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는 식장산이라는 산이 있었다. 낮에는 등산객이 오가고, 밤에는 도시의 불빛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경 명소로 알려진 곳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 그 산은 단순한 야경 명소가 아니었다. 내비게이션이 사람을 엉뚱한 길로 데려가고, 차 안에 정체 모를 향 냄새가 퍼지고, 보이면 안 되는 것이 따라붙는 장소였다.
첫 번째 제보자는 서울에서 가수를 꿈꾸며 지내던 청년이었다. 서울에 올라온 지 3년쯤 되었을 때였다. 어느 밤, 친구 정민이 휴대폰을 들이밀며 말했다.
“야, 여기 봐봐. 대전 식장산인데 야경 미쳤다.”

사진 속 식장산은 정말 아름다웠다. 검은 산 아래로 대전의 불빛이 별처럼 깔려 있었다. 젊은 혈기에 두 사람은 바로 차를 빌려 심야 드라이브를 떠나기로 했다. 늘 둘이 다니던 여행이었지만, 그날은 한 명이 더 있었다. 정민의 친구 원석이었다.
서울 톨게이트를 막 벗어났을 때, 원석이 뒤늦게 목적지를 듣고 얼굴을 굳혔다.
“뭐? 지금 대전 간다고? 식장산을? 나 내릴래.”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내리겠다는 원석을 두 사람이 겨우 말렸다. 그냥 야경만 보고 바로 내려오자고 설득하자 원석은 한참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
“그래. 너희들은 좋겠다. 아무것도 안 보여서.”
그 말이 묘하게 걸렸지만, 둘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자정이 넘은 시간, 차는 식장산 초입에 들어섰다. 내비게이션은 식장산 주차장을 안내하고 있었다. 길은 점점 어두워졌고, 가파른 커브가 이어졌다. 산길은 좁고 구불구불했다.
“300미터 앞 우회전입니다.”
내비게이션의 목소리가 들렸다. 운전자는 안내대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포장도로가 사라지고, 비포장 길이 나타났다. 차체 옆으로 억센 잡초가 스치며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야, 이거 제대로 가는 거 맞아?”
“내비가 이쪽으로 가라는데?”
분명 야경 명소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 그리고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차 안에 서서히 매캐한 냄새가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산 냄새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익숙하면서도 꺼림칙한 냄새였다.
향 냄새였다.
장례식장이나 제사상 앞에서 맡을 법한, 불에 탄 향 냄새가 차 안에 가득했다. 누구 한 사람만 맡은 것이 아니었다. 세 사람 모두 동시에 그 냄새를 느꼈다.
“야, 향 냄새 안 나냐?”
“그러게. 산속에서 향 냄새가 왜 나?”
불안해진 제보자는 돌아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정민은 내비게이션대로 조금만 더 가보자고 했다. 그때까지 원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원석아, 너는 어때? 내려갈까?”
대답이 없었다.
뒤를 돌아본 순간, 제보자는 원석이 뒷좌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원석은 창밖 한쪽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제보자가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려 하자, 원석이 갑자기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보지 마. 절대 보지 마.”
원석은 앞좌석 쪽으로 몸을 내밀며 운전하는 정민에게도 소리쳤다.
“너도 보지 마! 앞만 봐! 앞만 보라고!”
그 목소리는 장난이 아니었다. 정말로 무언가를 보면 안 된다는 듯 절박했다. 차 안에는 향 냄새가 더 짙어졌고,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목적지 부근입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내비게이션 안내가 끝났을 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주차장이 아니었다. 깊은 산속, 어두운 숲길이었다. 한쪽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낡은 표지판이 서 있었고, 그 너머로 오래된 절 같은 건물이 보였다.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주변은 고요했다.
원석은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제보자와 정민만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자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차 안에서 나던 그 향 냄새가, 바로 그 오래된 절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 이 냄새… 저기서 나는 거 아니야?”
정민은 홀린 사람처럼 절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제보자는 불안해져 그를 말렸다. 그때였다.
끼이익.
출입금지 표지판이 혼자 움직였다. 바람에 흔들린 것처럼 보였지만, 이상했다. 그 순간 숲은 너무 조용했고,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았다.

“야, 바람 하나도 안 부는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 안에 있던 원석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뛰어! 빨리 뛰라고!”
둘은 이유도 묻지 못한 채 차를 향해 달렸다. 제보자는 달리는 동안 등 뒤에 무언가가 바짝 붙어 따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분명히 있었다. 바로 뒤에서, 숨도 쉬지 않고 쫓아오는 무언가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원석이 소리쳤다.
“빨리 가! 더 빨리! 옆에 온다! 옆에 온다고!”
정민은 정신없이 차를 몰았다. 원석은 창밖을 바라보며 계속 더 빨리 가라고 애원했다. 차 안에는 여전히 향 냄새가 가득했다. 그런데 산을 빠져나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냄새가 사라졌다.
그제야 원석은 입을 열었다.
“너희, 차에서 내리면 안 됐어.”

원석은 처음 비포장 길로 접어들고 차 안에 향 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것을 보았다고 했다. 하얀 옷을 입은 여자였다. 산길 옆에 서 있던 여자는 차가 지나가자 몸의 흔들림도 없이, 마치 차에 붙어 있는 것처럼 따라왔다고 했다. 눈이 마주치면 홀릴 것 같아서 원석은 계속 보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차가 멈췄을 때, 그 여자는 절 쪽으로 걸어가 사라지는 듯했다. 그래서 잠깐 안심했다. 그런데 제보자와 정민이 밖으로 나가자, 그 여자는 출입금지 표지판 위에 서 있었다. 높은 곳에서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차로 돌아오려 할 때, 손을 뻗어 잡으려 했다고 했다.
원석은 그것을 보고 소리친 것이다.
“뛰어!”
더 끔찍한 것은 차가 출발한 뒤였다. 여자는 한동안 차 옆에 붙어서 따라왔다. 빠르게 달리는 차를 쫓아오는데도 몸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원석을 똑바로 노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너는 나 보이는구나.”
그날 이후 제보자는 한동안 이상한 일을 겪었다. 밤마다 가위에 눌렸고, 혼자 있을 때 누군가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쯤 지난 밤, 그는 혼자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키보드에서 갑자기 소리가 났다.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노래를 녹음했다. 하지만 녹음 파일을 확인하던 그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의 목소리 뒤로, 어떤 여자가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어가 있었다.

작게, 흐릿하게, 그러나 분명히.
그 여자는 식장산에서 따라온 존재였을까. 그 뒤로도 반년 가까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그런데 더 소름 끼치는 사실은 따로 있었다. 제보자가 사연을 보낸 뒤, 식장산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또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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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연은 첫 번째 사건보다 2년 전 일이었다.
세 명의 친구가 식장산에 야경을 보러 갔다. 그들은 정상 근처 전망대에서 대전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밤의 도시는 아름다웠고, 사진도 잘 나왔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평범했다. 문제는 내려가는 길에서 시작되었다.
전망대를 떠난 지 5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좌회전입니다.”
내비게이션이 말했다. 운전자는 별생각 없이 좌회전했다. 그런데 친구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야, 우리 올라온 길로 직진하면 되는 거 아니야? 왜 좌회전해?”
운전자는 내비가 좌회전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상했다. 그래서 차를 돌려 다시 원래 길로 나가려 했다. 그때 후방 감지 센서가 울렸다.
삐삐삐삐.

뒤에 뭔가 있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후방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가 짙어서 센서가 오작동한 것일 수도 있었다. 렌터카가 긁히면 곤란했기 때문에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뒤를 확인했다.
차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도 확인했다. 나뭇가지 하나 없었다.
“아무것도 없어. 센서 오류인가 봐.”
그는 다시 운전석에 앉아 후진 기어를 넣었다.
삐삐삐삐삐삐.
또 울렸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울리는 것처럼 소리가 빨라졌다. 후방 카메라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불안해진 친구들은 그냥 빨리 내려가자고 했다. 운전자는 후진을 감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후진하자마자 센서는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그들은 안내판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차 안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기가 밀려왔다. 여름밤이었는데도 등골이 서늘했다. 그저 기분 탓이라고 넘기려던 순간, 한 친구가 창밖을 보고 굳어버렸다.
“방금… 저거 뭐야?”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보았다. 사람이 있을 수 없는 위치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이마 가까이에 손을 댄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차가 지나가자, 여자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 눈이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순간부터 그는 창밖을 보지 못했다. 운전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내려왔다. 무서워서 멈출 수도, 돌아볼 수도 없었다.
두 사연은 이상할 만큼 닮아 있었다.
두 사건 모두 식장산에서 벌어졌다. 두 팀 모두 세 명이었다. 제보자들의 나이도 같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여자 일행이 있으면 여자는 보지 못하고, 남자들에게만 그 존재가 보였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은 두 팀 모두를 낯선 길로 이끌었다. 한쪽은 향 냄새를 맡았고, 한쪽은 후방 센서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감지했다. 그리고 두 팀 모두 하얀 옷을 입은 여자를 보았다.
밤 깊은 산속에서 내비게이션이 낯선 길을 가리킨다면, 한 번쯤은 의심해봐야 한다.
그 목소리가 정말 내비게이션의 안내인지.
아니면 산속에 머물러 있는 무언가가, 당신을 자기 쪽으로 부르고 있는 것인지.
식장산의 밤길은 여전히 어둡고, 구불구불하다. 그리고 누군가는 아직도 말한다.
그 산에서 향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절대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