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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 시즌6 삶의 가치, 도로 위에서 사라진 여자와 엇갈린 기억

모아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추천 2 비추천 0 댓글 0 조회수 458 작성일 2026-07-07 13:27:13 수정일 2026-07-07 13:27:13
전문 주소 https://moasa.co.kr/horror/220

성북구 북악산 인근의 한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유미는 학교 근처 오피스텔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다.


논문과 과제, 연구 보조 일까지 겹치면서 하루하루가 지쳐 가던 어느 봄날이었다. 벚꽃잎이 흩날리던 4월, 유미에게는 평범한 일상 속 작은 설렘이 찾아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남자, 준노 때문이었다.


준노는 유미보다 조금 어린 남자였지만, 말투가 다정했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둘은 알바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술 한잔을 하게 되었고, 그날도 밤늦게까지 함께 있었다.


“고생 많았어.”


잔을 부딪치며 웃던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하지만 기분 좋은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유미가 문득 며칠 전 있었던 이상한 일을 꺼냈다.

 

심야괴담회 시즌6 삶의 가치, 도로 위에서 사라진 여자와 엇갈린 기억


“나 얼마 전에 집 앞에서 되게 이상한 일 있었어.”


유미가 사는 오피스텔 앞에는 왕복 8차선의 큰 도로가 있었다. 밤이 되면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사람은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며칠 전, 유미는 교수님 연구를 도와드리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도로 한복판에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길을 건너려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남자는 차들이 달려오는 도로 안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이쪽 차선과 저쪽 차선을 오가며 정신없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유미는 놀라 소리쳤다.


“아저씨! 위험해요!”


하지만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차들은 남자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지나갔고, 유미는 급한 마음에 119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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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도로에 어떤 아저씨가 뛰어드셨어요. 빨리 와 주세요.”


그런데 전화를 하는 짧은 사이, 남자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도로 한가운데 있었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근처 골목으로 들어갔나 싶어 둘러봤지만, 그럴 만한 시간도 없었다.


유미는 이상한 기분에 신고를 취소했다.


그런데 그때, 도로 반대편에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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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자동차 불빛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유미는 숨을 삼켰다.


그 정도 속도라면 분명 여자는 차에 치였어야 했다. 하지만 차가 지나간 뒤에도 사고 소리 하나 없었다. 여자의 모습도 사라져 있었다.


“나 그때 진짜 귀신 본 거 아니야?”


유미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사실 마음 한쪽은 찜찜했다.

 

 


준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 무섭잖아.”


그러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오늘은 내가 데려다줄까?”


유미는 괜히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뭐, 그러든가.”


그렇게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유미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유미는 묘한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준노는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다. 유미도 그 분위기를 눈치챘다.


오늘 고백하려는 건가.


유미는 살짝 고개를 돌려 거울을 확인하고 입술을 정리했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준노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리더니, 하천 산책로로 이어지는 계단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양준노?”


유미가 불렀지만 준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야, 어디 가?”


준노는 그대로 계단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산책로로 내려가 보니 준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늦은 밤의 하천 산책로는 조용했고, 물 흐르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유미는 짜증과 불안이 뒤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디 간 거야, 진짜…”


그때였다.


하천 수면 위로 이상한 그림자가 보였다.

 

 


처음에는 물가에 무언가 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사람이었다. 준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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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노는 하천 가장자리에서 몸을 숙인 채,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양팔은 물속을 휘젓고 있었다. 마치 물밑에서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야! 너 거기서 뭐 해?”


유미가 달려갔다.


“토하는 거야? 빨리 나와!”


유미는 준노의 팔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준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람의 힘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무거웠다.


그때 준노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과 얼굴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분명 오랫동안 물속에 머리를 넣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준노는 숨을 헐떡이지 않았다. 얼굴은 너무나 평온했다.


그는 유미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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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가 뭐야?”


유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


준노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다. 장난치는 얼굴도 아니었고, 취한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눈빛이 텅 빈 것 같았다.


유미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일단 무사히 대학원 졸업하는 거?”


그러자 준노가 물에 젖은 얼굴을 손등으로 쓱 닦았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아니. 그딴 거 말고.”


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한 삶의 가치가 뭐냐니까.”


그 순간 유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준노는 하천 밖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작게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리고는 갑자기 유미의 손목을 붙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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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왜 이래?”


유미가 버텼지만 준노는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이나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준노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유미는 점점 두려워졌다.


혹시 이 사람이 나를 해치려는 걸까.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숨이 막혔다.

 

 


준노가 유미를 끌고 간 곳은 다름 아닌 오피스텔 앞 8차선 도로였다. 늦은 밤이라 사람은 없었고, 멀리서 자동차 불빛만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준노야, 제발 이러지 마.”


유미는 울먹이며 애원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하지만 준노는 유미의 손목을 꽉 잡은 채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유미는 비명을 질렀다.

 

 


그때 준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이상한 미소가 떠 있었다.


“너무 겁먹지 마.”


그리고 말했다.


“나 여기 살았거든.”


그 순간, 멀리서 차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유미는 죽을힘을 다해 손목을 빼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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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난 살고 싶다고!”


그렇게 소리치며 몸부림치던 유미는 문득 자신을 잡고 있는 존재를 다시 보았다.


그것은 준노가 아니었다.


유미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낯선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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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의 반대쪽 팔은 없었다.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뜯겨 나간 듯한 살점만 너덜너덜하게 매달려 있었다.


유미는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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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여자가 유미를 끌어안았다. 차가운 몸이 유미를 감쌌고,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고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정신이 끊어지려던 찰나, 유미는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누나! 미쳤어?”


눈앞에 있는 것은 준노였다.


준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유미를 붙잡고 있었다. 그의 옷은 젖어 있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얼굴도, 신발도 모두 말끔했다.


방금 전까지 하천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왜 그래? 정신 좀 차려!”


준노는 거의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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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 그 여자는 어디 갔어?”


하지만 준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무슨 여자? 누나 지금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었잖아.”


유미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준노가 자신을 끌고 도로로 뛰어든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오히려 유미가 혼자 도로로 뛰어들었고, 준노가 간신히 붙잡아 끌어냈다는 것이다.


준노는 너무 놀라 119에 신고까지 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날 새벽의 일을 서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사람의 기억은 완전히 달랐다.


유미의 기억 속에서 준노는 하천으로 내려갔다. 물속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가, 삶의 가치가 뭐냐고 물었다. 그리고 유미를 도로로 끌고 갔다.


하지만 준노의 기억은 달랐다.


그날 준노는 유미를 집까지 데려다주며 고백하려고 했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린 순간부터 유미가 이상하게 비틀거렸다고 했다.


유미는 준노에게 기대며 갑자기 물었다.


“넌 삶의 가치가 뭐야?”


준노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좋은 사람이랑 잘 사는 거?”


그러자 유미는 평소와 전혀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딴 거 말고.”


그리고 다시 물었다.


“진짜 삶의 가치.”


준노는 당황했지만, 나름대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유미는 그를 바라보며 섬뜩하게 웃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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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 죽을 건데.”


그 말을 끝으로 유미는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다.


준노는 미친 듯이 뒤쫓아가 유미를 붙잡았다. 아무리 불러도 유미는 반응하지 않았고, 마치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사람처럼 도로 한가운데로 걸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서로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유미는 준노에게 끌려갔다고 기억했다.


준노는 유미가 스스로 죽으려 했다고 기억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똑같은 질문만 남아 있었다.


“삶의 가치가 뭐야?”

 

 


그 일이 있은 뒤, 유미는 결국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오피스텔을 정리했다. 더 이상 그 동네에서 살 수 없었다. 부모님이 계신 본가로 돌아간 뒤에도, 가끔 그날 새벽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날 도로에서 봤던 검은 양복의 남자.


자동차 불빛 앞에서 사라진 여자.


하천 속의 준노.


팔이 뜯겨 나간 여자.


그리고 삶의 가치를 묻던 목소리.


그 질문은 유미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 밤, 정말 도로에서 죽은 누군가가 유미를 데려가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미 그곳에는 삶의 가치를 잃은 영혼들이 떠돌고 있었던 것일까.


유미는 아직도 답을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날 새벽, 유미와 준노는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같은 세계에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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