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명지산 귀목고개 귀신 이야기|할머니가 들은 목소리, 명지산 귀목고개를 넘던 할머니가 들은 “같이 가요”라는 목소리. 전쟁의 비극과 함께 전해지는 가평 산길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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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의 명지산에는 오래전부터 밤이 되면 쉽게 발을 들이지 않았다는 고갯길이 있었다고 한다.
그곳이 바로 귀목고개였다.
지금이야 산길도 예전보다 많이 알려지고, 등산객들도 오가는 곳이 되었지만, 예전 산골 마을 사람들에게 귀목고개는 단순한 길이 아니었다.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어른들도 혼자 넘는 것을 꺼렸고, 꼭 넘어야 할 일이 있어도 발걸음을 서둘렀다고 한다.
할머니는 6.25 전쟁이 끝난 뒤, 할아버지와 함께 경기도 가평 쪽으로 내려와 명지산 깊은 골짜기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두 분이 살던 곳은 마을이라고 부르기에도 작았다. 산비탈 사이에 겨우 세 가구가 띄엄띄엄 자리한 조용한 동네였다.
그곳 사람들은 대부분 산에서 나는 작물로 생계를 이어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밭에서 옥수수와 감자를 캐고, 그것을 포천 일동 5일장에 내다 팔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할머니는 장에 나갔다가 평소보다 훨씬 늦게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짐도 있었고, 해도 이미 산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집으로 가려면 반드시 명지산 귀목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 고개는 길이 험했다.
가파른 산길 양옆으로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있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들이 길 위로 몸을 숙여 터널을 만든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낮에도 어둑한 느낌이 드는 길이었는데, 밤이 되면 그 분위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할머니는 서둘러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뿐이었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발밑의 흙과 자갈이 밟히는 소리, 그리고 자신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런데 한참을 올라가던 중,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같이 가요.”
할머니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분명히 사람 목소리였다.
뒤쪽에서 누군가 따라오며 부르는 것 같았다.

“같이 가요… 같이 가요…”
할머니는 장에서 늦게 돌아오는 다른 사람이 있는 줄 알고 뒤를 돌아보며 기다렸다.
하지만 길 아래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둠 속에는 나무 그림자만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잘못 들었겠지.
할머니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같이 가요…”
이번에는 더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몸이 굳었다.
분명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목소리는 계속 뒤에서 따라붙고 있었다.
평소 도깨비나 산속의 기이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믿던 할머니는 그 순간 생각했다.
‘사람이 아니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누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고, 멈추지도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만 재촉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발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마치 많은 사람이 모여 웅성거리는 소리였다.
시장통처럼 시끄럽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뒤엉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소리는 앞이나 뒤가 아니라, 이상하게도 땅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듯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귀를 막고, 거의 뛰다시피 고개를 넘었다.
그날 이후 할머니는 다시는 밤에 귀목고개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귀목고개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전해지는 이야기는 6.25 전쟁 당시의 비극과 관련되어 있다.
전쟁 중 많은 피난민들이 산을 넘어 이동하다가 귀목고개 부근에서 폭격을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또 어떤 증언처럼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당시 남겨진 여성들이 참혹한 일을 당했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귀목고개에서 들린다는 목소리와 웅성거림을 두고, 그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원혼이 아직 그 길을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같이 가요.”
그 목소리가 정말 사람을 부르는 소리였는지,
아니면 산길에 남은 기억이 바람을 타고 들려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오래전 그 길을 넘었던 할머니는 분명히 들었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뒤따라오는 발소리도 없이,
누군가가 계속 함께 가자고 부르던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