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전해지는 괴담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평범한 남자였다. 그는 오래전부터 차를 사고 싶어 했고, 어느 날 중고차 시장을 찾아가 마음에 드는 차량을 둘러보고 있었다. 여러 대의 차를 살펴보던 중, 그는 유독 눈에 띄는 차 한 대를 발견했다.
그 차는 중고차라고 하기에는 상태가 너무 좋았다. 외관은 깨끗했고, 흠집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실내도 깔끔했으며, 엔진 상태 역시 나쁘지 않아 보였다. 사실상 새 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가격이 너무 저렴했다.

비슷한 연식과 상태의 차량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이었다. 주인공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중고차 딜러에게 물었다.
“이 차, 혹시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상태가 이렇게 좋은데 왜 이렇게 싸죠?”
그러자 중고차 딜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문제라뇨. 그런 거 없습니다. 전 주인이 사정이 있어서 아주 급하게 처분하려고 내놓은 차라서 싸게 나온 것뿐입니다.”
딜러의 말투는 너무도 태연했다. 차에 문제가 있다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인공은 잠시 망설였지만, 차의 상태와 가격을 생각하면 도저히 놓치기 아까운 매물이었다.
결국 그는 그 차를 사기로 했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차 키를 받아든 순간, 주인공은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자신만의 차가 생긴 것이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다.
주인공이 중고차 시장을 빠져나오자,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낯선 남자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주인공이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을 확인하더니, 자신의 차에 올라타 조용히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인공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몇 번 도로를 바꾸고, 골목을 지나고,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같은 차가 계속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낯선 남자의 차는 너무 가까이 붙지도 않았고,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주인공의 뒤를 따라왔다. 마치 처음부터 주인공을 감시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이다.
그날 밤.
주인공은 새로 산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도로는 점점 어두워졌고, 차들도 하나둘 줄어들었다. 그는 기분 좋게 운전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백미러를 보고 몸이 굳었다.
낮부터 자신을 따라오던 그 차가 아직도 뒤에 있었다.
‘뭐야… 아직도 따라오는 건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히 자신을 따라오는 것인지, 단순히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주인공은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잠시 후, 그는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터널 안은 조명이 희미했고, 벽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차의 엔진 소리와 타이어 소리가 터널 안에서 울렸다. 그때였다.
뒤따라오던 차가 갑자기 하이빔을 켰다.

강한 빛이 백미러를 통해 주인공의 눈을 찔렀다. 그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왜 저래?”
처음에는 실수로 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뒤 차는 하이빔을 끄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주인공의 차를 향해 강한 불빛을 쏘아댔다.
터널을 빠져나온 뒤에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뒤 차는 계속 하이빔을 켜고 주인공을 따라왔다. 때로는 불빛을 껐다가 다시 켰고, 다시 껐다가 또 켰다. 마치 무언가를 알리려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때 주인공에게는 그저 자신을 위협하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주인공은 겁이 났다.
그는 속도를 올렸다.
그러자 뒤 차도 속도를 올렸다.
주인공이 차선을 바꾸면 뒤 차도 따라 바꾸었고, 주인공이 더 빠르게 달리면 뒤 차도 더 빠르게 따라붙었다. 한밤중의 도로 위에서 두 차량의 추격전이 시작된 것이다.
주인공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는 저 남자가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중고차 시장에서부터 자신을 노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집을 향해 달렸다.
다행히 집 근처까지 도착하자, 주인공은 거의 도망치듯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 문을 열고 뛰어나와 아파트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뒤따라오던 차도 근처에 멈춰 섰다.
주인공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런데 그 낯선 남자는 그냥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아파트 1층으로 들어가 우편함 쪽을 살피기 시작했다. 여러 세대의 우편함을 하나씩 확인하던 그는, 주인공이 사는 1205호 우편함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 안을 열어보았다.
우편함 안에는 주인공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 수 있는 우편물이 들어 있었다.
낯선 남자는 그것을 확인한 뒤, 근처 공중전화로 향했다. 그리고 주인공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주인공의 집 전화벨이 울렸다.
주인공은 몸을 움찔했다. 방금 자신을 쫓아온 그 남자가 전화를 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동안 전화기를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아보니,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였다.
친구는 아무 일도 모른 채 안부를 물었고, 주인공은 애써 태연한 척 통화를 했다. 그 사이, 낯선 남자가 건 전화는 연결되지 못했다. 결국 남자는 주인공에게 직접 경고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주인공은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날 밤의 일 때문에 기분은 여전히 찝찝했지만, 딱히 경찰에 신고할 만한 일인지도 애매했다. 그저 이상한 사람에게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 다시 집 전화벨이 울렸다.
주인공은 잠시 멈춰 섰다. 하지만 이미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자동응답기가 작동했다.
“지금은 외출 중입니다. 메시지를 남겨주십시오.”
주인공은 그대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새로 산 그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그가 출근한 뒤, 집 안에는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날 밤 주인공을 뒤쫓았던 바로 그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 남자는 자신을 교통계 형사라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이 구입한 그 중고차를 오래전부터 조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냈다.
주인공이 산 그 차는 지난 1년 동안 주인이 무려 10번이나 바뀌었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10명의 주인 모두가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어제, 주인공이 그 차의 11번째 주인이 되었다.
형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서부터 주인공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또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해 주인공의 뒤를 몰래 따라간 것이었다.
그러다 전날 밤, 주인공의 차가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가던 순간, 형사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운전석의 주인공 옆.
그러니까 조수석에,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터널 안이 어두워질수록 그 형체는 점점 선명해졌다. 그것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은 아니었다.
푸르스름한 얼굴빛, 비정상적으로 크게 뜬 눈, 그리고 운전자를 노려보는 섬뜩한 표정. 무엇보다 그 여자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형사는 순간 너무 놀라 주인공의 차를 향해 하이빔을 켰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하이빔의 강한 빛이 주인공의 차 안을 비추는 순간, 조수석에 있던 귀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형사가 하이빔을 끄자, 귀신은 다시 나타났다.
형사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 귀신은 어둠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내고, 강한 빛을 받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그래서 형사는 계속 주인공의 뒤를 따라가며 하이빔을 켰다 껐다 반복했다. 주인공을 위협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귀신이 주인공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려고, 계속 불빛을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것을 알 리 없었다.
그는 그저 낯선 남자가 자신을 쫓아온다고 생각했고,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형사는 어떻게든 주인공에게 사실을 알려주려 했지만, 전날 밤 전화는 친구의 전화 때문에 연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다시 전화를 건 것이었다.
자동응답기 속 형사의 목소리는 점점 더 다급해졌다.
“선생님, 제 말을 꼭 들어주십시오. 그 차는 위험합니다. 되도록 빨리 폐차 처분하십시오. 그 차를 처분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밤에 운전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서도 안 됩니다. 어둠 속에서는 그것이 다시 나타납니다.”
형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 차를 없애는 것이 선생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제 말을 명심하십시오. 절대로 어두운 곳에서 운전하지 마십시오. 그럼…”
메시지는 거기서 끝났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경고를 듣지 못했다.
그는 이미 회사에 도착해 있었다.
회사 건물에는 지하주차장이 있었다. 낮에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둡고 음침한 공간이었다. 주인공은 평소처럼 입구를 따라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
차가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순간, 주변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콘크리트 벽이 양옆을 감싸고, 희미한 형광등 불빛만이 주차장 안을 비추고 있었다. 차 안도 점점 푸른 어둠에 잠겼다.
그때였다.
조수석에서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스르륵.
마치 누군가가 그 자리에 앉는 듯한 소리였다.
주인공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조수석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전날 밤 형사가 보았던 바로 그 귀신이었다. 푸르스름한 얼굴, 기괴하게 치켜뜬 눈, 사람 같지 않은 표정. 귀신은 칼을 든 채 운전석의 주인공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주인공은 숨이 멎을 듯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귀신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섬뜩하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차 안에 가득 찼다. 낮게, 끈질기게, 귀를 파고드는 듯한 기괴한 웃음이었다. 주인공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차는 지하주차장 안에서 크게 흔들렸다.
쾅 하는 충돌음이 울렸다.
주차장 안쪽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사람들이 놀라 달려왔을 때, 주인공의 차는 콘크리트 기둥 부근에 처박혀 있었다. 차 안의 주인공은 이미 숨져 있었다.
그의 목에는 큰 상처가 나 있었다.
단순한 교통사고로 생겼다고 보기 어려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듯한 깊은 상처였다.
그리고 그 옆.
조수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사고 직전, 지하주차장 안에서 여자의 기괴한 웃음소리와 남자의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남았다고 한다.
이 괴담은 전개 자체만 보면 단순한 저주받은 중고차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가 오랫동안 가장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귀신의 모습 때문이다.
운전자의 바로 옆자리, 조수석에 앉아 칼을 들고 노려보는 귀신. 어둠 속에서만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푸른 조명 아래에서 사악한 표정으로 웃는 그 모습은 강렬한 공포를 남긴다.

특히 주인공이 끝내 형사의 경고를 듣지 못한 채,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어두운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섬뜩하다.
뒤차의 하이빔은 위협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고였고, 구조 신호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아니, 끝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말한다.
밤길에서 뒤차가 이유 없이 하이빔을 계속 비춘다면, 무조건 화부터 내지 말라고.
어쩌면 그 운전자는 당신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당신 옆자리에 앉아 있는 무언가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토요미스테리 극장 4회 방송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