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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레전드 괴담 리조트 바이트 (リゾートバイト) 후편
전문 주소 https://moasa.co.kr/horror/131나는 휴대폰과 지갑을 스님에게 건네고, 여행 가방 안에 있는 주머니도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B에게 대나무통의 물을 마시게 한 뒤 뿜었다.
그리고 우리 셋이 온도 안으로 들어가자 스님이 말했다.
“이 문을 열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 본당 쪽에 있을 것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리고 벽 너머의 것과 대화해서는 안 됩니다.
이 온도 안에서도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들이 있는 곳을 알려서는 안 됩니다.”
스님이 말했다.
“이 점들을 반드시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우리의 얼굴을 둘러봤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이미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스님은 우리의 모습을 확인한 뒤 문을 닫고, 그대로 아무 말 없이 가버렸다.
온도 안은 서늘했다.
실제로 여기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이 정도면 하룻밤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건물 자체는 꽤 낡았고, 벽에는 여기저기 틈이 있었다.
그래도 꽤 작은 틈이었다.
아직 낮이었기 때문에 바깥빛이 그 틈으로 들어와 A와 B의 얼굴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얼굴을 마주 보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괜찮다는 의미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A와 B도 고개를 끄덕여줬다.
잠시 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횟수도 줄어들었고, 결국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함 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 우리는 그저 멍하니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는데도, 밖은 아직 밝았다.
그러자 A가 부스럭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는 건가 싶어 큰 소리를 내기 전에 멈추게 하려고 A 쪽을 돌아봤다.
A는 손에 든 종이와 펜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이 녀석은 스님의 말을 듣지 않고 몰래 펜을 숨겨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종이는 판껌 포장지였다.
뭐 메모지 같은 걸 가지고 있을 리 없는 우리였으니, 아마 그거밖에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자식 뭐 하는 거야.
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의사소통이 안 되는 이 상황에서 극도로 외로웠던 탓인지 A의 행동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하나의 빛이라고 할까,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어쨌든 굉장히 안심했던 기억이 있다.
A는 먼저 자신이 종이에 글을 쓰고 나에게 건넸다.
“다들 괜찮아?”
나는 A에게서 펜을 받아 최대한 작게, 공간을 아끼며 적었다.
“나는 지금은 괜찮아. B는?”
그리고 B에게 종이와 펜을 함께 건넸다.
“나도 지금은 괜찮아.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려.”
그리고 종이와 펜이 A에게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필담이 시작됐다.
A가 썼다.
“껌 4장 남음. 겉종이랑 은박지 해서 8장. 글씨 작게 쓰자.”
내가 썼다.
“OK. 밤 되면 못 할 테니까 지금 말하자.”
B가 썼다.
“알겠어.”
A가 썼다.
“지금 몇 시쯤?”
내가 썼다.
“몰라.”
B가 썼다.
“5시쯤?”
A가 썼다.
“여기 온 게 1시쯤이었어.”
내가 썼다.
“그럼 4시쯤인가.”
B가 썼다.
“아직 3시간밖에 안 됐네.”
A가 썼다.
“기네.”
그런 식으로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며 1장을 다 썼다.
그러자 A가 써왔다.
“○○ 글씨 커.”
나는 미안하다는 동작을 했다.
그러자 A는 나에게 펜을 건넸고, 나는 썼다.
“배고프다.”
그리고 B에게 건넸다.
B는 아무것도 쓰지 않고 A에게 종이를 넘겼다.
그러자 A가 썼다.
“나도.”
그리고 나에게 건넸다.
그토록 외로웠는데, 막상 이야기를 하려니 다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해가 지기 전에 말해둬야 할 것을 적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버티자.”
B가 썼다.
“응.”
A가 썼다.
“나 소리 지르면 어떡하지.”
내가 썼다.
“뭔가 입에 물고 있어.”
B가 썼다.
“물고 있을 게 없잖아.”
A가 썼다.
“옷 벗어둘까.”
내가 썼다.
“아니,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거야. 그렇게 믿자.”
B는 내가 쓴 말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나도 쓰고 난 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스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예상하고 있는 듯한 말투로 우리에게 몇 가지나 주의를 줬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면서도, 사실 진짜로는 밤을 맞이하는 게 너무나 무서웠다.
밤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있는 그 시간도 사실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다.
유일한 구원은 서로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내 한마디로 분위기가 확 무거워졌다.
나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해보려고 B가 들고 있던 종이와 펜을 받아 썼다.
“뭐라도 말해. 시간 아깝다.”
그리고 A에게 넘겼다.
완전히 남에게 떠넘기는 꼴이었다.
A는 순간 난감해했지만, 잠시 생각한 뒤 글을 써서 나에게 건넸다.
“그럼 돌아가면 뭐 할지.”
내가 썼다.
“좋네. 나는 일단 츠타야.”
B가 썼다.
“왜 츠타야?”
내가 썼다.
“DVD 반납하는 거 까먹었어.”
A가 썼다.
“얼마나 연체한 거야!?”
사실 거짓말이었다.
어떻게든 신경을 돌리고 싶어서 아무 말이나 쓴 것이다.
결과적으로 분위기는 아주 조금 풀렸고, A와 B도 각자 돌아가면 뭘 할지 적었다.
조금씩이지만 천천히 우리는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남은 종이도 적어졌을 무렵, B가 어떤 말을 종이에 적었다.
“나는 스님이 말한 걸 반드시 지킬 거야. 죽고 싶지 않아.”
나와 A는 마지막 말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태어나서 진심으로 해본 적이 없다.
아마 A도 그럴 것이다.
죽는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가까이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걸 지금 눈앞에서 마음 깊은 곳에서 말하는 녀석이 있다.
그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나는 B의 눈을 똑바로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는 딱히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고독감은 없었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우리는 해가 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매미 울음소리가 시끄러웠다.
하지만 점점 귀가 익숙해져 신경 쓰이지 않게 됐다.
그런데 뭔가 위화감이 있었다.
귀를 기울이면 다른 소리가 들렸다.
더 귀를 기울이자 그 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하기도 전에 확신했다.
그 호흡 소리였다.
B를 봤다.
어둑해서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B가 눈치챈 기색은 없었다.
B에게는 안 들리는 건가?
그러고 보니 B가 호흡 소리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나?
혹시 그건 들은 적이 없는 건가?
아니면 단순히 눈치채지 못한 걸까?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자 굳어 있는 내 모습을 알아챈 B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 상황 속에서 신경이 예민해지지 않을 리 없었다.
내 이상함을 바로 알아챈 것이다.
그 순간 B의 시선이 한 점에 멈췄다.
내 어깨 너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흰자위가 한꺼번에 커지고, 눈을 크게 뜬 것이 보였다.
A도 B의 모습을 보고 B가 보는 쪽을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워서 뒤돌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그 호흡 소리만은 귀에 들어왔다.
그것이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그저 그곳에서 “휴우, 휴우” 하고 있었다.
잠시 굳은 상태가 이어지자, 이번에는 우리가 있는 온도 주변을 질질 끄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A는 이 소리가 들린 듯,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았다.
그 소리는 온도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고, 점점 호흡 소리에 “큭…… 큐엑……” 같은 정체 모를 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이 천천히 온도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았다.
A의 팔에서 심장 박동이 전해지는 듯했다.
B를 확인할 여유는 없었지만 아마 굳어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제발 사라져달라고 마음속으로 계속 빌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몇 분뿐이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니 온도 안은 완전히 어두웠고,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의 그 소리는 사라져 있었다.
공포의 파도가 지나간 것인지, 아니면 아직 주변에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깊은 어둠이 또 다른 공포를 데려왔다.
눈을 부릅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있냐?”
“괜찮냐?”
그런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A는 계속 내 팔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때 B가 미친 듯이 걱정됐다.
B는 분명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B를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나는 A에게 잡힌 팔을 내 왼손으로 옮겨 잡고, A를 데리고 B가 있던 쪽으로 조심조심 걸어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그리고 A를 놀라게 하지 않도록.
너무 어두워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 패닉에 빠지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어서, 왼손으로 A의 팔을 잡은 채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좌우로 천천히 흔들며 나아갔다.
그러자 손끝이 갑자기 딱딱한 것에 닿았고,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손에 닿은 그것은 감촉상 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했다.
B가 있던 방향으로 걸어왔는데 B가 없다.
나는 초조해졌다.
다시 벽을 따라 돌아 천천히 나아갔다.
하지만 또 벽에 닿았다.
막막해서 울 것 같았다.
“B 어디야?”
그 한마디를 몇 번이나 삼켰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서서 A의 팔을 강하게 쥐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A가 내 팔을 잡고 조심조심 걷기 시작했다.
우선 A는 벽가까지 가더니, 잡은 내 팔을 벽에 닿게 했다.
그리고 그대로 천천히 벽을 따라 이동했고, 모퉁이에 도착하면 방향을 바꿔 다시 벽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하던 중 앞서 걷던 A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내 팔을 확 끌어당겨 무언가 따뜻한 것에 닿게 했다.
그것은 잘게 떨고 있는 사람의 감촉이었다.
B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게 정말 B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잘 생각해보니 A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가까이에 있었지만, 실제로 내 팔을 잡고 있는 게 정말 A일까?
나는 어둠 때문에 완전히 의심에 빠져 있었다.
내가 말없이 있자 A는 다시 내 팔을 잡고 조심조심 걷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따라갔다.
그러자 아주 희미하게 시야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방에 난 틈으로 아주 조금 달빛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A는 그곳으로 우리를 데려가려는 것 같았다.
왜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공포에 삼켜져 그럴 겨를이 없었다.
정말 완전한 암흑이었다.
아무튼 그때 나는 그 빛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 구원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A에게 감사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A는 이렇게 말했다.
“난 보이지도 않았고, 들리지도 않았어. 뭔가 질질 끄는 소리는 들렸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너희보다 여유가 있었던 것 같아.”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빛 아래로 오자, A의 반대쪽 손에 B의 팔이 잡혀 있는 것이 보였다.
달빛에 비친 B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봤는지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밤은 낮과 달리 아주 조용했고, 멀리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그곳에 가만히 있었다.
부끄럽지만 셋이 서로 손을 잡은 모양으로 앉아 있었다.
마치 원진을 짜듯이.
그 상태가 가장 안심되는 형태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아무리 희미한 빛이라도, 상대의 모습이 거기에 확인되는 것만으로 전혀 다른 차원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그렇게 있자, 마침내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
A가 소변이 마려워진 것이다.
생리현상이니 절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A는 바지 주머니에서 스님에게 받은 천 주머니를 부스럭거리며 꺼내더니, 일어나 우리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정적 속에서 A가 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뭔가 어이없는 소리에 긴장이 약간 풀려, 나와 B는 서로 얼굴을 보며 살짝 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B군.”
A, B, 나.
“……”
순식간에 몸에 긴장이 달렸다.
그러자 또 들렸다.
우리가 온도에 들어왔던 문 바로 바깥쪽이었다.
“B군.”
우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았다.
오늘 아침에도 들은 미사키의 목소리였다.
“B군, 주먹밥 만들어왔어.”
이쪽의 반응을 살피듯, 조금씩 간격을 두고 말을 걸어왔다.
억양이 전혀 없고, 기계 같은 톤이었다.
B의 손에 힘이 확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B군.”
“……”
잠시 침묵한 뒤, 갑자기 둑이 터진 듯했다.
“B군, 주먹밥 만들어왔어.”
“어서 오세요.”
“주먹밥 만들어왔어.”
“B군.”
“어서 오세요.”
“주먹밥 만들어왔어.”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하기 시작했다.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서웠다.
미사키의 목소리인데도 엄청 무서웠다.
스님은 온도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 무기질적인 말투다.
문 밖에 있는 것은 절대 미사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A가 우리 곁으로 돌아와 나와 B의 팔을 잡고 있었다.
힘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이 녀석에게도 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셋이서 온도 문 쪽을 바라본 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사이에도 그 목소리는 계속 반복됐다.
“어서 오세요.”
“B군.”
“주먹밥 만들어왔어.”
그리고 마침내 문이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 잠깐, 기다려.
문 너머의 놈은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올 생각인 것 같았다.
나는 문이 열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전속력으로 도망친다.
스님들은 본당에 있다고 했으니까 거기까지 도망가면……
야, 본당이 어디야?
그런 식으로 이제는 여기서 어떻게 도망칠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놈은 쾅쾅 하고 문에 몸을 부딪히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계속 말하면서.
그리고 그대로 조금씩 온도 벽을 따라 왼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정 시간 그렇게 한 뒤 다시 왼쪽으로 이동했다.
그 반복이었다.
뭘 하는 거지?
이상하게 생각하던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있는 벽 쪽에는 틈이 있었다.
그리고 그놈은 지금 그곳으로 천천히 향하고 있었다.
만약 틈으로 안이 보이면?
만약 안에서 저놈의 모습이 보이면?
그렇게 생각하자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고, 나는 두 사람을 데리고 급히 방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동하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심장 소리조차 멈춰달라고 생각했다.
놈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이미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공포로 이가 딱딱 부딪히기 시작한 나는 내 손가락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나는, 틈이 있는 장소에 다다른 그놈을 보았다.
보였다.
달빛에 비친 그놈의 얼굴을.
지금까지 소리로만 느끼던 그놈의 모습을.
새까만 얼굴에 가늘고 긴 흰자위만 묘하게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몸을 부딪히는 소리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그놈이 머리를 벽에 들이받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놈의 얼굴이 순간 벽 틈에서 사라졌다.
밖에서 몸을 뒤로 젖히는 것이겠지.
그리고 곧바로 엄청난 기세로 벽에 부딪힌다.
벽에 부딪히는 순간에도 흰자위를 드러낸 그놈에게서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가위눌림과는 달랐다.
몸은 부들부들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저 본 적 없는 광경에 눈을 빼앗긴 것뿐인지도 모르겠다.
그 기세로 머리를 벽에 부딪히면서도 담담하게 계속 말하는 그놈은, 완전히 살아 있는 인간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결국 그놈은 우리를 보지 못한 건지, 틈이 있는 곳에서 한동안 머리를 들이받은 뒤 다시 왼쪽으로, 왼쪽으로 이동해갔다.
내 머릿속에서는 잔상이 소리와 동기화되었고, 그놈이 밖에서 머리를 들이받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상상됐다.
솔직히 그놈이 얼마나 오래 그곳에 있었는지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잔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놈이 사라지고 조용해진 뒤에도 우리 셋은 계속 말없이 있었다고 한다.
A는 경계했기 때문에.
B는 공포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잔상 속에서 연장전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A가 나를 빛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려고 팔을 잡았을 때, 내 몸이 너무 심하게 굳어 있어서 순간 죽은 줄 알았다고 한다.
정말 사후경직이라고 생각했단다.
B는 B대로 공포로 이를 너무 악물어서 잇몸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A만은 역시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놈은 그곳에서 멀어져 갈 때 까마귀처럼 “아゛— 아゛—” 하고 괴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 소리는 A만 들었다.
그놈의 두 번의 습격 이후, 우리의 긴장감은 풀릴 일이 없었다.
다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모두 고개를 떨구고, 서로 눈을 마주치는 일은 전혀 없었다.
B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실금했지만, A와 나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밤이 길다고 느낀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완전히 지친 얼굴을 본 것도, 그런 얼굴을 보인 것도, 물론 사람이 아닌 것의 모습을 본 것도.
모든 것이 선명하게 기억나고,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온도 틈으로 빛이 들어와 날이 밝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우리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참새 울음소리도, 멀리서 들리는 민가의 생활음도, 모든 것이 내 심장에 꽂혔다.
여기서 나가서 살아갈 수 있을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햇빛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완전히 경계 자세에 들어갔다.
발소리는 바로 가까이까지 오더니 온도 뒤쪽으로 돌아 입구 앞에서 멈췄다.
숨을 삼키고 있으니 덜컹 소리가 나고,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그곳에 서 있던 것은 스님이었다.
스님은 우리 모습을 발견하자 순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말했다.
“정말 잘 버텨주셨습니다.”
그때의 스님의 눈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정말, 정말로 따뜻한 눈이었다.
나는 부끄럽게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리고 다 큰 나이에 엉엉 울었다.
스님은 땀과 소변 냄새로 가득한 온도 안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와, 우리 어깨를 한 명씩 안아줬다.
그때 스님의 승복에서 뭔가 그리운 향 냄새가 났다.
아아, 우리 살아 있구나.
마음 깊은 곳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거기서 또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잠시 후에도 일어서지 못하는 나를 보고 스님은 중년 남자를 불러왔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어깨를 부축받으며 전날 있던 단독주택으로 향했다.
중간에 갈 때 봤던 큰 절 옆을 지나갔는데, 그때 우리 셋은 비명을 들었다.
낮고, 그러다 갑자기 높아지는 사람의 비명소리였다.
집 현관에 도착하자 A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까 그거, 여주인 목소리 아니냐?”
설마 싶었지만, 확실히 여주인의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정신이 없을 만큼 지쳐 있었다.
빨리 집 안에 들여보내줬으면 했는데, 현관에 나온 여자 사람이 우리를 아주 불쾌하다는 듯 내려다보며 말했다.
“바로 목욕하세요.”
뭐,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몸에서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냄새가 났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셋이 사이좋게 목욕했다.
솔직히 무서웠다.
갑자기 혼자가 될 용기는 없었다.
목욕을 마치자 익숙한 다다미방으로 안내됐고, 그곳에는 이불 세 장이 깔려 있었다.
우선 자라는 뜻인 것 같았다.
이곳은 안전하다는 생각이 내 안에 있었고, 극한으로 지쳐 있기도 했다.
아니, 이성보다 먼저 몸이 움직여서 우리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그대로 진흙처럼 잠들었다.
나는 잠에 빠져들면서 정말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했다.
일어나면 그 녀석들에게 우리 돌아간다고 전화해야지.
여행 준비 만반으로 대기하고 있던 친구 2명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죽을 것 같은 일을 겪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물론 여행 계획이 전부 무산될 것도.
그러고 보니 온도에서 나올 때 나는 B에게 물었다.
“B, 이제 안 보이지?”
그러자 B는 확실한 말투로 대답했다.
“응. 안 보여. 살았어. 고마워.”
나는 그 마지막 말을 듣고, B가 소변을 지린 건 비밀로 해주기로 했다.
우리는 살아났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그 후 잠에서 깬 우리는 사건의 진상을 스님에게 듣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진짜 무서움과, 신념의 강함이 불러온 괴이한 현실을 알게 된다.
B가 본 것, 내가 본 것, A가 들은 것.
그 모든 것을 알고, 우리는 다시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 읽어준 사람들, 정말 고맙다.
나도 이렇게 긴 글이 될 줄은 몰랐다.
기대가 많았던 만큼 그에 못 미치는 결과였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왜곡하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쓰게 됐다.
너무 길어지는 것도 그래서 일단 여기서 완결로 해둔다.
이 다음부터는 사건의 진상을 쓸 테니, 정말 궁금한 사람만 읽어줘.
그 후 우리는 죽은 듯이 잠들었고, 스님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여러분, 일어날 수 있습니까?”
특별히 잠버릇이 나쁜 A를 평소처럼 두드려 깨우고, 우리는 스님 앞에 셋이 정좌했다.
스님이 말했다.
“여러분, 어제는 정말 잘 버텨주셨습니다.
무사히 씐 것을 떼어내는 의식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스님은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는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묻고 싶은 것은 산더미처럼 있었는데,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러자 스님은 우리의 마음을 헤아린 듯 말했다.
“당신들에게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야겠군요.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어섰다.
스님은 집을 나와 우리를 데리고 절 쪽으로 향했다.
돌계단을 오르는 도중, B는 이리저리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에 이끌려 나도 어젯밤 본 그놈의 모습을 떠올리고 같은 행동을 했다.
그걸 알아챈 스님이 우리에게 물었다.
“이제 괜찮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B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말했다.
“저도 괜찮습니다.”
그 대답을 듣자 스님은 빙긋 웃었다.
큰 절에 도착하자, 여기가 본당이라고 했다.
스님 뒤를 따라 절 옆에 있는 뒷문으로 들어갔고, 아까까지 있던 다다미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으로 안내됐다.
스님은 여기서 조금 기다리라고 말하고 방을 나갔다.
B는 마음이 불안한지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잠시 후 스님은 작은 나무상자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 맞은편에 앉더니 말했다.
“이번 일의 발단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상자를 열었다.
셋이 목을 빼고 상자 안을 들여다봤다.
그 안에는 목이버섯이 바싹 마른 것 같은, 검고 작은 물체가 솜에 싸여 있었다.
A, B, 나.
이게 뭐지?
자세히 봐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물건 같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떠올렸다.
예전에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장롱 서랍에서 소중하게 나무상자를 꺼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상자 안을 나에게 보여줬다.
무척 기쁜 얼굴로.
상자 안에는 솜에 싸인 검고 작은 물체가 있었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다.
“이건 탯줄이라고 하는 거야. 엄마와 ○○가 이어져 있었다는 증거야.”
나는 어린 마음에 왜 이런 걸 그렇게 소중히 여길까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그 물체는 그때 본 탯줄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A가 물었다.
“이거 뭔가요?”
스님이 말했다.
“이것은 탯줄입니다.”
닮은 게 아니라 그냥 탯줄이었다.
A가 말했다.
“난 처음 보는 것 같아.”
B가 말했다.
“난 본 적 있어.”
내가 말했다.
“나도.”
스님이 말했다.
“여러분도 부모님께 보여달라고 해서 보신 것이겠지요.
이런 것은 소중하게 보관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스님이 말했다.
“이 탯줄도 아주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던 물건입니다.”
우리는 말없이 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님이 말했다.
“어머니의 배 속에서는 부모와 자식이 탯줄로 이어져 있습니다.
지금은 그 유대나 출산의 기념으로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탯줄에는 여러 전승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그것을 믿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B가 물었다.
“전승이요?”
스님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옛사람들은 그런 전승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지금은 미신으로만 이야기되지만요.”
그렇게 전제한 뒤, 스님은 탯줄에 관한 전승을 알려줬다.
주로 ‘아이를 지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해석은 여러 가지라고 했다.
아이가 큰 병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탯줄을 달여 먹이면 목숨이 구해진다거나, 아이에게 지니게 하면 그 아이를 생명의 위험에서 지켜준다는 말이 있었다.
모두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헤에” 같은 멍청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스님은 한숨 돌리더니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하나, 이 땅의 옛이야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이번 일과 관련된 이야기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스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부터 스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꽤 길고, 정확히는 기억하지 못한다.
군데군데 빠진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스님이 말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도 탯줄에 얽힌 전승을 깊이 믿고 있었습니다.
지역 특성상 이곳에는 예전부터 어업을 생업으로 삼아 생활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어부의 집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철이 들 무렵부터 부모와 함께 바다에 나가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그것이 아주 평범한 관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어업은 위험과 맞닿아 있고, 자식의 귀환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은 제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깊고 괴로운 것이었겠지요.
어머니들은 언젠가부터 자식에게 부적으로 탯줄을 지니게 했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바다에서의 위험으로부터 목숨을 지켜주기를.
그리고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자식이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내가 물었다.
“돌아온다고요?”
나도 모르게 끼어들었다.
스님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직 몸이 작은 아이들은 파도에 휩쓸리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아이는 며칠이 지나면 사망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며칠이고 며칠이고 그 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렇게 언제부터인가 아이에게 지니게 하는 탯줄에는,
‘생전에 자신과 아이가 이어져 있었던 것처럼, 아이가 어디에 있든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이라는 의미가 담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종의 생명줄로서의 의미였지요.”
아이러니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바다의 위험에서 몸을 지키는 부적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물건이, 위험이 생겼을 때의 생명줄이라는 의미도 갖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바다에 보냈을까.
스님이 말했다.
“실제로 탯줄을 지니게 했던 아이가 행방불명된 뒤 무사히 돌아온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이가 돌아왔다’며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한 어머니가 나타났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고, 마침내 미쳐버린 것인가 하고 가엾게 여기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어머니가 바다에서 아이를 잃은 것은 3년이나 전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B가 물었다.
“어디론가 떠내려갔다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던 건 아닐까요?”
스님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한 사람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아이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B가 물었다.
“그래서요?”
스님이 말했다.
“어머니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보여줄 수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무슨 뜻이지?
돌아왔다면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때 이유 없이 소름이 돋았다.
스님이 말했다.
“물론 그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수상하게 여겼지만, 아이를 잃은 뒤 줄곧 앓아누워 있던 어머니를 봐온 탓에 강하게 말할 수 없었고, 그대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같은 말을 하며 기뻐하는 다른 어머니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도 아이의 모습을 아직 보여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전날의 어머니는 이미 남편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진상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번째 어머니에게는 남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남편에게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러자 그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는 모른다’고.
어머니의 기쁨과는 반대로, 아버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더 캐물으려 하자, ‘남의 집 일에 참견하지 마라’며 결국 화를 냈다고 합니다.”
뭐, 그럴 만도 하다.
어쨌든 주변 사람들이 집안일을 이것저것 캐묻는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겠지, 하고 나도 생각했다.
스님이 말했다.
“그 후 며칠이 지나자 어느 마을 사람이, 처음 아이가 돌아왔다고 말한 어머니가 전날 밤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를 걷는 모습을 봤다고 말합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손을 잡고 옆에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거는 그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지금까지 의심했던 것을 사과하고, 아이가 돌아온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기 위해 그 어머니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집에 도착하자, 안에서 만면의 미소를 지은 어머니가 얼굴을 내밀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날 찾아온 이유를 말했고, 몇몇은 고개를 숙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 아이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며, 문 뒤에 숨어 있던 자신의 아이의 손을 끌어당겨 모두 앞에 보였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고 합니다.”
A, B, 나.
“……”
스님이 말했다.
“그 아이의 피부는 온몸이 청자색이었다고 합니다.
몸은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있었고, 부어오른 눈꺼풀 사이로 흰자위가 보였으며, 간신히 보이는 검은 눈동자는 좌우가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입에서는 거품 같은 것을 내뿜으며, 어머니가 말을 걸 때마다 괴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그것은 마치 까마귀 울음소리 같았다고 전해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의 괴성에 다정하게 웃어 보이며, 머리카락이 빠져버린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려 모두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친 마을 사람들은 그날 밤 마을 이장의 집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체 모를 것을 본 공포는 누구 하나 가라앉지 않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이장은 자신의 손에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모두를 데리고 한 주지스님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 주지스님이 제 조상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만……”
스님이 말했다.
“상담을 받은 주지스님은 사태의 중대함을 깨닫고 즉시 그 어머니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옆에 데려온 아이를 보자마자, 어머니를 집에서 끌어내 절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그동안에도 그 아이는 주지스님과 어머니 뒤를 계속 따라오며 괴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절에 도착하자 우선 강한 결계를 친 방에 어머니를 넣고 이야기를 들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잠시라도 아이와 떨어진 어머니는 불안 때문인지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마침내 아이를 돌려달라며 주지스님에게 엄청난 기세로 고함을 질렀다고 합니다.”
A가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스님이 말했다.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는 강합니다.
주지스님이 진심으로 제압하려 했지만, 그 힘을 뿌리치고 그대로 절을 뛰쳐나가 버렸다고 합니다.”
스님은 조금 난처한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스님이 말했다.
“그 후 마을 사람들과 제자를 몇 명 데리고 어머니의 집으로 갔지만, 그곳에 어머니와 아이의 모습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 안에는 어디의 것인지 모를 부적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방 한구석에는 썩은 잔반이 쌓여 악취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그 여관 2층에서 본 것과 같다고.
스님이 말했다.
“그곳에 있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잃은 슬픔 때문에 이곳에서 어떤 의식을 행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그리고 믿기 어렵지만, 그 산물로 그런 것이 태어난 것이라고.
그 마음을 깨달은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의 행방을 마을 전체가 나서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주지스님은 곧바로 제자를 데리고 또 다른 어머니의 집으로 향했지만, 이쪽도 이미 늦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정체 모를 것에게 말을 걸며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
그 광경을 보고 공포에 질린 아버지.
그 모습을 본 주지스님은 경을 외우며 그 존재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아이를 지키는 어머니는 주지스님에게 흰자위를 드러내고 괴성을 지르며 위협했다고 합니다.”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였는데도 이상하게 땀이 났다.
스님이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해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지스님과 그 제자들은 겁내지 않고 그 어머니와 그 존재에게 다가가, 흥분한 어머니를 제압해 절로 데려갔습니다.
발버둥치는 어머니를 안고, 뒤에서 따라오는 그 존재에게 경을 외우며, 길에 소금을 뿌리며 조금씩 나아갔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절에 도착하자 주지스님은 어머니를 온도로 데려가 몸을 묶고 그 안에 가뒀다고 합니다.”
A가 말했다.
“그런 짓을……”
A는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스님이 말했다.
“어쩔 수 없었던 것입니다. 부모와 아이를 떼어놓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스님이 한 일은 아니었지만, A는 스님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잠시 침묵한 뒤 스님은 이어 말했다.
“어머니의 몸에는 자해를 막기 위한 처치가 이루어진 듯하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그 후 온도 주변에 금줄을 감고, 주지스님들은 그 주변을 둘러싸듯 앉아 경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안에서는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들렸지만, 그 소리가 아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모두가 큰 소리로 경을 외웠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주지스님들이 필사적으로 경을 외우는 가운데, 마침내 아이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아이는 부모를 찾으며 온도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부모의 위치를 찾는지, 과연 경이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들은 그저 필사적으로 경을 외웠던 것입니다.”
거기서 스님은 한숨 돌렸다.
B가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B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스님이 말했다.
“온도 주변을 돌던 그 존재는 점차 걷는 것이 어려워졌고, 네 발로 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후 사지의 관절을 크게 꺾으며 거미처럼 땅을 기어 다녔다고 합니다.
마치 인간의 퇴화를 보는 듯했다고 합니다.
그 후 무언가 신음소리를 내더니, 그 존재의 사지가 사라지고 애벌레 같은 형태로 그곳에 굴러 있었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리고 그 존재는 날이 밝아감에 따라 작게 오그라들었고, 최종적으로 남은 것이 탯줄이었습니다.”
나는 스님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마치 우리 이야기에 살이 붙어 옛날이야기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자 A가 물었다.
“어, 혹시 그 탯줄이……”
그러자 스님은 조용히 대답했다.
“오늘 아침, 온도 안쪽 바위 위에 굴러 있던 것입니다.”
B가 중얼거렸다.
“진짜냐……”
B는 멍하니 말했다.
내가 물었다.
“왜요? 왜 저희인 건가요?”
스님이 말했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이 절에는 대대로 주지스님들의 수기가 남아 있습니다만, 어머니가 아닌 사람에게 이런 현상이 일어난 사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행한 의식입니다.
이것이 아직 수수께끼에 싸여 있습니다.”
B가 물었다.
“어머니에게 묻지 않았나요?”
스님이 말했다.
“묻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물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멍하니 있자 스님은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주지스님들이 온도를 열고 안을 확인하자, 지쳐서 축 늘어진 어머니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를 찾으며 밤새 외쳤겠지요.
즉시 어머니를 밖으로 옮겨 치료했지만, 눈을 떴을 때 어머니는 완전히 제정신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두 번이나 아이를 잃은 슬픔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불길한 존재 때문인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찾고 있던 또 다른 어머니는, 밤새 경을 외우고 지친 주지스님들에게 발견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근처 바닷가에 시신으로 떠밀려 올라왔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온몸이 무언가에게 뜯어먹힌 상태였고, 그런데도 얼굴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지스님의 수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자식에게 먹힌 어머니의 마지막은 완전한 미소였다’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우리는 스님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스님이 말했다.
“시신으로 발견된 어머니의 집은 마을 사람들의 회의로 철거되기로 했고, 그때 집 안에서 어머니가 쓴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스님은 그 메모의 내용을 우리에게 설명해줬다.
간단히 말하면, 의식을 시작한 뒤 자신의 아이를 기록한 성장기록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쓰여 있었는지는 추측할 수밖에 없지만, 내용은 기억하고 있으니 아래에 적는다.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월 ?일 당을 만들기 시작함
×월 ?일 변화 없음
……
△월 ?일 △△가 돌아옴
△월 ?일 이동이 어려운 상태
△월 ?일 손발이 생김
△월 ?일 기어 다니기 시작함
△월 ?일 네 발로 움직임
△월 ?일 말을 함
△월 ?일 섬
이 성장기록에는 어머니의 심정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또 다른 어머니는 다락에 당을 만들었고, 아버지는 그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스님이 말했다.
“저도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이 어머니의 성장기록과 주지스님의 수기를 비교해보면, 그 존재는 자신이 성장한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듯 퇴화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님은 그 이상 언급을 피하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스님이 말했다.
“이후 수기에는 매우 드물게 같은 현상에 대한 기록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례에서 어머니들이 언제, 어떻게 이 의식을 알게 되었는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모든 어머니가 목숨을 잃거나, 혹은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뜻입니다.”
스님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님이 말했다.
“이번 현상은 처음 있는 일이라 저 자신도 매우 당황하고 있습니다.
왜 어머니가 아닌 당신이 그 존재를 발견해버렸는지.
아이의 성장은 어머니에게만 보이고, 함께 생활하는 사람조차 그것을 확인할 수 없어야 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나 싶었다.
그리고 B가 이야기의 핵심을 알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그 어머니라는 게…… 혹시 여주인인가요?”
스님은 잠시 침묵한 뒤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마키코 씨는 이 마을 출신이 아닙니다.
○○ 씨, 그러니까 남편분에게 시집와 이 마을로 오셨습니다.
아들 하나를 두었고, 매우 사이좋은 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스님이 들려준 내용은 대체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주인의 외아들은 몇 년 전 어느 날 바다에서 행방불명이 됐다고 한다.
대규모 수색도 이루어졌지만, 결국 행방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슬픔에 잠긴 여주인은 주변의 위로를 받으며 조금씩 기운을 되찾았다.
여관도 나름대로 번창했고, 주변 사람들도 그 사건을 잊어갈 무렵, 갑자기 여관의 2층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수상하게 여겼지만, 굳이 참견할 일도 아니라 생각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결과다.
여주인은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2층 계단에 당을 만들고 그곳에서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산물이 우리에게 씌어 따라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지금까지의 사례와 다르다고 스님은 말했다.
원래는 의식을 행한 여주인에게 붙어야 할 아이가 제3자인 우리에게 붙은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차이는, 여주인이 아들에게 탯줄을 지니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오래된 풍습으로 아직도 계속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여주인은 그 풍습조차 몰랐다.
이것은 남편이 증언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상한 이야기지만, 여관의 2층을 폐쇄했는데도 아르바이트생을 3명이나 고용했다.
남편도 처음에는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주인이 “아들이 그립다.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있으면 아들이 돌아온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울며 매달렸고, 결국 마지못해 허락했다고 한다.
이건 스님의 추측이지만, 여주인은 처음부터 돌아온 아들이 우리를 부모로 여기고 따라붙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한 뒤,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을 그 온도에 남겨둔 것,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마키코 씨와 당신들 양쪽 모두를 구해야 했습니다.
당신들이 이곳에 있는 동안, 우리는 마키코 씨를 본당에 묶고, 선대가 했던 것처럼 경을 외웠습니다.
그 존재가 온도로 갈지, 본당으로 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에게 붙어온 존재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면 어머니인 여주인에게도 위험이 미칠 수 있다고 스님은 판단했다는 것이다.
나는 스님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사람은 생명의 은인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B를 봤다.
그런데 B는 어깨를 떨며 스님을 노려보고 말했다.
“납득이 안 됩니다. 자기 아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남의 목숨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겁니까?”
스님은 말이 없었다.
B가 말했다.
“전부 말하게 해야죠! 왜 우리를 이런 꼴로 만들었는지. 그게 안 되면 제가 직접 만나서 묻겠습니다.”
B가 말했다.
“남편분도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왜 말하지 않았죠?”
스님이 말했다.
“○○ 씨는 몰랐습니다.”
B가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는 것처럼 말했잖아요.”
스님이 말했다.
“이 이야기는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 씨가 알고 있던 것은 전승으로서였을 것입니다.”
스님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B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B가 말했다.
“웃기지 마. 빨리 만나게 해. 그 인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우리는 B를 붙잡느라 필사적이었다.
스님은 미동도 하지 않고 B의 고함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한 시점에서, 당신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드리려 했습니다.
마키코 씨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어섰다.
스님을 따라 한동안 걸었다.
본당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복도 같은 곳을 지나 떨어져 있는 건물 같은 곳으로 안내됐다.
가까워질수록 뭔가 신음소리와 여러 명이 경을 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쾅,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꽤 컸다.
별채 문 앞에 서자 그 소리는 바로 앞에서 울리고 있었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속으로 겁먹고 있었다.
그리고 스님이 별채 문을 열자, 그곳에는 여주인 한 명과 그녀를 둘러싼 스님들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말을 할 수 없었다.
여주인은 거기에 있었다기보다…… 뭔가 튀고 있었다.
새우처럼.
설명이 어렵지만, 누운 상태로 다다미 위에서 몸을 휘게 하며 펄떡펄떡 튀고 있었다.
인간의 그런 움직임을 나는 처음 봤다.
그리고 때때로 괴로운 듯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무서워서 여주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솔직히 전날 밤과는 다른, 하지만 그와 맞먹는 공포를 느꼈다.
멍하니 있는 우리에게 스님이 말했다.
“이 상태가 오늘 아침부터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자 A가 견디지 못하고 말했다.
“저, 여기 있는 거 힘듭니다.”
그래서 일단 밖으로 나가게 됐다.
소리를 듣는 것조차 힘들었다.
바로 어제 아침에 봤던 여주인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리는 스님에게 물었다.
씐 것을 떼어내는 의식은 성공한 것이 아니냐고.
스님이 말했다.
“확실히 당신들을 부모로 여기고 따라온 것은 떼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당신들이 여기 있고, 탯줄도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B가 말했다.
“그렇구나…… 내가 본 건 하나가 아니었어.”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곧 나도 알아차렸다.
B는 그때 2층 계단에서 여러 개의 그림자를 봤다고 하지 않았나?
스님이 물었다.
“하나가 아닙니까?”
스님은 놀란 듯 되묻고, B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자 다시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얼굴로 우리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도리이 옆 집으로 가십시오.
그리고 그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마십시오.
나중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멍하니 있는 우리를 두고, 스님은 그대로 여주인이 있는 별채 쪽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갑자기 내버려진 듯한 상태가 되어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그러자 별채 쪽에서 여러 스님들이 큰 천에 싸인 물체를 운반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천 안쪽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때때로 경련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 안에 있는 것은 여주인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대로 온도 쪽으로 운반되어가는 모습을 우리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서로 얼굴을 마주 보자 갑자기 무서워져서,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그 후로는 설명할 것도 없을 만큼 평범했다.
집에 가서 잠시 있으니 다른 스님이 와서 “여기서 하룻밤 지내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스님은 우리 방에 남았고,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네 명이 아침을 맞이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을 뜬 우리가 태평하게 아침 방송을 보고 있으니 스님이 찾아왔다.
우리는 스님 앞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스님은 우리의 씐 것 떼어내기는 완전히 끝났다고 말했다.
어제 말한 대로 우리에게 붙어온 존재는 한 마리였고, 그것은 퇴화를 거쳐 소멸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안도했다.
하지만 스님은 이렇게 이어 말했다.
여주인을 구하지 못했다고.
울 것 같은 건지 화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죽은 것이냐고 묻자,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서 여주인이 펄떡펄떡 튀던 모습을 떠올렸다.
계속 그 상태인 건가?
조심스럽게 그렇게 묻자, 스님은 쓴 표정을 지었을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여주인의 현재 상태는 씐 것을 떼어낸다든가 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더 다른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자세히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여주인이 행한 의식은 이 땅에 전해지는 ‘아이를 불러오는 의식’과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라고 했다.
어딘가에서 이 의식의 존재와 방법을 알게 된 여주인은 아들을 잃은 슬픔 때문에 그것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요한 탯줄은 자신의 손에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스님의 추측이지만, 여주인은 그것을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형으로 연결시킨 것이 아닐까 했다.
자신의 신념 아래에서.
그리고 거기서 얻은 결과는 본래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당에는 여러 존재가 있었고, 그 안에 아들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스님이 그렇게 말했다.
이 의식의 결말은 매우 잔혹한 것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것을 충분히 알고도, 어머니들은 때때로 그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인다.
자식을 잃는 슬픔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는 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마음에 구멍이 난 어머니가 그곳을 의지처로 삼는 일은 어느 시대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겠냐고.
B는 여주인의 앞으로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지만, 스님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우리는 완전히 얼버무려진 상태였다.
우리가 스님과 이야기를 끝내자, 방에 여관 남편이 들어왔다.
솔직히 나는 흠칫했다.
얼굴이 흙빛이 되었고, 명백히 초췌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오더니 울면서 사과했다.
너무 울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전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남편의 그 모습을 보고 아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고 우는 것인지, 아니면 여주인이 불러온 결과 때문에 우는 것인지.
어느 쪽이었을까.
지금은 알 수 없다.
그 후 우리는 스님에게 몇 번이나 확인했다.
이후 우리 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냐고.
그러자 스님은 곤란한 얼굴을 하면서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스님이 택시를 불러줘 우리는 돌아가게 됐다.
일단 전날 아침 나를 집까지 옮겨줬던 중년 남자가 역까지 같이 타주기로 했다.
이 아저씨가 유난히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동안의 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혼자 계속 떠들어댔다.
그러다 이 아저씨가 말했다.
“그나저나 자식이 부모를 먹는다니, 거미 같은 이야기네.”
우리는 기분이 더러워져 말없이 있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혼자 계속 말했다.
“너희들, 여기서 들은 의식 방법은 시험하지 마라. 자기 책임이다.”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우리 기분을 풀어주려고 한 말인지, 진짜 바보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우리는 스님에게 진실을 숨긴 채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의식의 방법은 그 결과와 함께 이 땅에 전해지고 있다.
이 아저씨가 알고 있는데 스님이 모를 리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자, 이렇게까지 체험하게 해놓고 결국 중요한 부분은 숨긴 채 이야기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스님을 믿고 있던 만큼, 분노와 비슷한 감정이 치밀어올랐다.
택시가 역에 도착하자 아저씨가 돈을 내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거절했다.
빨리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다.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스님이 말한 “괜찮다”는 한마디도 전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우리에게 그 절로 돌아갈 용기는 없었고, 돌아가는 전철을 그저 말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돌아와서는 아무 일도 없다.
뭐, 아무 일도 없으니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지만.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
셋이서 이야기하면 반드시 한 번은 그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에게는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B는 그 이후로 거미를 보는 것이 영 안 되는 모양이다.
그 존재의 성장 과정 모습을 봤으니까.
나는 지금 평범하게 사회인으로 살고 있다.
조금 어둠이 무서워진 정도다.
인간은 목구멍 지나면 뜨거움을 잊는다는 말이, 꼭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로 마지막 후일담인데, 그 이야기를 남은 친구 2명에게 했다.
둘 다 우리 셋의 상태를 보고 일단 믿어주긴 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그 후에 호기심 반으로 여관에 전화를 걸어봤다고 한다.
최악이지.
그랬더니 전화를 받은 건 평범한 아줌마였다고 한다.
그 녀석들이 우리에게 말하더라.
여주인인지 확인해보라고.
그리고 뒤에서 까마귀가 이상할 정도로 울고 있다고.
절대 무리라고 생각했다.
여주인이 무사하든 무사하지 않든, 나는 그 후를 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길게 늘어놔서 솔직히 미안했다.
진상이라고 해도 명확하지 않은 내용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게 있는 그대로다.
결말은 없지만.
길게 읽어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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