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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내비게이션이 데려간 곳, 살목지 1,2편 심야괴담회, 안개 낀 밤, 내비게이션을 따라간 길 끝에는 검은 저수지가 있었다. 그날 이후 엄마 번호로 걸려온 낯선 여자의 전화가 시작됐다.      --------------------------------------…
목차

    내비게이션이 데려간 곳, 살목지 1,2편 심야괴담회, 안개 낀 밤, 내비게이션을 따라간 길 끝에는 검은 저수지가 있었다. 그날 이후 엄마 번호로 걸려온 낯선 여자의 전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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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원래 이런 이야기를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귀신이라든가, 원혼이라든가, 사람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도 그저 괴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었다.


    지금도 가끔 운전하다가 안개가 조금만 짙어져도, 저는 습관처럼 내비게이션 화면을 먼저 확인하게 되었다.

    혹시 그날처럼, 길이 아닌 곳으로 안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해서였다.


    때는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밤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직접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평소에도 몇 번 지나본 적 있는 시골길이었지만, 그날은 유난히 분위기가 달랐었다.


    산과 산 사이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도로였다.

    가로등도 거의 없었고,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에 가까웠다.


    게다가 그날따라 안개가 이상할 정도로 짙었다.

    차 앞유리도, 옆창도, 전조등이 닿는 곳까지 전부 뿌옇게 번져 있었다.


    보이는 것은 도로의 아주 작은 일부뿐이었다.

    내비게이션 안내에 의지한 채 천천히 차를 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뭔가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차는 좁고 울퉁불퉁한 흙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잠시 길을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분명히 현재 경로가 맞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잠시 후 좌회전입니다.”


    기계음이 차 안에 울렸다.


    그대로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차 바로 앞에 길이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수심을 알 수 없는 새까만 저수지가 펼쳐져 있었다.

    조금만 더 속도를 냈다면, 차는 그대로 물속으로 처박혔을 것이었다.

     

    내비게이션이 데려간 곳, 살목지 1 심야괴담회.jpg


    사방은 안개였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둠이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검은 물뿐이었다.


    본능적으로 차를 멈춘 뒤, 후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


    “직진입니다.”

    “직진입니다.”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합니다.”


    마치 그 저수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듯한 안내였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나는 내비게이션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간신히 차를 돌려 흙길을 빠져나왔다.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익숙한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났다.

    그제야 그녀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너무 무서웠던 난는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방금 죽을 뻔했어.”


    엄마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응… 내비 따라갔는데, 갑자기 저수지가 바로 앞에 있는 거야.”


    그러자 엄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엄마가 전부터 그쪽 길로 다니지 말랬잖아.”

     

     


    나는 겁을 가라앉히려고 일부러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나 무서우니까 다른 얘기 하자. 오늘 모임은 잘 갔다 왔어?”


    엄마는 평소처럼 대답했다.


    “응, 잘 갔다 왔지. 오늘 덕정이 엄마가 한턱 쐈다. 덕정이가 첫 월급 탔다고 용돈을 줬다나 뭐라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덕정이 엄마.


    그 사람은 3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었다.


    “엄마… 무슨 소리야?”

    “덕정이 엄마라니. 그분 돌아가셨잖아.”


    전화기 너머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살목지.jpg


    통화 시간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엄마?”

    “엄마, 왜 그래?”


    그때였다.

     

     

     


    전화기 너머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들렸다.


    낯선 여자의 웃음이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곧바로 다시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분명히 ‘엄마’였다.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손이 떨려 제대로 누르지도 못하는 사이, 전화는 연결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왜 내비대로 안 갔어?”


    차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왜 내비대로 안 갔어?”

     


    나는 종료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


     

     

     

     

    그때 휴대폰 화면 위쪽에 뜬 문구를 보고, 그녀는 숨이 멎을 뻔했다.


    서비스 불가.


    신호가 잡히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데 전화는 계속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조수석 쪽으로 던져버리고, 울면서 집까지 차를 몰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모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엄마는 전화를 받은 적도, 건 적도 없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생각했다.


    정말 홀린 거였구나.

    앞으로 그 산길은 절대 다니지 말아야겠다고.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 뒤,나는 그 길을 피해서 21번 국도로 퇴근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면에서 차 한 대가 역주행으로 달려왔다.


    쾅.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 중환자실이었다.


    엄마가 퉁퉁 부은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이고, 내 새끼. 영영 못 일어나는 줄 알았어.”


    나는 혼수상태였다

    분명 사고는 2월 22일에 났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말한 사고 날짜는 달랐다.

     

    1.jpg

     

     

     


    2월 15일.


    바로 그날.

    저수지 앞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그날이었다.


    나는 저수지를 벗어난 직후, 아스팔트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역주행 차량과 충돌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주일 동안 자신이 겪었다고 생각한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집에 돌아간 일.

    엄마와 이야기한 일.

    그 후 일주일을 보냈던 기억.


    전부 꿈이었을까.

    아니면 사고 직전, 어딘가 다른 시간에 갇혀 있었던 걸까.


    며칠 뒤, 나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약기운 때문에 깊게 잠들어 있던 어느 밤이었다.

    팔 위로 차갑고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침대 옆에 간호사가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간호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아래쪽을 봤다.


    간호사의 다리.


    아니, 그것은 사람의 다리라고 보기 어려웠다.


    맨발이었다.

    피부는 썩어 들어간 것처럼 거무튀튀했고, 축축한 물기가 발끝에서 병실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여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죽었는지 말해줄까?”

    2.jpg


    그 목소리였다.

     

     

     


    저수지에 빠질 뻔했던 그날,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던 바로 그 여자 목소리였다.


    나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또다시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엄마는 똑같이 퉁퉁 부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고, 내 새끼. 영영 못 일어나는 줄 알았어.”


    똑같았다.


    며칠 전 겪었던 장면과 모든 것이 똑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엄마의 뒤쪽.


    그 어두운 병실 구석에, 머리카락이 젖은 여자가 서 있었다.


    피처럼 붉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3.jpg

     

     


    퇴원한 뒤, 나는 엄마와 함께 무당을 찾아갔다.


    무당은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둘이 들어오네. 둘이.”


    저수지 이야기, 이상한 전화, 사고, 병원에서 본 여자까지 모두 설명하자 무당은 한숨을 쉬었다.


    “저수지네. 거기서 여자가 붙었어.”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네 머리카락 끝에 그 여자 머리카락이 붙어 있어.”

     

    4.jpg

     


    결국 나는 다시 그 저수지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무당의 의식이 끝난 뒤에야 이상한 일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완전한 끝은 아니었다.


    10년 뒤, 한 방송 촬영 때문에 나는 다시 그곳을 찾게 되었다.


    살목지.

     

     

     

     


    그녀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부탁으로 현장 촬영에 동행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예전에 어떤 여자가 그 나무에 목을 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살목지를 비추기만 하면 카메라 세 대가 동시에 꺼졌다.

    배터리는 분명히 충전되어 있었고, 장비도 새것이었는데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내 주변에서 다시 일이 시작되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세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안의 불이 전부 꺼졌다.


    눈에는 비누가 들어가 따가웠고, 주변은 완전히 깜깜했다.

    겨우 비누를 씻어내고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드라이기 소리였다.


    전기가 나간 깜깜한 화장실 안에서, 드라이기가 혼자 작동하고 있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자, 가만히 있던 드라이기가 갑자기 욕조 안으로 떨어졌다.


    물이 가득 찬 욕조.

    작동 중인 드라이기.


    조금만 가까이 갔다면 감전될 수도 있었다.

     

     


    나씨는 화장실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그런데 순간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의 자신이,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다.


    분명 나는 겁에 질려 있었는데,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5.jpg


    그때 어디선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그리고 그 목소리.


    “내가 왜 죽었는지 알려줄까?”

     

    6.jpg

     

     


    나는 비명을 지르며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후 그녀의 차는 이유 없이 박살 나 있었다.

    부모님도 교통사고를 당했다.


    특히 살목지를 극도로 싫어하던 어머니가 이상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고 했다.


    다시 찾아간 보살은 말했다.


    “아직도 옆에 붙어 있어. 너무 세서 내가 못 떼.”


    결국 나는 다른 무당을 소개받았다.


    그 무당은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같이 오네. 내가 떼줄까?”


    무당은 나한테 집에 있는 인형 하나를 가져오라고 했다.

    인형의 배를 가르고, 손톱과 발톱, 머리카락을 넣은 뒤 다시 꿰매라고 했다.


    그리고 반드시 눈을 가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전 보살에게 들은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무당이 뭘 가져오라고 하면 절대 그냥 주지 마. 꼭 땅에 묻는다고 해.”


    내가 인형을 땅에 묻겠다고 하자, 무당은 처음에는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결국 함께 묻기로 했다.

     

    7.jpg


    그날 밤, 나는 수원 근교의 한 야산으로 향했다.

    무당은 산길 위쪽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어두운 산길을 10분쯤 올라가자 흰 천 같은 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곳에 무당이 있었다.


    의식이 시작되었고, 무당은 인형을 땅에 묻었다.

     

     


    “이제 괜찮을 거야. 대신 지금 사는 집에서 최대한 빨리 나가. 그 귀신이 인형에 붙은 걸 알면 다시 너한테 찾아갈 거야.”


    며칠 뒤, 나는 이상하게도 인형을 묻은 곳이 계속 신경 쓰였다.

    결국 다시 그 야산을 찾아갔다.


    그런데 인형을 묻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흙이 파헤쳐져 있었다.

     

     

     


    무당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무당집도 사라져 있었다.


    그 무당을 소개해준 보살은 뒤늦게 말했다.


    “가져갔나 보네.”


    그 무당은 악한 기운을 모시는 무당이었다고 했다.

    기운이 센 귀신을 가져가 자신의 힘을 키우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 나에게는 모르는 번호로 계속 전화가 왔다.


    한 번은 업무 전화인 줄 알고 받았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린 목소리는 그 무당이었다.


    “지혜 씨.”

    “머리카락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돈 많이 줄게.”

     

    8.jpg


    곧바로 전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했다.

    그 뒤로 큰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안개 낀 흙길.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저수지.

    엄마 번호로 걸려온 전화.

    사고 날짜가 뒤섞인 기억.

    병실에 나타난 젖은 여자.

    사라진 인형과 무당.


    어디까지가 현실이었고, 어디부터가 꿈이었을까.


    혹시 그날 저수지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면,

    지금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그 여자는 정말 나를 데려가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아직도,

    누군가가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 그 저수지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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