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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오랜만에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떠오른 이야기가 있었다.
작은 사건이었지만,
전국지에도 실렸고 뉴스에도 나왔던 것 같았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았다.
A = 리더격
B = A의 소꿉친구
C = 조용하고 머리가 좋은 아이
D = 나
내 고향은 최근 도시의 베드타운으로 개발되기 전까지는 꽤 쓸쓸한 시골 마을이었다.
편의점은커녕 자판기조차 자전거로 20분 정도 달려야 나오는 시골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당연히 그런 시골에 오락시설 같은 것도 없었고,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우리는 집이 서로 가까웠기 때문에 작은 산, 표고 100m 정도 되는 산과 그 산기슭에 있는 공원에서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는 물론이고, 공원 옆 연못에서는 잉어, 붕어, 블루길, 블랙배스 같은 여러 물고기도 잡혔다. 산에 들어가면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도 재미있을 정도로 많이 잡혔다.
우리 말고도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자주 놀러 오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 어느 날, B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며 히죽거리면서 우리를 불러 모았다. 딱 지금쯤 같은, 장마가 끝난 뒤의 무더운 날이었다.
초등학교 조별 과제로 지역의 역사에 대해 조사하던 B는 향토사 자료 속에서 흥미로운 기록을 찾아냈다고 했다.
우리가 놀던 그 산에는 몇 개의 고분이 남아 있었고, 전쟁 중에는 그 고분을 이용해 육군의 훈련장, 무기와 탄약 창고, 그리고 방공호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육군, 방공호라는 말을 듣고 나와 C는 기겁했다.
A는 흥미가 생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B가 말했다.
“야, 재밌을 것 같지? 그래서 말인데, 내일 그 방공호에 가보지 않을래?”
겁 없는 B는 아주 신이 나 있었다.
겁쟁이였던 나와 C는 완강히 거절했지만, 하필 리더격인 A가 찬성해버렸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산속에 있다는 방공호에 가게 되었다.
당일은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다.
방공호에 가는 것은 진심으로 싫었지만, 친구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해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준비를 하고 산기슭 공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공원으로 가는 도중 자전거 체인이 빠져버렸다.
결국 내가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A, B, C 모두 조금 화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A가 말했다.
“뭐야, D. 무서워서 안 오는 줄 알았잖아.”
B가 말했다.
“늦었어. 뭐 하고 있었어?”
C가 말했다.
“……집에 가고 싶다.”
내가 말했다.
“아, 미안. 자전거 체인이 빠져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A는 조금 의아한 얼굴을 한 채 내 자전거 옆에 쭈그려 앉더니 순식간에 체인을 끼워주었다.
“우와, 대단하다. 고마워!”
A가 말했다.
“응. 그것보다 빨리 가자. 여기 덥다.”
A의 한마디에 우리는 평소에 이용하던 작은 짐승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갔다.
B의 말에 따르면 목적지인 방공호는 산 중턱쯤에 있다고 했다.
우리가 늘 뛰어놀던 산인데도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꽤 깊숙한 곳에 있을 거라는 게 B의 생각이었다.
“덥다.”
“뭐 그렇지. 그래도 산속은 밖보다 시원하잖아.”
“그늘이니까.”
“아, 더워.”
산에 들어간 지 약 3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학교 이야기나 만화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는데, B가 갑자기 큰 소리를 냈다.
“아! 아마 이쪽일 거야!”
우리 키만큼 자란 풀을 헤치며, 어디선가 주운 나뭇가지로 길을 만들고 가는 B.
나는 맨 뒤에서 친구들을 따라갔다.
그리고 잠시 더 걸어가자 B가 다시 신이 나서 소리쳤다.
“있다아아아아!”
A가 말했다.
“오, 진짜 있었네.”
C가 말했다.
“……우와.”

나무뿌리 밑에 그 방공호는 조용히 존재하고 있었다.
여름인데도 이상하게 그 주변에는 서늘한 공기가 감돌았다.
나는 더위 때문이 아닌, 기분 나쁜 식은땀을 이마에 잔뜩 흘리고 있었다.
솔직히 나에게 영감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싫은 느낌이 들었다.
꽤 진심으로 말했다.
“그냥 돌아가자.”
하지만 불안해 보이던 C도 나를 한 번 힐끗 봤을 뿐, 잡초가 무성한 방공호의 어두운 구멍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사이 B는 배낭에서 손전등을 꺼냈다.
“좋아, 그럼 들어가 보자!”
A가 말했다.
“그래!”
두 사람은 용감하게 방공호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C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본 뒤 마지못해 두 사람을 따라 들어갔다.
방공호 안은 밖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추웠다.
벽은 빽빽하게 이끼로 뒤덮여 있었고, 축축한 공기와 곰팡이 냄새가 기분 나쁜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바닥도 젖어 있는지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B가 장난으로 얼굴을 비추거나 손전등을 꺼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그때마다 B에게 불평했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입구에서 십몇 미터 정도 들어가 조금 넓은 공간에 도착했을 때였다.
다시 B가 장난으로 손전등을 꺼버린 순간이었다.
빛이라고는 B가 들고 있던 손전등밖에 없었는데, 방공호 안쪽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빛만큼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나를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빛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누구 하나 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A는 바깥으로 이어지는 틈이라도 있는 건가 하고 멍하니 생각했다고 했다.
B는 겁을 먹고 주저앉았다고 했다.
이변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바늘 끝만큼 작았던 수수께끼의 빛이 반짝이며 흔들리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점점 크기가 변해갔다.
바늘 끝에서 쌀알만 한 크기로, 다시 무당벌레만 하게, 탁구공만 하게, 야구공만 하게 커졌다.
그리고 그 빛이 강아지만 한 크기가 되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빛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빛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무서웠던 것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패닉에 빠졌다.

서로 먼저 출구로 향하려 했지만, 옆 친구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에다 발밑이 미끄러워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수수께끼의 빛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강아지만 했던 빛은 어느새 피구공만 한 크기로 커져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공호 안에 우리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 있던 나뭇가지나 떨어져 있던 돌을 빛을 향해 던졌다.
그중 몇 개는 분명히 맞았을 텐데, 물체에 부딪히는 듯한 감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몇 번이나 발이 걸려 넘어지고 무릎을 까지면서 겨우 출구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곧장 산기슭을 향해 달려 내려갔다.
내가 말했다.
“뭐야, 뭐야 저거!”
A가 말했다.
“나도 몰라! 그것보다 B랑 C는?”
A의 말에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나와 A밖에 없었다.
B와 C의 자전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은 아직 그 방공호에 남겨진 것 같았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내가 말했다.
“어, 어떡해! 거길 다시 돌아가야 해? 난 이제 싫어!”
A가 말했다.
“나도 싫어!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저 둘을 두고 갈 수는 없잖아!”
A는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떨리는 무릎을 붙잡고 A의 뒤를 따라갔다.
B는 금방 발견되었다.
나무 아래 방공호 입구에서 손전등을 든 채 기절해 있었다.
살짝 실금한 것 같았지만, 무릎과 손바닥의 상처 말고는 눈에 띄는 외상은 없어 보였다.
A는 B를 나에게 맡긴다고 말하더니, B의 손에서 손전등을 빼앗아 혼자 방공호 안으로 사라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실제로는 5분에서 10분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남겨진 나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거의 울기 직전이 되었고, 그때 A가 방공호 안에서 허둥지둥 뛰쳐나왔다.
A가 말했다.
“C가 없어!”
내가 말했다.
“왜?”
A가 말했다.

“몰라! 엇갈렸을지도 몰라. 일단 B를 옮기자.”
우리는 B의 팔을 각자의 어깨에 걸치고 산을 내려갔다.
둘이서 옮기는 것이었지만, 완전히 기절해버린 B를 부축한 채 산을 내려가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B가 눈을 뜬 것은 마침 산을 다 내려와 자전거를 세워둔 곳에 도착했을 때였다.
B는 입가를 떨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히익!”
하고 소리를 냈다.
그리고 안도한 듯 주저앉았다.
A가 말했다.
“야, B. 괜찮아?”
B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서는 그 사건을 두고 괴롭힘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방공호에서 있었던 일이 원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B가 C를 괴롭히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C의 행동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 왜 B를 여러 번 찔렀는가.
둘째, 우리에게 들키지 않고 어떻게 산을 내려가 집으로 돌아갔는가.
셋째, 왜 그 뒤 가족에게도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학교를 쉬고, 우리 전화도 받지 않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B의 사건 당일 왜 나와 A에게
“오늘 같이 놀지 않을래?”
라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는가.
참고로 B는 살아 있었다.
한때는 위험한 상태였다고 하지만, 목숨은 건졌다.
처음에 말했던, 오랜만에 술을 마신 친구도 바로 이 B였다.
조금 상처 자국을 보여주었는데, 만화처럼 온몸이 상처투성이라는 정도는 아니었고 거의 알아차리기 힘든 수준이었다.
다만 하나, 넥타이 깃에 가려진 목덜미의 상처를 제외하면.
그리고 이제부터가 내가 이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한 이유였다.
그날 방공호에서 우리가 본 빛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다.
원래 우리 고향은 피로 더럽혀진 칼을 강물에 씻었다는 데서 지명이 붙은 곳이 있을 정도로, 많은 피가 흘렀던 땅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산에 있던 횡혈, 즉 방공호는 고분이라기보다 사실은 목무덤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추측이었다.
실제로 그런 기록이 남아 있는 문헌도 존재했다고 한다.
B가 보았다는 빛의 정체.
그것은 여러 동물과 낙오무사 같은 남자의 얼굴이 뒤섞인, 머리만 있는 기괴한 괴물이었다고 했다.
B가 찔리기 직전에 보았던 C의 얼굴은 평소의 사람 좋아 보이는 C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상하게 치켜올라간 눈, 힘없이 벌어진 채 침을 흘리는 입가, 썩은 짐승 같은 냄새.
어느 하나를 보아도 그때 방공호에서 보았던 괴물의 얼굴 그 자체였다고 했다.
그것이 왜 C에게 들러붙었는지, 그 머리만 있는 괴물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
모든 것은 그 방공호의 어둠 속에 있었다.
길게 써서 미안하다.
사실이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이 있다면 알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