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물건이라 불리던 방에 거의 공짜로 들어가 살게 된 남자. 입주 첫날부터 두통과 오한, 환청이 시작되고,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9층에 산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실제 방은 5층이었다. 귀신 소문은 친구의 거짓말이었지만, 그 방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과거가 숨어 있었다.
사고물건(事じ故こ物件ぶっけん, 지코붓켄)은 일본의 주택 가운데 과거 살인, 강도 등의 범죄사건이나 자살 등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의 현장이었던 장소를 일컫는 용어이다. 보통 '물건'은 곧 주택을 의미하며, 특히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찾아볼 때 자주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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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부모님이 부동산업을 하고 있었는데,
과거에 자살이나 의문사가 몇 건 있었던,
이른바 사고물건이라고 해야 할까.
소문으로는 “나온다”는 방을 한번 빌려 살아보기로 했다.
월세는 말도 안 되게 쌌다.
사실상 거의 공짜였다.
공용 관리비와 수도요금만 내면 되는 정도였다.
처음에는 친구가 그 방에 살고 있었는데,
역시 나온다며 나에게 넘겨주었다.
나는 한동안 직접 살아보면서
무언가 체험해보려 했던 것이다.
입주 첫날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구역질과 오한도 함께 찾아왔다.
그 증상이 조금 나아질 무렵에는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방 안에 있으면,
이전 거주자였던 듯한 남자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내 방인데도,
그 위에 이전 거주자의 생활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그 남자의 생활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곤 했다.
완전히 미쳐 있었다.
거실에는 10센티미터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
회전식 창문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째서인지
그 창문의 스토퍼를 공구로 떼어내고
활짝 열 수 있게 만들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환청도 심했다.
주로 생활 소음 같은 환청이었다.
방 안에는 라디오가 없는데도,
계속 라디오 소리가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방은 9층이었는데,
나는 그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었다

허리 부분부터 천천히 앞으로 기울이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밑에 사람이 있었다.
“지금 여기서 떨어지면
분명 저 사람과 부딪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아래에 있던 남자가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그 얼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병원에 있었다.
나는 5층에 있는 내 방에서 떨어져,
아래에 세워져 있던 경차 위로 추락했다고 했다.
원래는 열리지 않는 창문의 부품을 떼어낸 상태였기 때문에,
사고라기보다는 자살로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래를 봤을 때는
경차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
골반과 발목, 팔꿈치가 부러졌다.
나는 사람과 부딪혔다고 계속 주장했다.
하지만 내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아래에 있던 남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그것은 내가 착란 상태에서 본
환각으로 처리되었다.
이전에 그 방에 살았던 친구도
병원으로 달려와 주었다.
날이 갈수록 내 말과 행동이
이상해지고 있어서 걱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있던 나는,
어째서인지 내가 9층에 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5층이었다.
그리고 5층의 그 방에서는
의문사나 자살 사건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다만,
그 방 바로 위에 있는 9층 방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9층 방은
오랫동안 계속 빈방인 상태였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조건으로
방을 빌려준 이유는…
그 방이 친구의 소유, 즉 분양받은 방이었고,
그 친구가 나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귀신이 나온다”고 거짓말한 것은,
나를 겁먹게 만들어
자신이 그 방에 찾아가 묵을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나머지는 약간의 장난기였다고 했다.
친구가 그 방을 나온 이유도 단순했다.
연인과 함께 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연인 역시 남자였다.
그런데 내가 가장 소름 끼쳤던 것은 따로 있었다.

나와 그 친구 이전에,
5층의 지금 내 방에 살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남자는 어느 날 맨션 아래에 있다가,
9층에서 뛰어내린 사람에게 휘말려
크게 다쳤다고 했다.
“정말로… 다친 걸로 끝난 걸까?”
“사실 그때,
죽었던 건 아닐까?”
물어본다 해도
그들이 진실을 말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그 친구와도 멀어졌다.
내가 미쳤던 것일까.
아니면,
그곳에 정말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은 환청 같은 것도 전혀 없고,
멀쩡하게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