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127 sage New! 2011/07/05(火) 01:16:44.19 ID:o77RjceI0
토요일에 있었던 이야기다.
돗토리는 완전 시골이라서, 차 없으면 거의 움직이기 힘든 동네다.
기차, 그러니까 디젤차 같은 것도 고향 쪽으로 가려면 보통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밖에 없다.
평소에는 차를 타고 나가서 술 마신 뒤 대리운전에 맡기고 집에 돌아오는데, 그 토요일 술자리는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나갔다.
십몇 년 만에 기차를 타는 거라, 돌아오는 시간표도 미리 확인하고 술 마시러 나갔다. 나도 어른이니까.
막차는 밤 10시 18분, 인비선 하행이었던 것 같다.
저녁부터 마셔서 꽤 취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신은 비교적 멀쩡했다.
밤 10시쯤 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기다리던 홈이 아니라 반대쪽 홈으로 기차가 들어오는 거다.
“어? 큰일 났다, 큰일 났다.”
그렇게 급하게 뛰어서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 안에는 나랑 몇 명 정도밖에 없었다.
고향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고, 기분도 좋았기 때문에 알람을 맞춰두고 살짝 잠들었다.
얼마나 잤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야, 너 뭐 하고 있는 거야! 빨리 내려!”

잠에서 막 깬 상태였고, 모르는 아저씨가 소리치며 깨운 것 때문에 완전히 당황했다.
나는 정신없이 기차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문이 닫히더니 기차는 그대로 출발해버렸다.
한동안 멍하게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여기 어디지?’
그 순간부터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역 이름을 봤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이…지마?”
아니면 “하리지마?” 처럼 보였다.
나는 순간 이렇게 생각했다.
‘아, 내가 실수로 산인본선 쪽 기차를 타버린 건가? 큰일 났네.’
그래도 일단 장소는 알았다고 생각해서 친구에게 전화해 데리러 와달라고 하기로 했다.
전화 내용은 이랬다.
친구가 말했다.
“너 뭐 하냐? 바보냐?”
내가 말했다.
“미안하다. 야키니쿠 사줄게. 그걸로 봐줘.”
친구가 말했다.
“두 번 사. 그래서 어디야?”
내가 말했다.
“아마 산인본선 쪽에 있는 하이지마라는 곳.”
친구가 되물었다.
“뭐? 어디?”
내가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하이지마. 아니, 하리지마인가? 그런 곳.”
친구가 잠깐 말이 없더니 말했다.

“야, 너 지금 어디 있는 거냐? 산인본선에 그런 역 없어.”
내가 말했다.
“아니, 내가 실제로 여기 있다니까.”
친구가 말했다.
“아니, 진짜 그런 역 없다니까.”
그 대화를 하면서 불안감이 확 커졌다.
그래서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역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시골이라고 해도 역 주변에는 보통 집 몇 채 정도는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가로등만 있었다.
너무 무서워져서 일단 큰길로 나가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역을 나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친구와 계속 통화하면서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권외가 되어버렸다.
휴대폰 신호가 끊긴 것이다.
이제는 길과 가로등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어쨌든 집이든 사람이든, 사람 사는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뛰었다.
정말 미친 듯이 뛰었다.
10분쯤 뛰었을까.
꽤 먼 곳에서 차가 지나가는 것이 얼핏 보였다.
그때부터는 그쪽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넓은 도로로 나오자 자판기가 있었고, 그 앞에 사람이 있었다.
차도 평범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휴대폰을 보니 안테나도 두 칸 정도 떠 있었다.
자판기 앞에 있던 형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오야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저쪽에서 뛰어왔는데요. 혹시 하이지마라는 역이 있나요?”
그 형은 웃으면서 말했다.
“저쪽은 산밖에 없는데 무슨 역이 있겠냐.”
일단 친구에게 다시 전화해서 아오야까지 데리러 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어제, 내가 빠져나온 그곳을 친구와 함께 다시 보러 갔다.
그런데 그 길 끝에는 강변 공원 같은 시설밖에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무슨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친구한테도 엄청 혼났다.
그래도 어쨌든 돌아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 아저씨가 나를 깨워준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