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이눔아”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올렸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더 써보려 한다.
처음에 그 친구가 자신은 귀신을 본다고 했을 때, 우리 패밀리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냥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다. 워낙 이상한 소리를 자주 하는 놈이기도 했고, 귀신을 본다는 말 자체가 쉽게 믿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패밀리 중 한 명의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부터는 그 친구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우리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였다.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 1이 엄청나게 유행하고 있었고, 스카이러브 채팅도 한창 인기였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끼리 피씨방에 가는 게 거의 매일의 일과였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피씨방으로 갔다. 몇 시간 동안 스타를 하고, 채팅도 하다가 밤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피씨방에서 나온 뒤, 우리는 각자 집으로 헤어지려 하고 있었다. 길가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패밀리 중 한 놈이 신호 기다리는 게 귀찮았는지 그냥 무단횡단을 하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멀리서 흰색 구아방, 그러니까 예전 아반떼 한 대가 미친 듯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차 속도가 정말 이상할 정도로 빨랐다. 보통 도로에서 나올 만한 속도가 아니었다. 우리 눈에도 위험하다는 게 바로 느껴졌다.
무단횡단하던 친구는 그 차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도 순간적으로 패닉 상태가 되었다.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이미 차는 너무 가까이 와 있었다.
정말 그대로라면 친구가 차에 치일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달려오던 구아방의 앞바퀴가 갑자기 펑 하고 터졌다. 그러더니 차가 중심을 잃고 크게 회전했다. 타이어가 터진 차는 친구 바로 앞에서 방향이 틀어졌고, 기적처럼 친구를 들이받지 않았다.

차가 멈추고 나서야 우리는 정신을 차렸다.
다들 놀라서 친구에게 달려갔다.
“야, 괜찮냐?”
“미친놈아, 너 죽을 뻔했다.”
“신호 좀 기다리면 되지, 왜 무단횡단을 하냐?”
우리는 놀란 친구를 붙잡고 달래면서도 욕을 했다. 진짜 조금만 어긋났어도 큰일 날 뻔한 상황이었다. 친구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한동안 말도 제대로 못 했다.
그렇게 조금씩 분위기가 진정되고 있을 때였다.
귀신을 본다는 그 친구가 갑자기 차에 치일 뻔한 친구를 보며 말했다.
“너희 할아버지 군인이셨냐?”
우리는 그 말을 듣고 다들 멍해졌다.
뜬금없이 무슨 할아버지냐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방금 교통사고 날 뻔한 상황인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군인이었냐고 묻는 게 너무 이상했다.
차에 치일 뻔한 친구도 당황한 얼굴로 그놈을 쳐다봤다.
그러자 귀신 보는 친구가 말했다.
“낡은 군복 입은 젊은 남자가 아반떼 바퀴를 총으로 쐈다.”
순간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우리는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고 했다. 갑자기 군복 입은 남자가 나왔다느니, 총으로 바퀴를 쐈다느니 하는 말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냥 사고가 우연히 난 거라고 생각했다. 타이어가 오래돼서 터졌거나, 차가 과속하다가 문제가 생긴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 이상한 사실이 있었다.
차에 치일 뻔한 그 친구의 할아버지가 실제로 직업군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돌아가신 게 아니라, 젊었을 적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보통 우리가 “할아버지”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나이 많은 노인을 떠올린다. 그런데 귀신 보는 친구는 그 존재를 보고 젊은 남자라고 했다. 낡은 군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아반떼 바퀴를 총으로 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우리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그 친구가 그냥 아무렇게나 찍어서 맞힌 거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했다. 그 친구 집안 사정을 우리가 자세히 알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할아버지가 직업군인이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리는 그놈이 귀신을 본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때까지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냥 이상한 소리 잘하는 놈, 분위기 잡는 놈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교통사고 일을 겪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날 그 차의 바퀴가 터지지 않았다면, 친구는 정말 큰일 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귀신 보는 친구의 말이 맞다면, 그 친구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손자를 살린 것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그놈이 재수가 없는 건지, 아니면 뭔가를 끌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이눔아하고 같이 있으면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