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척귀신 하얀 원피스의 키 큰 여자 > 공포

본문 바로가기

공포

마이홈
쪽지
맞팔친구
팔로워
팔로잉
스크랩
TOP
DOWN


 

#팔척귀신#하얀#원피스의#여자
요약아버지의 고향집은 우리 집에서 차로 두 시간 조금 안 되는 곳에 있었다. 농사를 짓는 집이었는데, 나는 그곳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고등학생이 되어 오토바이를 타게 된 뒤로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마다 혼자 자주 놀러 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잘 와줬다”며 기쁘게 맞아주셨다. 하…
목차

    아버지의 고향집은 우리 집에서 차로 두 시간 조금 안 되는 곳에 있었다.


    농사를 짓는 집이었는데, 나는 그곳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고등학생이 되어 오토바이를 타게 된 뒤로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마다 혼자 자주 놀러 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잘 와줬다”며 기쁘게 맞아주셨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간 것이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기 직전이었으니, 이제는 벌써 십 년 넘게 가지 못한 셈이다.


    정확히 말하면 “안 간 것”이 아니라 “갈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 이유는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봄방학에 막 들어갔을 때였다.


    날씨가 좋아서,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할아버지 댁에 갔다.


    아직은 좀 추웠지만, 툇마루 쪽은 햇볕이 잘 들어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한동안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포포, 포포뽀, 포, 포…”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기계음 같은 소리는 아니었다. 사람이 내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보”라고도 들리고 “포”라고도 들리는, 탁음인지 반탁음인지 애매한 소리였다.


    ‘뭐지?’ 하고 생각하던 나는 정원의 생울타리 위쪽에 모자 하나가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 모자가 울타리 위에 올려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모자는 그대로 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울타리가 끊어진 틈까지 오자, 한 여자가 보였다.


    그러니까 그 모자는 그 여자가 쓰고 있던 것이었다.


    여자는 희끄무레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생울타리의 높이는 대략 2미터 정도였다.

     

     

    팔척귀신 하얀 원피스의 키 큰 여자


    그 울타리 너머로 머리가 보인다는 건, 도대체 얼마나 키가 큰 여자라는 말인가.


    내가 놀라서 멍하니 보고 있자, 여자는 다시 움직였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모자도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샌가 “포포포”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때 나는 그저 원래 키가 큰 여자가 엄청난 통굽 부츠를 신었거나, 굽 높은 신발을 신은 키 큰 남자가 여장을 한 것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 후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2.png


    “아까 엄청 큰 여자를 봤어. 남자가 여장한 건가?”


    그렇게 말했을 때만 해도 두 분은 “그래?” 정도의 반응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말했다.


    “울타리보다 키가 컸어. 모자를 쓰고 있었고, ‘포포포’ 같은 이상한 소리도 냈고.”


    그 말을 하는 순간, 두 사람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니, 정말로 딱 멈춰버렸다.


    그 뒤 할아버지는 화난 듯한 얼굴로 나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언제 봤냐.”


    “어디서 봤냐.”


    “울타리보다 얼마나 더 높았냐.”


    나는 할아버지의 기세에 눌리면서도 하나하나 대답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복도에 있는 전화기 쪽으로 가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미닫이문이 닫혀 있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할머니는 어쩐지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화를 마친 할아버지는 돌아오더니 말했다.


    “오늘은 자고 가라. 아니, 오늘은 널 돌려보낼 수 없게 됐다.”


    나는 내가 무슨 엄청난 잘못이라도 저지른 건가 싶어 필사적으로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것이 없었다.


    그 여자를 내가 일부러 보러 간 것도 아니었다.


    그쪽이 먼저 나타난 것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할멈, 뒤는 부탁한다. 나는 K 씨를 모시러 다녀오마.”


    그 말을 남기고 할아버지는 작은 트럭을 타고 어디론가 나가버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할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팔척님에게 홀린 것 같구나. 할아버지가 어떻게든 해줄 거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조금씩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근처에는 “팔척님”이라는 성가신 존재가 있다고 했다.

     

     

     


    팔척님은 커다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키가 팔 척 정도나 되고, “보보보보” 하고 남자 같은 목소리로 이상하게 웃는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보이는 모습은 다르다고 했다.


    상복을 입은 젊은 여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검은 격식 있는 기모노를 입은 노파처럼 보이기도 하고, 농사일할 때 입는 옷차림의 중년 여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여자라는 것.


    비정상적으로 키가 크다는 것.


    머리에 무언가를 얹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낸다는 것.


     

     

     

    옛날에 어떤 여행자를 따라왔다든가 하는 소문도 있지만, 정확한지는 모른다고 했다.


    팔척님은 이 지역에 지장보살상으로 봉인되어 있어서 다른 곳으로는 가지 못한다고 했다.


    이 지역은 지금은 ○시의 일부이지만, 옛날에는 ×마을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큰 동네 단위 같은 곳이었다.


    팔척님에게 홀리면 며칠 안에 목숨을 빼앗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팔척님의 피해가 나온 것은 약 15년 전이라고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지장보살상으로 봉인되어 있다는 말은 이런 뜻이었다.


    팔척님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길의 마을 경계마다 지장보살상을 모셨다고 한다.


    팔척님의 이동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 지장보살상은 동서남북 경계에 모두 네 곳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그런 존재를 굳이 이곳에 묶어두게 되었는가 하면, 주변 마을들과 어떤 협정 같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예를 들면 수리권을 우선적으로 받는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팔척님의 피해는 몇 년에서 십몇 년에 한 번 정도였으니, 옛날 사람들은 어느 정도 유리한 조건의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나는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


    당연했다.


    얼마 뒤, 할아버지가 한 노파를 데리고 돌아왔다.


    “큰일이 났구나. 지금은 이것을 지니고 있어라.”


    K 씨라는 그 노파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부적을 주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계속 내 옆에 있었다.


    화장실에 갈 때도 따라왔고, 화장실 문을 완전히 닫게 해주지도 않았다.


    그제야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거… 뭔가 진짜 위험한 거 아닌가?’


    잠시 뒤 나는 2층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한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방은 창문이 전부 신문지로 막혀 있었다.


    그 위에는 부적이 붙어 있었다.

     

     

    3.png


    방 네 귀퉁이에는 소금이 수북하게 놓여 있었다.


    또 나무로 만든 상자 같은 것이 있었다.


    제단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위에는 작은 불상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요강 같은 것이 두 개나 준비되어 있었다.


    이걸로 볼일을 보라는 뜻인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곧 해가 진다. 잘 들어라. 내일 아침까지 여기서 절대 나가면 안 된다. 나도 할머니도 너를 부르지 않을 거고, 너에게 말을 걸지도 않을 거다. 그래, 내일 아침 7시가 될 때까지는 절대 여기서 나가지 마라. 7시가 되면 네가 직접 나와라. 집에는 연락해두마.”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K 씨도 말했다.


    “지금 들은 말은 꼭 지켜야 한다. 부적도 절대 몸에서 떼지 말고. 무슨 일이 생기면 부처님 앞에서 빌어라.”


    텔레비전은 봐도 된다고 해서 켰다.

     

     

     


    하지만 봐도 정신이 딴 데 가 있어 전혀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방에 갇히기 전에 할머니가 준 주먹밥과 과자도 전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대로 놔둔 채,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계속 떨고 있었다.


    그런 상태였는데도,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눈을 떴을 때 텔레비전에는 무슨 심야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 시절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필이면 기분 나쁜 시간에 깼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창문 유리를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돌 같은 것을 던지는 소리는 아니었다.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는 듯한 소리였던 것 같다.


     

     

     

    바람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나는 것인지, 누군가가 정말로 두드리고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진정하려고 차를 한 모금 마셨지만, 역시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키우고 억지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괜찮냐. 무서우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무심코 문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곧바로 할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또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냐. 이쪽으로 와도 된다.”


    할아버지 목소리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하지만 저건 할아버지 목소리가 아니었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느꼈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문득 방 한쪽 구석에 놓인 소금을 보았다.


    소금의 윗부분이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나는 곧장 불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부적을 움켜쥐고 “살려주세요”라고 필사적으로 빌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포포뽀, 포, 포포…”


    그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창문 유리가 톡톡, 톡톡 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그 방이 그렇게 낮은 곳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아래에서 팔을 뻗어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불상 앞에서 비는 것뿐이었다.


    말도 안 되게 긴 밤처럼 느껴졌다.

     

     

    4.png


    그래도 아침은 왔다.


    계속 켜둔 텔레비전에서는 어느새 아침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화면 구석에 표시된 시간은 아마 7시 13분이었다.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도, 그 목소리도 어느샌가 멈춰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잠이 들었거나 기절했던 것 같다.


    방 네 귀퉁이의 소금은 더욱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혹시 몰라 내 시계를 확인해보니 거의 같은 시간이었다.


    나는 겁을 먹은 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할머니와 K 씨가 있었다.


    할머니는 “다행이다, 다행이야”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아버지도 와 있었다.


    할아버지가 밖에서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빨리 차에 타라.”


    정원으로 나가 보니 어디서 가져왔는지 원박스 밴 한 대가 있었다.


    그리고 정원에는 몇 명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밴은 9인승이었다.

     

     

    5.png


    나는 가운데 줄 한가운데 자리에 앉게 되었다.


    조수석에는 K 씨가 앉았다.


    정원에 있던 남자들도 전부 차에 올라탔다.


    전부 합쳐 9명이 차에 탔다.


    나는 사방팔방으로 둘러싸인 모양이 되었다.


    오른쪽 옆에 앉은 50세 정도의 아저씨가 말했다.


    “큰일을 겪었구나. 신경 쓰이겠지만, 지금부터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라.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너에게는 보일 거다. 괜찮다고 할 때까지 참아라. 절대 눈 뜨지 마라.”


    그리고 차들이 출발했다.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작은 트럭이 앞장섰다.

     

     


    그다음이 내가 탄 밴이었다.


    뒤에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승용차가 따라왔다.


    차들은 상당히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아마 시속 20킬로도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K 씨가 중얼거렸다.


    “여기가 고비다.”


    그러더니 무언가 염불 같은 것을 외우기 시작했다.


    “폿포포, 포, 폿, 포포포…”


    또 그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K 씨에게 받은 부적을 꽉 움켜쥐고, 말한 대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살짝 눈을 떠서 밖을 보고 말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희끄무레한 원피스였다.

     

     

    6.png


    그것이 차와 나란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큰 보폭으로 따라오고 있는 것일까.


    머리는 창문 위쪽 밖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차 안을 들여다보려는 듯, 머리를 숙이는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힉” 하고 소리를 냈다.


    옆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보지 마!”


    나는 황급히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 부적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톡, 톡, 톡.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시작되었다.

     

     


    주변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짧게 “엣”이라든가 “음” 같은 소리를 냈다.


    그것이 보이지 않아도,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만큼은 들리는 모양이었다.


    K 씨의 염불 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윽고 목소리와 소리가 끊겼다고 느낀 순간, K 씨가 말했다.


    “잘 빠져나왔다.”


    그때까지 조용하던 주변 남자들도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소리를 냈다.


    얼마 뒤 차는 길이 넓은 곳에 멈췄다.


    나는 아버지의 차로 옮겨졌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다른 남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을 때, K 씨가 다가와 말했다.

     

    8.png


    “부적을 보여봐라.”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직도 꽉 쥐고 있던 부적을 보았다.


    부적 전체가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K 씨는 말했다.


    “이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 당분간은 이것을 가지고 있어라.”


    그리고 새 부적을 주었다.

     

     


    그 뒤 나는 아버지와 둘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토바이는 나중에 할아버지와 근처 사람이 가져다주었다.


    아버지도 팔척님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어릴 적 친구 한 명이 팔척님에게 홀려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홀린 뒤 다른 지방으로 이사 간 사람도 알고 있다고 했다.


    밴에 탔던 남자들은 모두 할아버지의 일족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즉 아주 희미하게나마 나와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앞에서 달린 할아버지, 뒤에서 달린 아버지도 당연히 피가 이어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팔척님의 눈을 속이기 위해 그런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형제, 그러니까 내 큰아버지들은 하룻밤 사이에 이곳까지 올 수 없었다.

     

     

     


    그래서 혈연은 옅더라도 곧바로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을 부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리 그래도 남자 일곱 명이 그날 당장 모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밤보다 낮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나를 하룻밤 동안 그 방에 가둬둔 것이었다.


    이동 중에 최악의 상황이 되면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대신 희생될 각오였다고도 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들을 다시 설명받았고, 다시는 그곳에 가지 말라는 말을 단단히 들었다.


    집에 돌아온 뒤 할아버지와 전화로 이야기했을 때, 나는 그날 밤 나에게 말을 걸었느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적 없다고 단언했다.

     

     


    역시 그건…


    그렇게 생각하자 다시 등골이 오싹해졌다.


    팔척님의 피해자는 성인이 되기 전의 젊은 사람, 특히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아직 어린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 극도의 불안 상태에 있을 때, 가족의 목소리로 그런 말을 들으면 무심코 마음을 놓아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나, 그 일을 점점 잊어갈 무렵이었다.


    농담으로 넘길 수 없는 후일담이 생겨버렸다.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팔척님을 봉인하고 있던 지장보살상이 누군가에게 부서졌다. 그것도 네 집으로 이어지는 길에 있던 것이 말이다.”


    할아버지는 2년 전에 돌아가셨다.

     

    7.png


    당연히 장례식에도 나는 가지 못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된 뒤에도, 나를 절대 오게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저 미신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꽤 걱정된다.


    만약 또다시 “포포포…” 하는 그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그 생각만 해도….

    댓글 참여
    이 글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후원 계좌 안내

    따뜻한 후원은 컨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예금주: 김동x

    계좌번호가 복사되었습니다!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비회원 댓글은 관리자 게시판 설정에서 댓글 쓰기 권한이 1이어야 등록됩니다.
    게시판 전체검색
    상담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