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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레전드 리얼 (前編) 후편

모아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추천 0 비추천 0 댓글 0 조회수 127 작성일 2026-05-28 20:39:41 수정일 2026-05-28 20:39:41
전문 주소 https://moasa.co.kr/horror/128

아이츠를 다시 본 뒤로 또 4일이 지났었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목 상태는 꽤 좋아졌고, 아직 상처 자국은 남아 있었지만 체력은 확실히 회복되고 있었다. 열도 내렸고 몸 자체에는 더 이상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육체적인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아침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나는 계속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아이츠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칠 것 같았다.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졌고, 음식도 거의 먹지 못했다. 늘 주변의 기척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고작 열흘도 지나지 않았는데 내 얼굴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을 거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몰려 있던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당연히 정상적인 사회생활 따위 할 수 있을 리 없었고, 부모님이 대신 연락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건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회사에 연락했을 때 꽤 심한 빈정거림도 들으셨다고 했다.)


아무튼 모든 게 무서웠다. 빨랫감이 흔들리는 것만 봐도, 창밖 감나무가 흔들리는 것만 봐도 혹시 아이츠가 아닐까 싶어 혼자 벌벌 떨었다.


S선생님이 오시기까지는 아직 2주 정도 남아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부모님은 억지로 겁에 질린 나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괜찮다.”


차 뒷좌석에서 어머니는 내 어깨를 감싸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어머니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진 게 몇 년 만이었을까.


그 당시의 나는 시간 감각조차 흐릿했다.


차 안에서 이동하는 사이 밤이 되었고, 스무 살도 넘은 나이였지만 어머니에게 기대어 있으니 안심이 되었는지 정말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떠 있었고,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잔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하루 반이나 자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 그렇게 오래 자본 건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없었을 거다.


창밖을 보니 차는 낯선 풍경 속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익숙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로 한가운데로 전차가 달리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차는 나가사키에 도착해 있었다.


이건 나도 정말 놀랐다.


계속 겁에 질려 있는 나를 배려해서 부모님은 비행기나 신칸센 대신 차로 이동하신 거였다.


중간중간 쉬었다고는 하지만 거의 잠도 못 자면서 운전만 계속한 아버지와, 내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내내 곁에 있어준 어머니의 은혜는 평생 갚아도 부족할 것 같다.


조부모님이 사시는 곳은 나가사키의 야나가와라는 곳이었다.


야나가와에 도착하자 부모님은 비탈길 아래에 차를 세우고 조부모님을 부르러 갔다.


(조부모님 집은 비탈길 옆 돌계단을 올라간 곳에 있었다.)


그동안 나는 차 안에 혼자 남겨졌다.


부모님이 둘 다 내려간 건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를 돕고 S선생님 집에 가져갈 짐을 옮기기 위해서였는데, 그때 내가 스스로


“괜찮아. 다녀와.”


라고 말했던 건 정말 상황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증거였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푹 잔 것도 있었고, 지금 있는 곳이 도쿄나 사이타마에서 멀리 떨어진 나가사키라는 사실 때문에 긴장이 풀렸던 걸지도 모른다.


차 뒷좌석에 웅크리고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목에 통증이 밀려왔다.


지금까지의 통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고통이었다.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 끔찍한 통증이었다.


목에 손을 대자 미끈한 감촉이 느껴졌다.


피였다.


손가락 끝에 묻은 피가 억지로 현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나는 무섭다거나 아이츠가 근처에 있다는 생각보다 먼저 이런 감정이 들었다.


“또냐…”


하는 체념이었다.


이제는 정말 모든 게 싫어져서 눈물이 났다.


공감해준다면 좋겠지만, 싫은 일이 겨우 진정되려는 순간 또 이어서 터지면 사람은 정말 견딜 수 없을 만큼 무너진다.


간신히 마음을 정리하려 하면 또 나쁜 일이 일어나는 건 정말 괴롭다.


그때는 조금 긴장이 풀려 있던 상태라 더 심했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울었다.


“대체 어쩌라는 거야!!”


“이제 좀 그만해줘…”


그때 부모님이 조부모님을 모시고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패닉 상태가 되었다.


당연했다.


문제의 당사자인 내가 목에서 피를 흘리며 뒷좌석에 고개 숙인 채 울고 있었으니까.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정신없이 말했다.


“무슨 일이야?”


“뭐라고 말 좀 해!”


“아이고 어떡하냐…”


“T야 정신 차려라!”


“우짠 일이여!?”


“여보, 어떡해…”


그때 나는 결국 폭발해서 소리쳤다.


“시끄럽다고!!”


설명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속으로는


‘너희가 뭘 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못하면서 조용히 좀 해!’


라는 생각뿐이었다.


일도 그만두고, 사기꾼 같은 놈에게 속을 뻔하고…


그런 한심한 나 때문에 이 사람들은 계속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다.


그리고 그 순간, 평생 단 한 번뿐이었던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갑자기 내 왼쪽 뺨을 세게 때렸다.


엄청 아팠다.


아버지는 굉장히 엄격한 분이었고 자주 말다툼도 했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맞아본 적은 없었다.


아버지의 신념이 “아이를 절대 때리지 않는다”였으니까.


그런 아버지가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랑 할머니께 사과드려라.”


그 말에 이상하게 정신이 들었다.


너무 놀라서 오히려 절망감이 날아가 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겨우 냉정을 되찾고 모두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차 안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조부모님의 말에 또 눈물이 터졌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마음이 약한 인간이었던 것 같다.


S선생님의 집, 그러니까 절에 도착했을 때 나는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안심한 거였을지도 모른다.


문을 지나 돌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중년 남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생각해보면 S선생님 집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할머니처럼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까.


안쪽으로 안내되어 뒤편 현관으로 들어가자 열 평 정도 되는 불당이 나왔다.


S선생님은 기억 속 그대로 불상 앞 방석 위에 정좌한 채 앉아 있었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셨다.


할머니

“T야, 이제 괜찮다. S선생님이 봐주실 거여.”


S선생님

“오랜만이네. 아주 훌륭하게 컸구나. 시간 빠르네.”


할머니

“S선생님, 우리 T 괜찮겠지요?”


할아버지

“괜찮을 거여. 이제 막 왔는데 S선생님도 아직은 모르시지.”


할머니

“영감은 좀 조용히 해요. 나는 걱정돼 죽겠구먼…”


이상하게도 S선생님 앞에 오자 그렇게 당황하던 조부모님이 차분해져 있었다.


그 분위기는 부모님과 나에게도 전해졌다.


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고 몸 안의 나쁜 것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거의 한계였던 것 같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피곤했제? 이제 S선생님이 잘해주실 테니 옆방 가서 쉬고 있그라.”


부모님은 그 말에 기대듯 옆방으로 갔다.


S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T야, 이리 오렴.”


나는 S선생님과 마주 보고 정좌했다.


S선생님은 부모님과 조부모님에게 말했다.


“이제 T랑 이야기할 테니까 옆방에서 쉬고 계세요.”


“제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는 이 방에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할아버지

“S선생님, 우리 T 잘 부탁드립니다!”


할머니

“T야, 걱정 말어.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된다.”


그 모습에 또 눈물이 났다.


정말 계속 울기만 했다.


S선생님은 더 가까이 오라고 하셨고, 우리는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았다.


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다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 시선 앞에서 나는 꼭 어릴 적 부모 눈치를 보던 아이처럼 움츠러들었다.


분명 나보다 훨씬 작고 힘도 약한 할머니였는데, 이상하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정말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S선생님이 조용히 말했다.


“…어떡하면 좋을까.”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T야, 무섭니?”


“…네.”


“그렇겠지. 이대로 둘 수는 없겠네.”


“…저…”


“아아, 괜찮아. 혼잣말 같은 거니까.”


무슨 괜찮다는 건데?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저… 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빨리 좀 어떻게 해주세요. 대체 그게 뭐예요? 왜 저만 따라다니는 건데요? 정말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어요! S선생님 어떻게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저 딱히 잘못한 것도 없잖아요!? 물론 심령스팟 가긴 했지만 저 혼자 간 것도 아닌데 왜 저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냐고요! 거울 앞에서 뭘 하면 안 된다는 것도 관계 있는 거예요!? 진짜 미치겠네!!”


그 순간이었다.


“도오~시떼…”


왼쪽 귀에서 앵무새 같은 높고 기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조금 지나서야 그것이


“왜?”


라고 반복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계속 S선생님의 눈을 보고 있었다.


S선생님도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다정했던 얼굴이 어느 순간 무표정해 보였다.


왼쪽 시야에 무언가 있다는 건 느껴졌다.


힐끔힐끔 보였으니까.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결국 왼쪽을 돌아봤다.


목에서 뜨거운 피가 흐르는 걸 느끼면서.


아이츠가 서 있었다.


몸을 ㄱ자로 꺾은 채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는 절이었다.


눈앞에는 S선생님이 있었다.


그런데 왜.


왜 여기 있는 거지.


일주일 전에 봤던 그대로였다.


아이츠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부엉이처럼 고개를 잘게 흔들며 신기하다는 듯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왜? 왜? 왜? 왜?”


앵무새 같은 목소리로 계속 물어왔다.


분명 하야시도 같은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숨 쉬는 법조차 잊어버렸다.


눈과 입을 크게 벌린 채 굳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가끔씩 “커헉” 같은 소리만 새어나왔다.


그때 아이츠가 손을 움직여 얼굴에 붙어 있던 부적 같은 것을 천천히 들추기 시작했다.


보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부적이 턱 근처까지 들려 올라갔다.


속으로는 계속 외쳤다.


‘그만해!! 더 들추지 마!!’


하지만 입에서는


“아… 아카핫…”


같은 한심한 숨소리만 나왔다.


정말 위험하다 싶던 순간.


“짝!!”


엄청난 박수 소리가 울렸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몸이 튀어 올랐다.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나는 뒤를 돌아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무언가 생각한 게 아니었다.


몸이 멋대로 움직인 거였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정좌 때문에 다리가 저려 제대로 달릴 수 없었다.


결국 비틀거리다가 벽에 머리를 세게 박았다.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렀지만 아프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그만큼 정신이 나가 있었던 거다.


눈에 피가 들어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손을 휘저으며 출구를 찾았다.


하지만 엉뚱한 방향만 더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S선생님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아직 안 됩니다!”


그 말이 부모님과 조부모님에게 한 말인지, 나에게 한 말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한마디만으로 내 움직임은 멈췄다.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S선생님은 잠시 침묵한 뒤 차분하게 말했다.


“T야, 미안하구나. 무서웠지. 이제 괜찮으니까 이리 오렴.”


“다들 괜찮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장지문 너머에서 부모님과 조부모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피를 닦으며 다시 S선생님 앞에 앉았다.


선생님은 수건을 건네주셨다.


향 냄새 같은 좋은 냄새가 났다.


그제야 아까 소리가 S선생님이 손뼉 친 소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S선생님이 물었다.


“T야, 봤지? 들었지?”


“…봤어요. 계속 ‘왜?’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그때쯤에는 S선생님의 얼굴은 다시 원래의 다정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나도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아니, 사실은 그냥 생각하는 걸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구나. 왜라고 물었지. 넌 그게 뭐라고 생각하니?”


“…모르겠어요.”


“T야, 그 아이가 무섭니?”


“…무서워요.”


“뭐가 무서운 거니?”


“당연하잖아요… 평범하지도 않고 귀신이고…”


내 머리는 이미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S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는 않았잖니?”


“…아니요. 목에서 피도 났고, 부적 같은 걸 벗기려 했고…”


“그래. 그렇지만 그 외에는 없었지?”


“….”


“어렵네…”


“…죄송해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


그 뒤 S선생님은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천천히 설명해주셨다.


아이츠는 흔히 말하는 귀신이나 요괴 같은 존재가 맞다고 했다.


하지만 그걸 단순한 악령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분명 위험한 부류이긴 했지만, 선생님은 그 존재에게서 악의를 느끼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쁜 마음이 없어도 너무 강하면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란다.”


“그 사람은 오랫동안 외로웠던 거야. 이야기하고 싶고, 닿고 싶고, 자신을 봐주길 바랐던 거지.”


“T는 모르겠지만 참 따뜻한 아이란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었어. 그래서 그 아이가 ‘좋겠다, 상냥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한 거야.”


“자신을 알아봐준 게 너무 기뻤던 거지.”


“하지만 T는 그 아이보다 훨씬 약했어. 그래서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반응해버린 거야.”


나는 완전히 혼란스러웠다.


아이츠를 당연히 악령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S선생님이 퇴마해주면 끝나는 이야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S선생님은 오히려 아이츠를 감싸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선생님이 말했다.


“자, 이제는 어떻게든 해야겠네.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가 도와줄게.”


그 한마디에 정말 구원받았다.


‘아, 이제 끝나는구나.’


처음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S선생님은 내 평생 잊고 싶지 않은 말을 남겼다.


“겉모습이 무섭더라도, 네가 모르는 존재라도, 너와 똑같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렴.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렴.”


그 후 S선생님은 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퇴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츠가 성불할 수 있도록.


그날 밤, 이마 상처도 아팠고 목 상처도 찢어져 있었지만 나는 정말 오랜만에 깊게 잠들 수 있었다.


(경이 끝난 뒤에도 계속 겁먹고 있는 나를 보고 웃으시며 그날은 묵게 해주셨다.)



 

 

 

 

다음 날, 나는 일부러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했지만 S선생님은 이미 아침 기도를 끝낸 뒤였다.


S선생님

“좋은 아침이네, T야. 자, 세수하고 아침 먹으렴. 다 먹으면 본산으로 갈 거란다.”


관계자도 아닌 내가 자세히 쓰는 건 좀 그렇지만 조금만 이야기하겠다.


S선생님이 속한 종파는 전에 말했듯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곳이었다. 신자도 수행자도 일본 전국에 있었다.


가르침은 같지만 지리적인 이유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 본산이 있다고 했다.


내가 가게 된 곳은 서쪽 본산이었다.


S선생님 말로는, 거기서 한동안 지내며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덕을 키우고, 아이츠가 하루라도 빨리 성불할 수 있도록 공양을 드리게 될 거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가장 기뻐한 건 할머니였다.


반대로 끝까지 믿기 어려워했던 건 아버지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내가


“이제 괜찮아. 다녀올게.”


라고 말했기 때문에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


본산에 도착하자 젊은 수행자가 마중 나와 있었고, S선생님에게 매우 공손하게 인사했다.


본당 옆 깊숙한 곳에 있는 건물로 안내받았다.


겉으로는 작은 별채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상당히 넓고 훌륭한 건물이었다.


거기서 본산 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렸는데, 이곳에서도 S선생님에게는 다들 굉장히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S선생님은 사실 상당히 대단한 분이었다고 한다.


원했다면 꽤 높은 위치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은 분이었다고.


(선생님 본인은 “아무래도 서열 같은 게 생기게 되네”라며 웃으셨지만.)


나는 한동안 본산에 머물게 되었다.


손님 취급을 받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행자들과 비슷한 생활을 했다.


아마 S선생님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 생활 속에서 나는 스스로가 얼마나 운이 좋은 인간인지 깨달았다.


40년째 뱀 원령에게 시달리는 여성도 있었고, 가문 전체가 저주 때문에 몰락해 가족과 친척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도 있었다.


족보를 따라가면 훌륭한 무사 가문의 후손인데도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깨달았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더 괴로운 사람도 많다는 걸.


엄격한 생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장소 자체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혹은 S선생님의 말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공포는 조금씩 옅어졌다.


물론 순간순간 아이츠가 근처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본산에 온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S선생님이 찾아오셨다.


S선생님

“어머어머, 많이 좋아졌네.”


“네. 다 선생님 덕분이죠.”


S선생님

“그 이후로 또 보이거나 한 적은?”


“아뇨. 한 번도요. 아마 성불했거나 어딘가로 간 거 아닐까요? 여긴 본산이니까…”


S선생님

“그렇진 않단다.”


순간 얼굴이 굳어버렸다.


S선생님

“아이고, 미안하구나. 또 무서워졌지?”


“하지만 말이야 T야, 여기에는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 그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도와주는 게 우리의 일이란다.”


아마 그 말 속에는 아이츠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S선생님은 계속 말했다.


“T야, 조금 더 여기서 배우렴. 모처럼 왔잖니.”


나는 그 말을 따랐다.


아직도 그때 일이 마음속에 깊게 남아 있었고, 솔직히 여기서 더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여기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는 금방 지나가는데 동시에 아주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다가 결국 나는 무려 3개월이나 본산에 머물게 되었다.


그동안 S선생님은 두 달 전 한 번 오신 이후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선생님의 말이 없으면 여전히 불안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


세상과 단절된 채 3개월이나 살다 보니 점점 바깥의 시끄러운 일상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달 만에 다시 S선생님이 오셨다.


드디어 본산 생활도 끝나려 하고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그동안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한 명씩 인사를 드린 뒤 S선생님과 함께 떠나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옆에 계시던 S선생님이 보이지 않았다.


“어?”


하고 뒤를 돌아보니 조금 뒤에 서 계셨다.


‘내가 너무 빨리 걸었나?’


싶어서 다시 돌아갔다.


그러자 S선생님은 평소처럼 다정한 얼굴로 말했다.


“T야, 그냥 여기 남아서 지내면 안 되겠니?”


나는 순간 조금 기뻤다.


마치 S선생님에게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저한텐 무리예요. 여기 분들은 정말 대단하세요. 저는 절대 저렇게 못해요.”


그러자 S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란다.”


“지금은 아직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아.”


“…네?”


“아직 남아 있거든.”


순간 다시 얼굴이 굳어버렸다.


결국 나는 그 후로도 두 달이나 더 본산에 머물렀다.


무려 5개월이었다.


아마 가족도 아닌 누군가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생활을 돌봐받는 일은 인생에서 다시 없을 것이다.


그리고 떠나는 날, S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마 이제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한동안은 한 달에 한 번씩 오렴.”


아이츠가 완전히 사라진 건지, 아니면 숨어 있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길었던 본산 생활이 끝났고, 나는 겨우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어머니가 이미 정리해 두셨고, 짐도 전부 본가로 옮겨져 있었다.


어머니 말로는 아파트 문을 열었을 때 무언가 태운 듯한 냄새가 심하게 났고, 방 한가운데에는 작은 벌레들이 모여 있었다고 했다.


너무 무서워서 그날은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돌아오셨다고.


다음 날 다시 용기를 내 문을 열었을 때는 냄새는 남아 있었지만 벌레는 사라져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그걸 직접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본가로 돌아온 뒤, 거의 반년 만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은 휴대폰 같은 건 전혀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휴대폰에는 엄청난 수의 부재중 전화와 메일이 쌓여 있었다.


그중 가장 많았던 건 ○○의 연락이었다.


메일 내용을 보니 그 녀석 나름대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사과도 하고, 이런 사람을 찾아봤다느니, 이런 방법이 있다느니 꾸준히 연락을 보내왔던 것이다.


어머니에게 들으니 집까지 찾아왔었다고 했다.


본가로 돌아온 지 이틀째 밤, 나는 ○○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가 엄청 시끄러웠다.


○○는 혀가 꼬여 제대로 말도 못 했다.


…소개팅 술자리에 가 있었던 거다.


나는 그냥 전화를 끊고 문자 하나만 보냈다.


“죽여버린다.”


결국 남은 남이다.


다음 날 ○○에게서 연락이 왔다.


직접 사과하고 싶으니 시간 좀 내줄 수 없냐는 문자였다.


전화가 아니라 문자였던 건 아마 얼굴 보기 민망했기 때문이겠지.


그날 밤 ○○는 일부러 먼 길을 와서 우리 집까지 찾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는 그 녀석을 두 대 때렸다.


한 대는 놈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그리고 나머지 한 대는 소개팅이나 처나가서 내 속을 뒤집어놓은 죄였다.


가끔은 말보다 한 대 맞는 게 더 속 편할 때도 있으니까.


물론 두 번째는 그냥 내 개인적인 분풀이였지만.


나는 ○○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했다.


그날 밤 우리는 둘이서 무서워하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며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정말 평범한 일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에게서 그날 밤 이후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날 도망쳐 나온 뒤 하야시는 확실히 이상해져 있었다고 한다.


하야시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는 상황이 완전히 위험해졌다는 걸 직감했다고 했다.


하지만 뒷좌석으로 뛰어든 하야시의 상태가 너무 심상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출발시켰다고 했다.


“괜히 반항했다가 무슨 짓 당할지 몰랐거든…”


그 한마디만으로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는 차가 우리 집에서 멀어져 고속도로 입구 신호에 걸렸을 때 도망쳤다고 했다.


“걔가 갑자기 웃기 시작하고, 벌벌 떨다가 ‘난 아니야’라든가 ‘그런 짓 안 해요’ 같은 소리를 하니까 진짜 너무 무서웠어…”


그 말을 듣자 다시 아이츠가 귓가에 속삭이던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한동안 그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우느라 힘들었다.


○○는 너무 무서워서 다시 우리 집에 돌아올 생각조차 못 했다고 했다.


“겁쟁이라서 죄송했습니다…”


라고 사과했기에 나는 그냥 용서했다.


솔직히 내가 ○○였어도 도망쳤을 거다.


그 이후 하야시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일로 ○○도 완전히 화가 났던 모양인지, 하야시를 소개해준 친구를 추궁했다고 한다.


결국 하야시는 사기꾼 흉내도 제대로 못 내는 한심한 놈이었고, 친구는 그냥 용돈 벌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소개했다고 했다.


○○는 말했다.


“아무튼 그 새끼는 진짜 두들겨 팼으니까 용서 좀 해줘!”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자기 정보 때문에 시작됐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이었던 건지, ○○는 이후 인맥을 총동원해 이것저것 알아봤다고 했다.


물론 별 소득은 없었다.


이런 일을 직접 겪었거나 제대로 아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 리 없었으니까.


결국 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뭔가 조건이 몇 개 맞아떨어지면 가끔 일어나는 일 아닐까…”


그 정도였다.


그 후 나는 S선생님의 말씀대로 매달 한 번씩 찾아갔다.


첫 1년은 매달.


그다음 1년은 3개월에 한 번씩.


○○도 죄책감 때문인지 아무 일 없어도 우리 집에 자주 찾아왔고, 내가 S선생님을 만나러 갈 때마다 꼭 연락해왔다.


그리고 아이츠를 본 지 2년쯤 지났을 때.


S선생님은 마침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괜찮을 것 같구나. 앞으로는 가끔 얼굴만 비추면 돼. 하지만 이상한 짓은 하면 안 된다?”


나는 정말 끝난 건지 아직도 알 수 없다.


그리고 S선생님은 그로부터 3개월 뒤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존경하던 S선생님에게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모든 것이 끝났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S선생님의 장례식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났었다.


쓸쓸함과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도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바쁜 하루하루 사이에 문득 그때 일을 떠올릴 때가 있었다.


너무나도 일상과 동떨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정말로 일어난 일이 맞는지조차 알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 일도 없었고,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필사적으로 살아갈 뿐이었다.


그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할머니에게서 편지 한 통이 왔다.


봉투를 열자 할머니의 편지와 또 다른 편지가 들어 있었다.


할머니의 편지에는 나를 걱정하는 말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S선생님께서 맡기신 편지입니다. 사십구재가 끝났으니 S선생님과의 약속대로 T에게 전합니다.”


S선생님의 편지였다.


지금으로서는 거기에 적힌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고, 그대로 적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조금 바꿔서 쓰겠다.


T에게.


오랜만이구나. S란다.


그날 이후 시간이 꽤 흘렀네.


이제 괜찮니?


무서운 일을 겪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안 되겠네. 나이가 드니 말이 자꾸 빙빙 돌아가는구나.


오늘은 T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편지를 썼단다.


하지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야.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단다.


그래도… 미안하구나.


그날 T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선생님은 사실 정말 무서웠단다.


왜냐하면 T가 데리고 온 것은 도저히 선생님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T는 겁에 질려 있었지.


그래서 선생님이 무서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단다.


사실을 말하자면,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전혀 돌아보지 않는 존재도 있단다.


그때는 운이 좋았던 거야.


T야, 본산에서의 생활은 어땠니?


조금이라도 마음이 나아졌을까?


T와 만날 때마다 선생님이 “아직 안 된다”고 말했지?


기억하니?


그 상태로 돌아가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T처럼 젊은 아이에게는 지루하다는 걸 알면서도 돌려보낼 수 없었어.


선생님은 매일 기도했지만, 그것은 좀처럼 어디론가 가주지 않았단다.


그래도 이제는 괜찮을 거야.


가까이에 있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하지만 T야.


만약… 만약 다시 괴로운 일을 겪게 된다면 곧바로 본산으로 가렴.


그곳이라면 아마 T 쪽이 더 강해질 수 있을 테니, 쉽게 손대지 못할 거야.


마지막으로 반드시 알려줘야 할 것이 있단다.


너무나 괴롭다면 부처님께 몸을 맡기렴.


이제 괴로운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느껴질 때는 마음을 정하렴.


결코 T가 죽기를 바라는 게 아니란다.


하지만 만약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T에게는 괴로운 시간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뜻이야.


T도 본산에서 그런 사람들을 여러 명 보았지?


정말로 나쁜 것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사람을 괴롭힌단다.


결코 끝내주지 않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히죽히죽 웃고 싶어 하는 거야.


분하지만 선생님들의 힘이 미치지 못해서, 눈앞에서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고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일도 있단다.


그 사람들도 도와주고 싶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많아.


선생님은 어떻게든 T만큼은 구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구나.


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사라졌다고도 생각하지만 아직 안심해서는 안 돼.


네가 안심하고 긴장을 푸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알겠니, T야.


절대로 완전히 안심하면 안 된다.


항상 조심하고, 이상한 장소에는 가까이 가지 말고,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아라.


선생님을 믿어줘. 알겠지?


거짓말만 해서 미안하구나.


이제 와서 믿어달라고 말하는 게 뻔뻔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도 마지막까지 부처님께 부탁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믿어주렴.


T가 건강하게 매일을 보낼 수 있도록 언제나 기도하고 있단다.


S.


편지를 읽는 동안 편지를 쥔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분 나쁜 식은땀도 흘리고 있었다.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었다.


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


갑자기 아이츠가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도망칠 수 없는 건 아닐까.


어쩌면 숨어 있었을 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 눈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졌다.


S선생님은 혹시 아이츠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이런 편지를 남긴 게 아닐까?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건 아닐까?


하야시는 혹시 아이츠에게 들러붙어 버린 건 아닐까?


대체 아이츠에게 무슨 말을 들은 걸까.


나와는 다른, 더 직접적인 말을 듣고 미쳐버린 건 아닐까.


S선생님은 나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건 결국,


“거짓말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다는 뜻 아닐까.


결국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S선생님은 마지막까지 나를 걱정했던 게 아닐까.


의심하면 할수록 혼란스러워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다.


2년 반에 걸쳐 지금도 끝났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전부다.


결국 이유도 알 수 없었다.


편리하게 해결해줄 방법도 없었고,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디서 얻었는지도 모를 지식이 불러온 일인지, 아니면 그것 자체가 어떤 인과관계였는지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우연이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괴로웠다.


내가 정말 이 정도로 고통받을 만한 죄를 지은 걸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였을까?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그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무언가에게 씌이거나, 노려지거나, 따라붙는 일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누군가 끝났다고 말해도 마지막까지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미안하지만, 나는 사과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이야기 안에는 작은 거짓말이 여러 개 있다.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고, 나도 정확히 모르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눈감아줬으면 한다.


그래서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그 점도 함께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정말 사과해야 할 건 그게 아니다.


이 이야기의 성립 자체와 관련된,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나는 거짓말을 했다.


아마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눈치채지 못하게 신경 썼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순을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었다.


나는 ○○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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