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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 레전드 괴담 〈여동생〉 — 웃으며 떠난 동생의 마지막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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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은 건, 늦은 밤이었다. 그때 나는 스물두 살이었다. 여동생 은영이는 열아홉 살. 벌써 35년이 지난 일인데도, 나는 아직도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간다. 춘천 시골 마을, 밤 12시가 넘은 시간,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 …
목차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은 건, 늦은 밤이었다.


    그때 나는 스물두 살이었다.

    여동생 은영이는 열아홉 살.


    벌써 35년이 지난 일인데도, 나는 아직도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간다. 춘천 시골 마을, 밤 12시가 넘은 시간,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 그리고 할머니 영정 사진 앞에 멍하니 서 있던 내 동생의 얼굴.

     

    심야괴담회 레전드 괴담 〈여동생〉 — 웃으며 떠난 동생의 마지막 말


    할머니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장례 준비가 한창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작은 방과 마당을 오가고 있었고, 집 안에는 향 냄새가 무겁게 깔려 있었다.


    “은희 왔구나. 은영이는 저기 있다. 얼른 가 봐라.”


    어르신이 가리킨 곳에는 은영이가 앉아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

    핏기 하나 없는 입술.

    그런데 이상하게도 울고 있지 않았다.


    은영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아무 이유 없이 코피를 쏟고, 갑자기 픽 쓰러지고, 병원에 데려가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아빠는 일 때문에 바빴고, 결국 은영이는 4년 전부터 춘천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할머니와 같은 방에서 자다가 할머니의 죽음을 처음 발견했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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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영아, 괜찮아?”


    은영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어? 뭐가?”


    그 대답이 이상했다.

    너무 평온했다.

    마치 누가 죽은 게 아니라, 그냥 잠깐 집을 비운 것처럼.


    장례식장에 있던 어르신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할머니가 그냥 돌아가신 게 아니래.”

    “입을 쫙 벌리고 웃고 있었대.”

    “죽은 사람이 한 곳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더라.”


    나는 그 말을 듣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사람이 죽으면서 웃을 수 있을까.

    그것도 신난 사람처럼 입을 벌리고.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은영이었다.


    할머니를 처음 본 사람이 은영이라면, 분명 충격을 받았어야 했다. 울거나 떨거나, 아무 말도 못 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은영이는 끝까지 조용했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장례를 마치고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부터 은영이는 우리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아빠는 말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언니랑 같이 자고, 내일 네 방 치워 줄게.”


    은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은영이는 내 방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처음 와 본 서울 집이 낯선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 내가 바닥에서 잘까?”


    은영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 언니랑 아빠랑 같이 살게 돼서 너무 좋아.”


    그 말을 듣는데 괜히 가슴이 아팠다. 시골집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엄마도 없고, 아빠도 멀리 있고, 할머니와 단둘이 지냈을 은영이를 생각하니 미안했다.


    우리는 오랜만에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은영이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할머니 죽을 때 나 봤다.”


    나는 몸을 돌려 은영이를 바라봤다.


    “봤다고?”


    은영이는 천장을 본 채 말했다.


    “할머니가 막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어.”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은영이는 할머니 목소리를 흉내 내듯, 이상하게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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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갈래.”


    그 순간 방 안 공기가 확 차가워진 것 같았다.


    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무섭다고 느끼면서도,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은영이와 함께 살게 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처음엔 모든 게 괜찮아 보였다. 은영이는 조용했고, 집안일도 조금씩 도왔다. 나는 그런 동생에게 더 잘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바빴다.


    친구들이 불렀고, 시험이 있었고, 모임이 있었다. 하루쯤은 괜찮겠지 싶었던 게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었다. 나는 점점 은영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 사이 은영이는 이상하게 변해 갔다.


    말수가 줄었다.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혼자 베란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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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밤, 나는 방 안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은영이 방 쪽에서 아주 작은 중얼거림이 들렸다.


    “언니가… 진짜 이번 기말고사만 끝나면…”


    처음엔 나를 원망하는 말인 줄 알았다.


    나는 조용히 방문 쪽으로 다가갔다. 불도 켜지 않은 방 안에서 은영이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몸을 조금씩 흔들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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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영아, 너 뭐 해?”


    그 순간이었다.


    은영이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방문을 세게 닫아 버렸다.


    쾅.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문을 다시 열어야 했다.

    그때 열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무서웠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집 안에서는 이상한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밤을 꼬박 새운 날이었다. 나는 은영이와 단둘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더니,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밀려왔다.


    “언니, 괜찮아?”


    은영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그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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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영이 옆에 어떤 여자가 서 있었다.


    그 여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머리는 축축하게 젖어 얼굴에 들러붙어 있었고, 입가에서는 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굶주린 짐승이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그 여자는 은영이 얼굴 바로 옆까지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거리는 정말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었다.


    그 여자는 나를 보지 않았다.

    오직 은영이만 보고 있었다.


    길게 뺀 목.

    벌어진 입.

    흐르는 침.

    그리고 은영이를 바라보는 끔찍한 눈.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언니, 왜 그래? 어디 아파?”


    은영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집 안은 조용했고, 은영이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은영이에게 방금 그 여자를 못 봤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한 아이를 괜히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밤을 새워서 헛것을 본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나는 다시 그 여자를 보았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려는데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낮에 본 그 여자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젖은 머리, 흘러내리던 침, 은영이에게 달라붙듯 들이밀던 얼굴.

     

     

     


    그때였다.


    거실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툭.


    마치 장판에서 발바닥이 떨어지는 소리.


    처음에는 은영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발소리가 너무 조심스러웠다.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툭.

    툭.

    툭.


    나는 숨을 죽이고 방문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보았다.


    낮에 봤던 그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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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가 거실을 지나 은영이 방 쪽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그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 나를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곧바로 은영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는 정신없이 동생 방으로 달려갔다.


    “은영아!”


    방문은 열려 있었다.


    “은영아! 은영아!”


    침대는 비어 있었다.


    나는 베란다 쪽을 바라봤다.


    은영이가 거기 서 있었다.


    창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소리쳤다.

     

     


    “은영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은영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앞으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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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건 꿈이라고 생각했다.


    떨리는 다리로 베란다까지 걸어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제발 아니길 바랐다. 제발 어디 걸렸거나, 난간을 붙잡고 있길 바랐다.


    하지만 10층 아래 화단에 은영이가 있었다.


    그리고 은영이는 웃고 있었다.


    할머니처럼.


    입을 쫙 벌린 채, 신난다는 듯이.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무너졌다.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은영이 스스로 죽은 거 아니야. 내가 봤어. 어떤 여자 귀신이 있었어.”


    하지만 아빠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제발 그만하자. 안 그래도 미칠 것 같은데, 우리 은영이 이제 그만 보내 주자.”


    결국 우리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세월은 흘렀다.

    나는 이제 쉰다섯 살이 되었고, 딸의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그날 밤에 갇혀 있다.


    나는 지금도 은영이가 스스로 뛰어내린 게 아니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은영이가 죽기 전, 어두운 방 안에서 했던 혼잣말이 뒤늦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때 은영이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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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갈까?”

    “갈까?”

    “나도 갈래.”


    할머니가 죽을 때 말했다던 그 말.


    “나도 갈래.”


    그 말을 은영이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무당들을 찾아다니며 묻고 있다.


    그날 은영이 옆에 있던 그 여자는 누구였는지.

    왜 할머니는 웃으며 죽었는지.

    왜 은영이도 똑같은 얼굴로 죽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여자는 대체 누구를 데리러 온 것인지.


    혹시 이 이야기를 듣고 진실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알려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그날 밤 베란다에 서 있다.


    10층 아래를 내려다보던 그 순간에.

    웃고 있던 내 여동생의 얼굴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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