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쿠네쿠네(くねくね) - 아키타 논두렁의 하얀 형체
이것은 내가 어렸을 때, 아키타현에 있는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의 이야기다.
일 년에 한 번, 명절 때나 겨우 찾아가던 할머니 댁에 도착한 나는,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자마자 오빠와 함께 밖으로 뛰어나갔다.
도시와는 전혀 다른 맑은 공기.
기분 좋게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나는 오빠와 함께 논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런데 해가 머리 위까지 올라왔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바람이 뚝 멈췄다.
그러더니 곧바로, 기분 나쁠 정도로 뜨겁고 축축한 바람이 훅 불어왔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안 그래도 뛰어다녀서 더운데, 왜 이런 더운 바람까지 부는 거야!”
조금 전까지 느꼈던 상쾌함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탓에, 괜히 짜증이 났다.
그런데 오빠는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오빠는 조금 전부터 계속 한쪽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쪽에는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내가 물었다.
“저 허수아비가 왜?”
그러자 오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아니, 허수아비 말고. 그 너머에 있는 거.”
나는 오빠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논 저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확실히 무언가가 보였다.
멀어서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 정도 크기의 하얀 물체가 논 한가운데서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었다.
주변에는 논뿐이었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순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곧 억지로 납득했다.
“저것도 허수아비 아니야? 바람에 움직이게 만들어 놓은 비닐 허수아비 같은 거겠지. 아까부터 바람이 불었으니까.”
오빠도 그 말을 듣고 잠깐은 납득한 듯했다.
하지만 그 표정은 곧 사라졌다.
바람이 다시 딱 멈췄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하얀 물체는 여전히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었다.
오빠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봐… 아직도 움직이고 있어…. 저거 대체 뭐야?”
그 물체가 계속 신경 쓰였던 모양인지, 오빠는 갑자기 할머니 댁으로 뛰어가더니 쌍안경을 가져왔다.
다시 논가로 돌아온 오빠는 약간 들뜬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먼저 볼 테니까, 넌 잠깐 기다려.”
그리고 쌍안경을 눈에 가져다 댔다.
……그 순간이었다.
오빠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린 오빠는, 식은땀을 뚝뚝 흘리더니 손에 들고 있던 쌍안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갑자기 변해 버린 오빠의 모습이 무서웠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였어?”
오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몰라도 돼.”
그리고 다시 말했다.
“알면 안 돼…….”
그 목소리는 이미 내가 알던 오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빠는 그대로 멍한 얼굴로 터벅터벅 할머니 댁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쌍안경을 집어 들었다.
오빠를 저렇게 만든 그 하얀 물체가 대체 무엇인지, 나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빠가 남긴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알면 안 돼.
나는 한참 동안 망설였다.
멀리서 보면, 그저 하얀 무언가가 기묘하게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빠가 저렇게 겁에 질릴 만큼 무섭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체 무엇이길래 오빠가 저렇게 된 걸까.
나는 결국 쌍안경을 눈에 가져가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할아버지가 몹시 당황한 얼굴로 달려오셨다.
내가 미처 “왜요?”라고 묻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다급하게 외치셨다.
“그 하얀 것을 본 거냐!”
그리고 내 손에 든 쌍안경을 보더니 더 크게 물으셨다.
“봤어? 그 쌍안경으로 봤냐?”
할아버지는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했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반쯤 울먹이며 대답했다.
“아니요…. 아직….”
그러자 할아버지는 크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셨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할머니 댁으로 돌아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가 울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 때문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오빠만 웃고 있었다.
미친 듯이.
오빠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마치 그 하얀 물체처럼 몸을 구부린 채, 구불구불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 논 너머의 하얀 물체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오빠의 모습이 훨씬 더 무섭다는 것을.
며칠 뒤,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할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오빠는 여기에 두는 게 나을 게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할머니는 계속 말했다.
“도시는 좁고, 험하고, 그런 곳에선 며칠도 못 버틸 게야…. 여기 두고, 몇 년쯤 지나면 논에 놓아주는 게 나을 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오빠를 볼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내년에 다시 할머니 댁에 와서 오빠를 만난다고 해도, 그건 더 이상 내가 알던 오빠가 아닐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웃으며 뛰어놀았는데.
대체 왜.
나는 눈물을 닦으며 차에 올라탔다.
차가 출발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변해 버린 오빠가, 아주 잠깐 나를 향해 손을 흔든 것처럼 보였다.
나는 멀어져 가는 오빠의 표정을 보고 싶어 쌍안경을 들여다보았다.
오빠는 울고 있었다.
분명히 울고 있었다.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너무나 슬픈 웃는 얼굴이었다.
곧 차는 골목을 돌아섰고, 더 이상 오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쌍안경을 들여다보았다.
언젠가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예전 오빠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빠와 함께 논두렁을 뛰어다니던 기억.
함께 웃고 떠들던 기억.
그 모든 것을 떠올리며, 나는 멍하니 푸른 논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쌍안경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나는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너무 가까이에서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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