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서울 중랑구의 어느 낡은 아파트에는 오래된 괴담이 하나 있었다.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절대 8층에 올라가지 말 것.
그리고 밤에는 아파트 작은 화장실 창문을 절대 쳐다보지 말 것.

그런 말이 아이들 사이에서만 돌던 소문은 아니었다. 어른들도 8층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굳었고, 밤이 되면 괜히 엘리베이터 버튼을 빠르게 누르곤 했다.
그 괴담의 시작은 8층에서 세상을 떠난 두 명의 여성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같은 집에서 지내던 그녀들은 어느 날, 함께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바로 알려지지 않았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가고 나서야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갔고, 두 사람의 시신은 이미 두 달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었다고 한다.
방 안에는 유서가 남아 있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자신들은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는 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는 말.
그런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을 가장 소름 끼치게 만든 것은 유서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그 문장만은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나는 당신들과 꼭 함께 살 거야.”
그 말이 혈서였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아파트 전체로 퍼졌다.
두 여성이 살아 있을 때, 아파트 주민들은 그녀들을 좋게 보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다며 수군거렸고, 같은 동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어떤 사람들은 직접 찾아가 항의했고, 어떤 사람들은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문 앞에 쓰레기를 던져놓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일이 계속되면서 두 여성은 점점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되었다. 사람을 피했고, 밤에도 불을 잘 켜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8층에서 세상을 등졌다.
이상한 일은 그 뒤부터 시작되었다.
밤마다 아파트 화장실의 작은 창문에서 얼굴 없는 여자를 보았다는 주민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그 창문은 바닥에서 꽤 높은 곳에 있었다. 아이가 장난으로 들여다볼 수도 없는 높이였고, 사람 얼굴이 자연스럽게 보일 만한 위치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말했다.
창문 바깥쪽에 여자가 서 있었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얼굴이 없었다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눈도, 코도, 입도 없는 하얀 얼굴이 창문 너머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고.
아이들 중에는 그 모습을 본 뒤로 밤마다 울거나, 아무도 없는 화장실을 향해 말을 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더 무서운 일은 8층 계단에서 벌어졌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 중에는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약 두 달 동안, 8층 계단에서 목을 맨 여자의 형상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처음에는 누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본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말을 했다.
8층 계단참에 여자가 매달려 있었다고.
고개가 축 늘어진 채, 발끝이 허공에 떠 있었다고.
다가가려고 하면 형체가 흐려졌고, 정신을 차려보면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쓰러진 주민도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다 비명을 지르고 기절한 사람도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이상했다.

밤에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면, 누르지도 않은 8층에서 멈추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다만 숫자 표시등이 8에서 멈춘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고, 문 열림 버튼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엘리베이터 안의 불빛이 한 번 깜빡이고 나면 다시 움직였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사람은 문 너머에서 누군가 손톱으로 긁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같이 살자.”
두 달 뒤, 결국 8층 집 안에서 두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때서야 주민들은 그동안 봤던 것들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파트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몇몇 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를 갔고, 남은 사람들도 밤이 되면 8층 근처에는 절대 가지 않았다.
지금은 그 아파트가 재개발로 사라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밤에 창문을 오래 쳐다보지 못한다.
특히 화장실의 작은 창문은 더 그렇다.
혹시라도 그 너머에 얼굴 없는 여자가 서 있을 것 같아서.
해가 진 뒤에는 계단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8층을 지날 때면, 지금도 괜히 숨이 멎을 것처럼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아직도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그 유서의 마지막에 적혀 있었다는 말.
“나는 당신들과 꼭 함께 살 거야.”
그 말은 마치 죽은 뒤에도 이 아파트를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들렸다.
아니, 어쩌면 그 말은 약속이 아니라 저주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