문 밖으로 걸어 나가던 사람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온 한마디.
“왜 안 내려?”
그날 두 사람이 꾼 꿈은 그저 불길한 악몽이었을까. 아니면 다가올 참사를 먼저 보여 준 예지몽이었을까.
아시아나항공 733편은 결국 목포에 닿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비행기를 타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도 사고와 함께 기묘한 괴담처럼 전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