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을 모두 마친 장혁은 늦은 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가로등 불빛만이 젖은 아스팔트 위로 길게 번지고 있었고, 차 안에는 피곤한 숨소리만 조용히 맴돌았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따라오던 차 한 대가 계속해서 상향등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켜 달라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장혁은 짜증을 누르며 차선을 바꿔 길을 내주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 차는 추월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혁의 뒤를 계속 따라오며, 다시 라이트를 번쩍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되는 불빛에 장혁은 점점 화가 치밀었다.
“뭐 하자는 거야?”
결국 장혁은 갓길에 차를 세웠다.
뒤따라오던 차도 급히 멈춰 섰다.
장혁은 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그 차로 다가갔다.
“아니, 왜 계속 라이트를 깜빡이는 겁니까? 비켜주기까지 했잖아요!”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자의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창백했다.
마치 방금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사람처럼, 입술까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장혁은 더욱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뭔 소리입니까? 제가 뭘 어쨌다고요?”
남자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겨우 손가락으로 장혁의 차 쪽을 가리켰다.
“라이트를 깜빡일 때마다…… 보였어요.”
“뭐가요?”
남자의 시선은 장혁의 차 뒷유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떤 여자가…… 당신 차 유리에 목이 끼인 채로…… 매달려 있었어요.”

[사진은 ai 참고용]
장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계속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불을 비추면 사라지는 것 같았는데…… 라이트를 끄면 다시 보였어요. 그래서 계속 깜빡인 겁니다.”
장혁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차는 조용히 갓길에 서 있었다.
유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뒷유리 안쪽에,
누군가 손톱으로 긁은 듯한 긴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