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는 이상하게도 부대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는 그냥 겁주려고 만든 이야기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오래된 사고가 괴담처럼 부풀려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직접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쉽게 웃어넘기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연예인 정찬우가 군 생활 시절 겪었다고 전해지는 군대괴담이다.
장소는 강원도 홍천, 굴지리라는 곳이었다.
그곳은 산세가 험하고 계곡이 깊은 곳이었다. 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맑아 보였지만, 막상 가까이 가면 소리가 달랐다. 그냥 흐르는 물소리가 아니라, 무언가를 집어삼킬 것처럼 세차게 몰아치는 소리였다.
군인들 사이에서는 그곳에 오래전부터 이상한 말이 돌았다.
“굴지리 물귀신은 사람을 그냥 빠뜨리는 게 아니다.”
“넋을 낚아 간다.”
“한 번 찍히면 자기도 모르게 물속으로 끌려간다.”
처음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매년 이상하게 물 사고가 났다고 한다. 누군가 빠지고, 누군가 죽고, 그 일이 반복되었다.
당시 우리 부대는 사단 유격 조교 대대였다. 수색대 성격도 있었고, 사단에서 다른 대대 병력들이 유격 훈련을 받으러 오면 우리가 먼저 훈련을 받고 조교를 해야 했다.
그래서 매년 가장 먼저 굴지리로 들어갔다.
봄이 지나 5월쯤 유격 훈련이 시작되고, 가을까지 계속되었다. 겨울에는 다시 준비를 하고, 봄이 되면 또 같은 장소로 들어갔다. 군대에서는 계절이 바뀌어도 훈련은 반복된다. 그리고 그곳에 대한 불길한 이야기도 계속 반복되었다.
그해에는 장마가 일찍 왔다.
계곡물은 평소보다 훨씬 불어나 있었고, 물살은 눈으로 봐도 위험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위험해 보여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특히 유격 훈련장에서는 더 그랬다.
훈련 이틀째였는지, 사흘째였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흐릿하다.
잠깐 10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병사들은 장비를 내려놓고 숨을 돌리고 있었다. 아래쪽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었고, 우리는 그 위쪽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작전장교와 1중대장 사이에 전투 수영 이야기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한 사람은 공수여단 출신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특공연대 출신이었다. 자존심도 강했고, 체력도 남달랐다.
전투 수영은 말 그대로 군복과 군화를 그대로 입고 물을 건너는 것이다. 그냥 수영복을 입고 헤엄치는 것과는 다르다. 옷은 물을 먹어 무거워지고, 군화는 발목을 잡는다. 거기에 물살까지 세면 아무리 훈련된 사람이라도 위험하다.
먼저 1중대장이 물에 들어갔다.
물살은 강했지만 그는 겨우겨우 반대편까지 건너갔다. 보는 사람들도 긴장했지만, 그래도 역시 대단하다는 분위기였다.
이어서 작전장교가 물에 들어갔다.

그도 처음에는 잘 건너가는 것처럼 보였다. 물살을 버티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도착 지점까지 거의 다 왔다. 이제 2미터 정도만 더 가면 되는 거리였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작전장교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멈췄다.
물이 얕아서 발이 닿은 것이 아니었다. 그곳은 사람 키를 훨씬 넘는 깊이였다. 그런데도 그는 마치 바닥에 발을 딛고 선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만 물 위로 나와 있었다.
눈동자는 초점이 없었다. 누군가를 보는 것도 아니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다.
반대편에 있던 1중대장이 소리쳤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빨리 오십시오!”
하지만 작전장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더 무서웠다. 물에 빠진 사람은 보통 허우적거리거나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그는 너무 조용했다. 마치 정신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
그렇게 1분 정도가 흘렀다.
훈련장에 있던 사람들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웃지도 못했고, 말도 쉽게 하지 못했다. 모두가 그 사람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작전장교의 몸이 물속으로 쏙 들어갔다.
허우적거림도 없었다. 비명도 없었다. 물살에 휩쓸린 것처럼 옆으로 떠내려간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래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처음에는 1중대장도 장난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워낙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었고, 군인들끼리는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기도 하니까.
하지만 10초가 지나고, 20초가 지나도 그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즉시 부대에 보고가 올라갔다. 훈련은 전면 중단되었다. 병사들은 모두 긴장한 채 대기했고, 수색이 시작되었다. 특전사와 UDT까지 투입되었다고 한다.
계곡 하류를 뒤졌다. 물살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모두가 시신이 아래로 떠내려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한 물살에 휩쓸렸다면 당연히 하류에서 발견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흔적조차 없었다.
결국 사고 지점을 표시하기 위해 물속에 말뚝을 박아두었다. 그리고 수색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3일이 지났다.
UDT 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계곡을 수색하고 있었다. 긴 대나무로 물속을 찔러가며 바닥을 확인하던 중, 뭔가 물컹한 것이 걸렸다고 한다.
확인해보니 작전장교의 시신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시신이 발견된 위치였다.
그는 멀리 떠내려간 것이 아니었다.
처음 빠졌던 바로 그 자리 밑바닥에서 발견되었다.
물살이 그렇게 거셌는데도, 시신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빠른 물살이라면 당연히 하류로 떠내려갔어야 했다. 그래서 그동안 하류를 집중적으로 수색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처음 사라진 그 자리 아래에 그대로 있었다.
더 기묘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사고 지점을 표시해두었던 말뚝을 뽑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힘을 줘도 빠지지 않았다. 장정들이 붙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전장교의 아내가 와서 그 말뚝을 잡았을 때, 말뚝은 너무 쉽게 쑥 뽑혔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뚝은 이후 강물에 던져졌다. 그런데 그것조차 이상했다.
보통이면 물살을 따라 바로 떠내려갔어야 한다. 하지만 말뚝은 떠내려가지 않았다. 작전장교가 빠졌던 바로 그 지점 위에서 계속 빙빙 돌았다.
마치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하루가 지나서야 그 말뚝은 천천히 떠내려갔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굴지리 이야기는 부대 안에서 더 무겁게 전해졌다.
누군가는 물귀신이 넋을 낚아갔다고 했다. 누군가는 그 계곡이 사람을 붙잡는 곳이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홍천이라는 지역 자체가 산세가 험하고 물길이 강해서 예전부터 많은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은 곳이라고 말했다.
무당이 이런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홍천은 산과 계곡의 기운이 너무 강한 곳이라, 물에서 죽은 사람들의 한이 오래 남는다고 한다. 특히 계곡에서 갑자기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자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아 있는 사람의 넋을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물론 믿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부대에서는 여름마다 물 사고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병사든 간부든, 휴가를 나갔다가 물놀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특이한 것은 민간인 사고보다 군인 사고 이야기가 유독 많이 들렸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여름 휴가를 나갈 때 특별 지침까지 있었다고 한다.
물놀이 금지.
강, 계곡은 물론이고 실내 수영장까지 제한될 정도였다. 물놀이를 하다 적발되면 영창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그만큼 부대에서는 물 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군대에서 괴담은 그냥 무서운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이야기가 실제 사고와 연결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더 이상 웃지 못한다. 누군가의 이름이 있었고, 누군가의 가족이 있었고,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서 있던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굴지리 계곡의 물살은 지금도 흐르고 있을 것이다.
그 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맑게 흐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작전장교가 멈춰 서 있던 그 자리.
초점 없는 눈으로 물 위에 떠 있던 그 순간.
그리고 아무 소리 없이 아래로 사라지던 모습.
군인들 사이에서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전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귀신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사람이 물에 빠지는 순간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치 이미 마음도, 몸도, 넋도 누군가에게 붙잡힌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말한다.
홍천 굴지리 물귀신은 사람을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넋을 먼저 낚아 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