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레드의 남자 / 트레드의 남자 사건
“타우레드의 남자”, 일본식으로는 “タウレドの男” 또는 “トレドの男”이라고 불리는 사건은, 세계 미스터리·도시전설 쪽에서 매우 유명한 이야기다. 핵심은 단순하다. 1950년대 일본 공항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여권을 가진 남자가 나타났고, 조사 도중 호텔 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다만 먼저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인터넷에 널리 퍼진 “이세계에서 온 남자” 이야기는 도시전설이고, 그 밑바탕에는 실제 일본에서 체포된 한 외국인 남자, 존 앨런 쿠처 지그러스 John Allen Kuchar Zegrus 사건이 있었다. 실제 사건은 1954년 하네다공항에서 사라진 사건이 아니라, 1959~1961년 일본에서 벌어진 가짜 여권·사기 사건에 가깝다.
전설로 전해지는 사건의 시작
도시전설판 이야기에서는 1954년 7월, 무더운 어느 날 도쿄 하네다공항에 한 유럽계 남자가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여권을 내밀었는데, 입국 심사관은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권 자체는 매우 정교해 보였다. 낡고 허술한 위조물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출입국 도장과 비자 흔적까지 찍혀 있는 진짜 같은 여권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발행 국가명이었다. 여권에는 “Taured”, 일본 쪽 전승에서는 “トレド”, “タウレド”라고 적힌 나라가 발행국으로 되어 있었다.
심사관은 그 이름을 확인하려 했지만, 그런 나라는 세계지도에도, 외교 문서에도, 국제 목록에도 없었다.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온 나라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말했고, 일본어를 포함해 여러 언어를 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일본 오컬트 매체에서 정리한 전승에 따르면, 이 남자는 “트레드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있으며 1000년 전부터 존재한 나라”라고 주장했다.

[실제 자료]

심사관들은 세계지도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당신 나라가 어디 있는지 직접 가리켜 보라”고 했다. 남자는 지도 위에서 유럽 쪽을 훑다가,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작은 지역을 가리켰다. 그런데 그곳은 안도라 공국이었다. 남자는 오히려 혼란스러워하며, “왜 내 나라가 이 지도에서는 안도라라고 되어 있느냐”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전승상 그는 안도라라는 나라를 모르고 있었고, 자신이 아는 세계에서는 그 자리가 타우레드 또는 트레드였다고 주장한 셈이다.
남자의 소지품과 더 커진 의심
도시전설은 여기서 더 기묘해진다. 남자는 단순히 이상한 여권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여권에는 여러 나라의 출입국 도장이 있었고, 이미 일본에도 여러 번 온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 업무차 왔으며, 한 국제 기업의 관계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측이 그가 말한 회사에 확인해 보자, 그런 인물은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또 그는 국제운전면허증, 수표책, 여러 신분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것들 역시 정상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예약했다는 호텔도 실제 예약 여부가 불분명했고, 은행 관련 서류도 수상했다. 입국 심사관 입장에서는 “이세계에서 온 사람”이라기보다, 우선은 정체불명의 위조 여권 소지자로 보였을 것이다.
이 지점이 이 사건의 매력이다. 도시전설은 모든 단서가 애매하게 맞물리도록 만들어져 있다. 여권은 너무 진짜 같지만 나라만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는 여러 언어를 말하지만 신원은 확인되지 않는다. 지도에서 가리킨 위치는 실제로는 안도라다. 그가 말하는 나라는 역사 속에도, 현재에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평행세계에서 실수로 넘어온 남자”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호텔 감시와 실종
조사가 길어지자, 일본 당국은 남자를 일단 공항이나 조사실에 계속 붙잡아 두는 대신, 호텔에 묵게 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자유롭게 풀어준 것은 아니었다. 도시전설에 따르면 남자는 도쿄의 한 호텔 방에 머물렀고, 방 밖에는 감시자 두 명이 배치되었다.

방의 창문은 열 수 없거나, 설령 열 수 있다 해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한다. 높은 층이었고, 바깥에는 발을 디딜 난간도 없었다. 문 밖에는 감시자가 밤새 서 있었다. 남자는 룸서비스로 간단한 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방 안에서는 특별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관리들이 방으로 들어갔을 때 남자는 사라져 있었다고 한다. 방 안에는 남자가 없었고, 빠져나간 흔적도 없었다. 문은 감시되고 있었고, 창문으로 탈출하기도 어려웠다. 경찰과 입국관리 당국이 수색했지만 끝내 그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도시전설판 결말이다. 이 결말 때문에 타우레드의 남자는 “잠시 우리 세계에 잘못 들어왔다가, 다시 자기 세계로 돌아간 사람”처럼 묘사되었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 존 앨런 쿠처 지그러스
하지만 실제 기록을 따라가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도시전설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인물은 존 앨런 쿠처 지그러스라는 남자다. 그는 1959년 10월, 한국인 아내와 함께 일본에 들어왔고, 몇 달 뒤 신원 위조와 사기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는 일본에서 체이스 맨해튼 은행 도쿄 지점 등에서 거액의 수표와 여행자수표를 현금화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20만 엔 수표, 140달러 여행자수표, 한국은행 쪽 관련 금액 등을 현금화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일본 경찰이 조사한 결과, 그가 사용한 여권은 여러 일본 대사관 도장이 찍혀 있었지만 결국 위조로 판단되었다.
지그러스는 자신의 경력도 매우 복잡하게 주장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체코슬로바키아와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갔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영국 공군 조종사였고,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힌 적도 있으며, 전후에는 라틴아메리카에 살았고, 한국에서는 미국 측 스파이로 활동했으며,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조종사로 일했고, 이후 아랍연합공화국 관련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계국에 확인한 결과, 이런 주장들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실제 사건의 지그러스는 “평행세계에서 온 남자”라기보다, 허위 신분·가짜 여권·스파이 행세·수표 사기가 뒤섞인 미스터리한 외국인 피고인에 가까웠다.
“타우레드”라는 이름은 어디서 나왔나
흥미로운 점은, 실제 일본 신문 기록에서 처음부터 “타우레드”가 핵심 국가명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쪽 조사 글과 『ムー』 계열 기사에서는 당시 일본 신문들이 그를 “미스터리 맨”으로 보도했지만, 그가 말한 국명은 네구시 하베시, 또는 비슷한 가공 국명으로 나타나며, “트레드/타우레드”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Taured”라는 이름은 1960년 캐나다 밴쿠버 신문 『The Province』의 “Man with his own country”라는 기사와, 같은 해 영국 하원 발언 등을 거치며 퍼진 것으로 보인다. 그 기사에서는 지그러스가 “나세르 대령의 정보원이며 에티오피아에 귀화했다”고 주장했고, 여권에는 “사하라 남쪽 타우레드의 수도 타만라세트에서 발행”되었다는 식의 내용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타만라세트 Tamanrasset는 실제로 알제리 쪽에 있는 지명이고, 투아레그 Tuareg는 사하라 지역의 실제 민족명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Taured”가 원래 “Tuareg” 또는 관련 지명·민족명을 잘못 읽거나 잘못 옮긴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즉 “타우레드”는 처음부터 완전히 신비한 이세계 국가 이름이었다기보다, 실제 사하라·북아프리카 관련 단어가 잘못 전달되고, 위조 여권 사건과 결합되면서 만들어진 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법정에서의 자살 시도
지그러스 사건에서 실제로 가장 극적인 장면은 호텔 실종이 아니라 법정 자살 시도였다. 1960년 8월 10일, 도쿄지방법원에서 그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판결 직후, 몰래 가져온 유리 조각으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 이 사건은 당시 일본 신문에도 크게 보도되었고, 그는 “미스터리 맨”으로 불렸다.
더 기묘한 것은 그 뒤의 법적 전개다. 일본 쪽 자료에 따르면, 지그러스는 자살 시도로 판결 이유 낭독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판결 절차가 제대로 끝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다투었고, 결국 사건은 다시 다뤄졌다. 이후 1961년 12월 22일, 도쿄지방법원은 다시 그에게 불법입국과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사실은 도시전설의 “그는 사라졌다”는 결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실제 지그러스는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체포되고 재판을 받았으며, 형을 선고받았다. Full Fact 역시 이 사건은 실제 가짜 여권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남자가 보안이 삼엄한 방에서 사라졌다는 증거는 없고, 평행세계에서 왔다는 근거도 없다고 정리한다.
전설이 변형된 과정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단계로 변형되었다.
처음에는 “정체불명의 외국인이 가짜 여권과 이상한 국적을 주장했다”는 실제 사건이 있었다. 그 뒤 해외 신문과 영국 의회 발언에서 “존 앨런 지그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여권을 가지고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는 이야기로 소개되었다. 이후 프랑스 작가 자크 베르지에 등의 책에서 “1954년 일본에서 타우레드라는 나라의 사람이 체포되었다”는 식으로 변형되었고, 1980년대 이후 미스터리 서적을 거치며 더 신비로운 이야기로 굳어졌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면서 결정적인 장식이 붙었다. “남자가 호텔 방에서 사라졌다”, “창문으로 나갈 수 없었다”, “경찰이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했다”, “그는 평행세계로 돌아갔다”는 식의 결말이 붙으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타우레드의 남자” 괴담이 완성되었다. 일본의 한 조사 글도 현재 널리 알려진 실종 결말은 후대 인터넷 글에서 붙은 요소로 본다고 정리한다.

왜 사람들은 이 사건을 좋아하는가
타우레드의 남자 이야기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설정이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거짓말쟁이 사기꾼”으로 끝나지 않는다. 남자가 지도에서 가리킨 곳이 안도라였다는 장면,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여권, 여러 언어를 하는 정체불명의 외국인, 감시 중 호텔 방에서 사라졌다는 결말이 합쳐지며, 마치 현실의 작은 틈이 열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이 사건은 “만약 평행세계가 있다면, 그 세계의 지도는 우리와 아주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상상과 잘 맞아떨어진다. 우리 세계에서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안도라가 있지만, 다른 세계에서는 그곳이 타우레드라는 오래된 나라일 수도 있다는 식이다. 그래서 타우레드의 남자는 단순 괴담이 아니라, 평행우주·차원이동·맨델라 효과 계열 이야기의 대표 사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