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씌이거나, 노려지거나, 따라붙게 되면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해두고 싶었다.
그리고 내 경험상 한두 번 굿이나 퇴마를 받는다고 해결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잠식당한다.
애초에 떼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 보였었다.
내 경우는 대략 2년 반 정도였다.
일단 말해두지만 나는 지금도 팔다리 멀쩡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다만, 끝난 건지 아닌지는 아직도 확신할 수 없었다.
우선 처음부터 이야기하겠다.
당시 나는 스물세 살이었다. 사회생활 1년 차였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시기였다. 회사 규모가 작아서 동기도 적었고, 자연스럽게 서로 가까워졌었다.
그 동기 중에 동북 지방 출신인 ○○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이 녀석은 이상할 정도로 아는 것도 많고 인맥도 넓었다.
가끔 “이걸 하면 XX가 온다”, “△△를 부르면 나타난다” 같은 이야기 있지 않은가.
대부분은 헛소문이겠지만, 몇몇은 진짜 일어날 수도 있다고 그 녀석은 말했었다.
무슨 조건들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면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내 경우는 아마 철없는 장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막 차를 샀고, 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알바와 비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게 되면서 주말마다 놀러 다니고 있었다.
8월 초, 헌팅해서 친해진 여자애 둘과 ○○, 그리고 나까지 총 네 명이서 흔히 말하는 심령 스폿에 담력시험을 하러 갔었다.
확실히 분위기는 무서웠다. 오싹했고,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스릴만 즐긴 채 돌아왔었다.
문제는 그로부터 3일 뒤였다.
당시 회사에는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 신입은 먼저 못 간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그래서 매일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왔고,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현관 앞 전신거울 앞에서 “하면 안 되는 것”을 해버렸다.
시험해보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순간적으로 떠올랐을 뿐이었다.
당시 내 방 구조를 설명하겠다.
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의 원룸이었고, 현관을 열면 좁은 복도가 있었고, 그 끝에 8평 정도 되는 방이 있었다. 전신거울은 복도와 방 경계 쪽에 세워 두고 있었다.
○○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거울 앞에서 △ 자세를 한 채 오른쪽을 보면 ◆가 온다는 이야기였다.
몸을 약간 숙여 인사하는 것 같은 자세가 된다.
나는 “오겠냐고, 이런 게” 하고 중얼거리며 그대로 오른쪽을 봤다.
그 순간이었다.
방 한가운데쯤에 뭔가가 서 있었다.
외형부터 비정상이었다.
아마 키는 160cm 정도였을 것이다.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고 헝클어져 있었고, 마치 발처럼 얼굴을 덮고 있었다. 아니, 얼굴에는 부적 같은 종이가 여러 장 붙어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무슨 옷인지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흰색 일본식 수의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폭으로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비명도 나오지 않았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만큼은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상상해보라.
좁은 원룸 한가운데에, 소리도 없이 뭔가가 서 있는 상황을.
원인은 머리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혼란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상했다.
불이 켜져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다. 놈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놈 주변만 푸르스름하게 보였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방 안은 조용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방에서 나가자.”
발밑에 있던 가방을 왜인지 천천히,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시선을 절대 떼지 못했다.
눈을 돌리면 끝장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뒷걸음질치며 복도의 절반쯤 지나갔을 때였다.
놈이 좌우로 흔들리는 움직임을 점점 크게 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신음 같은 소리도 내기 시작했다.
그 이후는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역 앞 편의점 안이었다.
어쨌든 사람 있는 곳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은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엉망이었다.
“저게 뭐였지?” 하는 분노 비슷한 감정과, “문 안 잠갔는데…” 같은 쓸데없이 침착한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결국 그날은 방에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밤을 새웠다.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을 무렵,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었다.
다행히 놈은 사라져 있었다.
방에 들어가기 전 다시 밖으로 나와 캔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다.
혹시 환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런 게 존재할 리 없으니까.
밝아졌다는 안도감과 놈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대담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좋아, 없네.”
그렇게 생각하며 커튼 때문에 어두운 방의 전등을 켰다.
그리고 바로, 어젯밤 일이 현실이었다는 증거를 보게 되었다.
놈이 서 있던 바닥 근처에 엄청난 악취를 풍기는 진흙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아마 시궁창 슬러지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발자국 수준이 아니었다.
바닥 한가득 퍼져 있었다.
그제야 모든 게 현실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깨닫고 더 패닉에 빠졌다.
“…나 불 안 끄고 잤잖아.”
스위치를 누른 왼손을 보니 그쪽에도 진흙이 묻어 있었다.
한동안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소를 하고 샤워까지 하고 회사에 갔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하다.
냄새는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회사 빠지는 것도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회사에 도착하자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와 이야기할 기회를 노렸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붙잡을 수 있었다.
“전에 말했던 거 있잖아. 거울 앞에서 △ 하면 ◆ 온다는 거. 어제 해봤는데 진짜 왔거든?”
“뭐?”
“아니 진짜 뭔가 나왔다니까!”
“아~ 그래그래. 쿠퍼액 나왔구나?”
“야 장난하지 마. 진짜 위험한 게 나왔다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겠다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전날 있었던 일을 전부 설명했다.
처음엔 농담이라 생각하던 ○○도 점점 반신반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퇴근 후 내 방에 와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밤 10시쯤, 우리는 방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아침에 맡았던 악취가 다시 코를 찔렀다.
밀폐된 방 안의 열기와 함께 썩은 냄새가 밀려왔다.
오는 내내 내 설명을 들었던 ○○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진짜냐.”
드디어 믿은 모양이었다.
문제는 이 녀석이 해결책을 알고 있느냐였는데, 기대할 일은 아니었다.
결국 “일단 퇴마라도 받아보는 게 좋겠다”,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겠다”라는 말만 남기고 도망치듯 돌아갔다.
나는 그날 캡슐호텔에서 잤다.
오늘 밤 또 나오면 끝장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다음 날, 근처 절에 갔다.
회사 갈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스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전문 분야가 아니라 잘 모르겠네요. 푹 쉬세요. 기분 탓 아닐까요?”
세상은 원래 이런 것이었다.
그날 유명한 절과 신사를 몇 군데 더 돌아다녔지만 반응은 비슷했다.
지쳐버린 나는 결국 사이타마의 본가로 향했다.
정확히는 외할머니가 의지하던 S 선생이라는 비구니를 찾아가고 싶었다.
솔직히 그 사람 말고는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S 선생은 어머니 고향인 나가사키에서 절을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사람도 온화했고 말투도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가짜 영능력자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오랫동안 불문에 몸담아온 사람이었다.
밤 9시쯤 본가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공장뿐인 동네라 그런지 거리는 조용했다.
나는 인기척 없는 길을 빠르게 걸었다.
속으로는 계속 그날 일이 떠올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다행히 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몸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목덜미가 뜨거웠다.
마치 목에 끈을 감고 좌우로 비트는 느낌이었다.
손으로 만져보자 소름이 돋았다.
목만 뜨거웠다.
게다가 따갑기까지 했다.
발진 같은 것도 만져졌다.
겁이 난 나는 그대로 집까지 전력질주했다.
숨을 헐떡이며 현관문을 열자 어머니가 전화를 끊고 있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자마자 말했다.
“방금 할머니한테 전화 왔어. S 선생님이 너 상태 안 좋다고 당장 나가사키로 오라셨대. 너 무슨 짓 했니?”
그러다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어머, 목이 왜 그래!”
나는 대답도 못 하고 현관 거울을 봤다.
목 둘레에 마치 밧줄 자국처럼 붉은 선이 생겨 있었다.
가까이 보니 작은 발진이 빽빽하게 올라와 있었다.
그 순간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계단을 뛰어올라 어머니 방 불상 앞에서 계속 남무아미타불을 외웠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놀라 달려왔고, 어머니는 울면서 할머니와 통화하고 있었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그때부터 본가에서 지내며 사흘이 지났다.
정신적으로 무너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놈이 뭔가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틀 동안 고열에 시달렸다.
목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땀이 흘렀고, 둘째 날 낮에는 피까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셋째 날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피가 멎었다.
원래도 심하게 흐르던 건 아니었지만 상태는 끔찍했다.
열도 미열 정도로 내려가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목 둘레가 미친 듯이 가렵기 시작했다.
따갑고 간지러웠다.
베개나 이불, 수건만 스쳐도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딱지가 생겨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만지지 않으려 했다.
이불 속에 들어가 저녁까지 버텼지만 결국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말았다.
거울 따위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거울 속에는 상상도 못 한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붉은 자국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대신 발진이 훨씬 커져 있었다.
지금도 떠올리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역겨운 광경이었다.
자세히 설명하겠다.
원래 목 둘레의 붉은 선은 폭이 1cm 정도였다.
새하얀 피부 위에 선명한 붉은 줄이 생겨 정말 빨간 끈을 감아놓은 것처럼 보였었다.
그게 3일 전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거울 속의 그것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붉은 발진 안에 고름이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붉은 선을 이루던 발진 하나하나가 전부 고름주머니처럼 부풀어 있었다.
마치 거대한 여드름 수백 개가 빽빽하게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 대부분에서 고름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너무 혐오스러워서 그대로 토해버렸다.
찬물로 목을 씻고, 어머니에게 받은 연고를 바르고, 울면서 이불 속으로 돌아갔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직 하나.
“왜 하필 나냐.”
그 분노만 남아 있었다.
한참 울다가 지쳐 잠들 무렵 휴대폰이 울렸다.
○○에게서 온 전화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주 작은 희망조차 엄청난 힘이 된다.
정말 그때만큼 반가운 전화는 없었다.
“여보세요…”
“오~ 야 괜찮냐?”
“괜찮겠냐…”
“아… 진짜 심각한 거야?”
“심각한 정도가 아니야. 하아… 뭐 방법 같은 거 없냐?”
“응… 그게…”
○○는 자기 고향 친구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대신 그런 쪽에 강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소개는 가능하지만 돈이 든다는 말도 덧붙였다.
“얼마인데?”
“일단 오십만 엔 정도래…”
“오십만 엔!?!”
당시의 나에게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돈이었다.
하지만 공포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선택지는 없었다.
“알았다… 언제 만날 수 있는데?”
“지금 군마에 있다는데, 연락해볼게.”
한편 내가 불상 앞에서 남무아미타불만 외우고 있을 때, 어머니는 외할머니에게 전화하고 있었다.
외할머니는 바로 S 선생에게 연락했고, 결국 직접 와주시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S 선생도 고령이었고 매우 바빴다는 것이다.
오실 수 있는 날짜는 무려 3주 뒤였다.
즉, 나는 앞으로 3주 동안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로 버텨야 했다.
그래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날 밤 11시쯤 ○○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연락 왔다. 내일 온대.”
“내일?”
“내일 일요일이잖아.”
그러고 보니 그걸 본 지 벌써 닷새가 지나 있었다.
이상하게 회사 생각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알았다. 고맙다. 집까지 와주는 거야?”
“응. 차 타고 온다니까 주소 보내.”
“너도 같이 오는 거지?”
“가지.”
“돈은 나중에 줘도 되냐?”
“아마 괜찮을걸?”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흰 수의를 입은 젊은 여자가 내 옆에 정좌하고 있었다.
내가 눈치채자 그녀는 두 손을 짚고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방 밖으로 나갔다.
나가기 직전 다시 한 번 깊게 인사했다.
그 꿈이 놈과 관련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음 날 오후, ○○에게 연락이 왔다.
밖으로 나가보니 ○○와 친구 한 명, 그리고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처음부터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양아치 같은 분위기였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짐작되지 않았다.
내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던 탓에 부모님은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을 “하야시”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아마 가명이었을 것이다.
“T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꽤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네요.”
(T가 나고, ‘그 친구’는 ○○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버지가 물었다.
“실례지만 무슨 관계로 오신 겁니까?”
하야시는 웃으며 말했다.
“이건 일반인은 손댈 수 없는 일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대로 두면 T군 위험해요.”
“친구가 꼭 도와달라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어머니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애가 정말 위험한 건가요?”
“저도 이런 일 꽤 겪어봤지만 이렇게 심한 건 처음입니다. 이 방 안 가득 안 좋은 기운이 차 있어요.”
아버지는 끝까지 의심하고 있었다.
“직업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 수상하게 보이는 거 압니다. 그런데 제대로 제령하고 정화 안 하면 T군 진짜 끌려갑니다.”
그리고 본론을 꺼냈다.
“물론 저희도 목숨 걸고 하는 일이라 사례는 받아야죠.”
“얼마면 됩니까?”
“한 200만 엔 정도는 받아야…”
“200만 엔!?”
“친구 부탁으로 일부러 여기까지 온 겁니다. 싫으면 안 해도 되죠. 하지만 T군 목숨값으로 생각하면 싼 거 아닙니까?”
“게다가 절도 신사도 다 다녀봤다면서요? 이제 또 처음부터 찾아다니실 겁니까?”
나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솔직히 200만 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를 쳐다봤지만, 그 녀석도 난처한 얼굴만 하고 있었다.
결국 부모님도 뾰족한 수가 없었고, 마지못해 맡기게 되었다.
하야시는 그날 밤 바로 제령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준비가 필요하다며 밖으로 나갔다가 저녁쯤 돌아왔다.
촛불을 세우고, 부적 같은 종이를 방 안 곳곳에 붙이고, 수정구슬과 염주를 꺼냈다.
술잔에는 일본주 같은 것을 따랐다.
딱 봐도 그럴듯한 분위기가 되어갔다.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이걸로 괜찮아질 겁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니 밖에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영이 옮겨갈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부모님은 집 밖 차 안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주변이 어두워졌을 무렵 제령이 시작되었다.
하야시는 염불 같은 것을 외우며 일정한 간격으로 손가락을 술잔에 적셔 내게 뿌렸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다.
그런데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염불 소리가 끊기기 시작한 것이다.
눈을 감고 있었기에 나는 분위기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목이 너무 아팠다.
가려움을 넘어 분명한 통증이었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염불이 멈췄다.
하지만 이상했다.
끝난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목의 통증은 전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심해지고 있었다.
몸도 오싹했다.
그리고 무언가가 이불 위에 올라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면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떠버렸다.
그리고 나는 가장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하야시는 내 오른쪽에 앉아 제령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놈이 있었다.
내 몸을 사이에 두고 하야시와 마주 본 채 정좌하고 있었다.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상체만 앞으로 쭉 내민 채, 하야시 얼굴을 바로 앞에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둘 얼굴 사이는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 거리밖에 없었다.
놈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올빼미처럼 빠르게 까딱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하야시에게 뭔가 속삭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하야시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있었다.
입은 헤벌어진 채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희미한 웃음까지 떠 있었다.
가끔 작게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나는 숨도 잊고 그 장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놈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나는 그대로 눈을 꽉 감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미친 듯이 남무아미타불을 외웠다.
눈앞에는 놈이 올빼미처럼 목을 움직이며 내 얼굴 가까이 들이대는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미칠 만큼 무서웠다.
그때였다.
쾅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야시가 도망친 것이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이불 속에 웅크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부모님이 방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이불을 걷었을 때, 나는 몸을 둥글게 말고 굳어 있었다고 한다.
하야시는 부모님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차에 올라타 ○○와 친구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중에 ○○에게 들은 바로는, 차 안에서 하야시는 “차 출발시켜”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내게는 3주 뒤에 올 S 선생을 기다릴 여유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